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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초능력자 로맨스웹툰 ― 잠재성의 발현과 상처의 극복
[서곡숙의 문화톡톡] 초능력자 로맨스웹툰 ― 잠재성의 발현과 상처의 극복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10.1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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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와 로맨스웹툰

초능력(超能力)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지는 정신적인 힘이다. 영화 <초능력자>(김민석, 2010)는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강동원)와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인 규남(고수)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초능력자를 다룬 5편의 인기 웹툰은 <재혼 황후>(754만 명), <티아라>(406만 명), <부딪치다>(242만 명),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176만 명), <5인의 왕>(16만 명)이다. 이 웹툰들은 선천적 초능력과 후천적 초능력을 다루고 있으며, 남녀 주인공의 초능력과 로맨스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선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
: 비천한 존재에서 고귀한 존재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티아라>는 이윤희 글, 카라 그림의 작품이며, 네이버웹툰에서 406만 명 구독, 5,571명 댓글의 인기 웹툰이다. 아젠트 제국은 평균 수명 100살인 엘란과 귀족계급 프라시안이 살고 있다. 프라시안은 500년이라는 긴 수명과 특수한 기사의 힘으로 호문클루스를 다루는 전투 종족이다. 여주인공 페일리아는 저택에 버려져 이름도 나이도 부모도 모른 채 키워지며, 자신이 프라시안이 키우다 버린 펫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어느 날 페일리아는 왕립학교인 키흘렌 사관학교의 입학장을 받아 진학하게 된다. 그녀는 또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안락한 미래를 위해 막강한 재력의 새 프라시안을 찾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페일리아는 첫 눈에 반한 아켈란스 왕자의 펫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그의 멸시와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다. 한편, 그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소년인 키스첼의 사랑을 받게 된다.

<티아라>에서 페일리아는 귀족의 펫, 귀족, 왕족, 황족으로 점차 그 신분이 상승하게 되며, 마침내 오렌 여왕의 딸, 이웃 제국 황제의 딸, 아젠트 제국의 황족이자 후계자 등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녀는 엄청난 괴력, 수호기사인 호문클루스를 여러 명 거느릴 수 있는 능력, 진실을 들여다보는 능력 등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초능력을 자각하게 된다. 그녀는 버림받고 외롭던 어린 시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커진다. 그녀는 이기적인 태도에서 점차 다른 사람들과의 공생, 유대감으로 변화한다. 이 웹툰에서 페일리아를 둘러싸고 냉철한 아켈란스 왕자와 따뜻한 키스첼 언령술사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전반부에는 여주인공이 아켈란스의 전투 능력과 키스첼의 축복 언령 덕분에 위기에서 빠져나오지만, 후반부에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막강한 초능력을 자각하면서 그들을 오히려 구해내는 등 초능력이 로맨스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부딪치다>는 지완 글, 그림의 작품으로, 네이버웹툰 242만 명 구독, 1,562명 댓글의 인기 웹툰이다. 이 웹툰에서 여주인공 조이는 모든 초능력자들을 사랑하고 욕망하게 만드는 ‘제로’라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 초능력자들의 초능력은 유전되지 않지만 제로 여성과 결합하면 유전이 가능하며, 제로를 보면 초능력자들은 본능적으로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초능력자 남성들을 끌어들이는 자신의 제로 능력을 원망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적을 없애는 계획에 가담한다. 여주인공은 가장 센 초능력자에 의해서 선택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삶을 개척하기를 원한다.

