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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사랑이 무거운 여성과 사랑이 가벼운 남성의 동거 로맨스영화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사랑이 무거운 여성과 사랑이 가벼운 남성의 동거 로맨스영화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1.02.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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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로맨스와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동거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는 영화에서 흥미 있는 주제이다. 토니 골드윈 감독의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 2000)는 애슐리 주드와 휴 잭맨의 성 대결로 유명한 영화이다.

방송국 토크쇼 섭외 담당자인 제인 굿웰(애슐리 주드)은 바람둥이 PD 레이(그렉 키니어)에게 첫눈에 반하고, 레이도 3년 동안 사귄 애인