<부딪치다>에서 여주인공은 네 번의 로맨스를 겪게 된다. 첫 번째 남성은 자상한 영화감독이자 교수로서 다른 사람의 초능력을 억제하는 초능력을 가졌으며, 조직을 배신하는 데 조이를 이용한다. 두 번째 남성은 가장 높은 레벨이지만 반항적인 초능력자 무원이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조이를 지키고자 한다. 세 번째 남성은 초능력자에 의해 사랑을 강요당하는 조이에게 초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사랑을 고백하지만, 나중에 자신도 초능력자임을 알게 된다. 네 번째 남성은 다른 사람의 초능력을 흡수하는 세계 최강의 초능력자 악당이며, 조이에 대한 욕망과 사랑으로 점차 순화되어 가며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게 된다. 이 웹툰에서 여주인공의 초능력은 바로 초능력자의 사랑과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로맨스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5인의 왕>은 에니와 글, 에포 그림의 BL 작품으로, 네이버웹툰 16만 명 구독, 157명 댓글의 웹툰이다. 노예 세지는 별의 술사라는 신의 힘을 가진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오만하고 냉혹한 청왕 아쥬르에게 대신 몸을 바친다. 신의 피를 이어받은 5인의 왕이 다스리는 나라 셰블론에서는 팅크처 표시가 양손에 새겨지면 왕이 된다. 왕과 잠자리를 한 사람의 가슴에도 팅크처 표시가 새겨져서, 다른 왕의 사람에게 손을 대면 반역으로 간주된다. 세지는 양손에 팅크처 표시가 나타나 왕이 되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초능력을 개안하게 된다. 세지는 노예, 별의 술사, 왕으로 점차 신분이 상승되어, 가장 천한 존재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변모한다. 그는 왕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자신이 노예였던 경험으로 인해서 백성과 교감하고 연민을 느껴 어진 왕이 된다.

<5인의 왕>에서 주인공은 세 명의 왕을 겪게 된다. 첫 번째 녹왕 바트는 남자 취향의 왕으로서 청왕의 별의 술사로 입궁한 세지를 탐하려고 하다가, 이를 말리는 청왕의 시녀를 죽이고 자신도 청왕에게 죽임을 당한다. 두 번째 청왕 아쥬르는 여성 취향의 왕이지만, 세지를 안아 왕의 소유물이라는 팅크처 표시를 남겨 다른 왕이 손대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적왕 귀르즈는 상냥하고 친절한 품성의 왕으로, 세지가 연심을 느끼게 된다. 여리지만 강한 녹왕 세지, 냉철하지만 속 깊은 청왕 아쥬르, 따뜻하고 자상한 적왕 귀르즈 사이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세지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인해 5인의 왕의 숨은 과거를 알게 됨으로써 로맨스에서의 우위와 진실의 힘을 갖게 된다.

 

후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
: 신분의 하락과 위기 극복 그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재혼 황후>는 알파타르트·치런 원작, 숨풀 그림의 작품이며, 네이버웹툰 754만 명 구독, 6,286명 댓글의 인기 웹툰이다. 동대제국의 나비에는 평생을 황후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결혼 3년 만에 황제 소비에슈가 사냥터에서 데려온 도망 노예라스타에게 푹 빠져 ‘황제의 정부’라는 지위를 내려준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아기가 서출이 되지 않도록 나비에와 1년 간 이혼을 할 것을 결심한다. 소비에슈가 이혼을 결심한 사실을 알게 된 나비에는 자신이 황후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이 나라에서 황후일 수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황후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에게 구애하던 서대제국의 하인리 왕에게 청혼한다. 동대제국의 나비에 황후는 이혼재판에서 소비에슈 황제와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서대제국 하인리 왕과의 재혼을 요청한다.

<재혼 황후> 웹툰에서 주인공 하인리 왕의 초능력은 새가 되는 것인데 마법학교에서 배운 마법의 힘인 반면에, 소설에서는 하인리 왕은 새가 되는 능력을 가진 일족으로 나온다. 하인리 왕과 그의 부하들이 새가 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주인공 나비에 황후는 자신이 갇힌 사회와 남녀의 전통적인 역할관계에서도 벗어나고자 한다. 나비에 황후는 두 명의 황제와 로맨스를 갖게 된다. 첫 번째 동대제국의 소비에슈 황제와의 관계는 정략결혼이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많은 추억을 갖고 있었지만, 남편의 변심과 배신으로 인해 결별하게 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과 라스타의 아기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나비에와 1년만 이혼하기를 원하지만, 나비에가 오해와 실망으로 소비에슈를 떠나게 되어 계속 나비에를 그리워하게 된다. 두 번째 동대제국의 하인리 왕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정략결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나중에 하인리 왕이 예전부터 나비에 황후를 사랑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로맨스로 끝이 난다. 하인리 왕은 새가 되는 능력으로 자신의 연심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어, 차갑고 이지적인 나비에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다.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는 김지서 원작, sizh 그림의 작품이며, 네이버웹툰 구독 176만 명, 댓글 2,617명의 인기 웹툰이다. 백작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친아버지의 외면, 계모와 이복동생의 구박에 시달리던 올리비아는 믿었던 연인 딜런마저 이복동생과 바람을 피면서 자신을 배신한다. 슬퍼하던 올리비아는 기적처럼 나타난 요정을 구해준 대가로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다. 그녀는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누르면서 식물을 떠올리면 그 식물을 순식간에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올리비아는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평민 웬디 왈츠가 되어 꽃집 주인으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웬디는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게 만든다.

<웬디의 꽃집에 오지 마세요>에서 웬디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자생의 힘을 키우면서 다른 사람과의 공생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웬디는 두 명의 남성과 로맨스를 가지게 된다. 첫 번째 귀족 딜런은 웬디의 이복동생과의 관계로 웬디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딜런은 웬디를 구하기 위해 이복동생과의 키스를 허락하였고 계속 웬디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민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왕실기사단장 라드 슈로더 공작은 제국의 귀족 여성들의 구애를 받으며, 외모, 지성, 능력, 집안이 모두 완벽한 남성이다. 슈로더 단장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남을 도와주는 웬디를 보고 사랑을 느껴 계속해서 그녀의 꽃집에 찾아가지만, 이미 배신의 쓴 경험을 겪어 로맨스를 혐오하는 웬디로부터 거부당한다. 이때 웬디의 초능력은 슈로더 단장의 호기심과 로맨스를 자극하는 동기가 된다.

 

다양한 초능력의 발휘 그리고 잠재성과 상처의 극복
 

초능력자 로맨스웹툰은 선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과 후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으로 나뉜다. 첫째, 선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은 초능력과 로맨스의 결합을 통해 잠재성의 발현을 보여준다. 남녀 주인공은 비천하거나 평범한 신분에서 고귀하거나 특별한 신분으로 상승한다. 또한 처음에는 무능력하여 다른 인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위력의 초능력을 발휘하여 다른 인물들을 구해준다. 남녀 주인공의 초능력은 대부분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데서 나아가 공동체, 국가적 대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남녀 주인공은 대부분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초능력이라는 잠재성의 발현이 로맨스의 결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녀 주인공은 초능력이 없을 때는 연인들의 도움을 받지만, 자신이 초능력자가 되었을 때는 역으로 연인들을 도와준다.

둘째, 후천적 초능력자 로맨스웹툰은 초능력과 로맨스의 결합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한다. 여주인공은 고귀한 신분이었으나 하락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고귀한 신분이 된다. 남녀 주인공은 원래 능력자이었으나 초능력으로 인해 그 능력이 더 극대화된다. 그들은 초능력으로 자신의 로맨스를 성취하거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 국가의 일에도 도움을 준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는 대부분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초능력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로맨스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여주인공은 모두 첫 번째 연인의 배신으로 상처를 입지만, 초능력이 개입된 두 번째 연인과의 로맨스로 상처를 극복한다. 나중에 첫 번째 연인이 사실상 배신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여주인공을 사랑했음이 밝혀지지만 어긋난 운명을 보여줌으로써 아쉬움을 남긴다.

선천적 초능력자와 후천적 초능력자의 로맨스웹툰에서 공통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남녀 주인공은 이기심/이타심, 개인/국가를 넘나들며 초능력을 발휘한다. 둘째, 개인적인 차원에서 남녀 주인공의 초능력과 로맨스는 잠재성을 발휘하거나 과거 상처를 극복하게 만든다. 초능력의 유형​은 크게 아홉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천리안/유체이탈, 투시, 투청, 리모트 뷰잉이다. 둘째, 텔레파시이다. 셋째, 예지, 역행인지이다. 넷째, 제육감이다. 다섯째, 아우라, 의학적인 직관이다. 여섯째, 사이코메트리이다. 일곱째, 영매이다. 여덟째, 제노글로시이다. 아홉째, 염력이다[1]. 초능력자 로맨스웹툰에서는 이런 다양한 초능력의 유형이 나타나며, 이러한 초능력과 로맨스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참고자료
[1] ‘초능력자’, ≪위키백과≫, 2020.10.11.
https://ko.wikipedia.org/wiki/%EC%B4%88%EB%8A%A5%EB%A0%A5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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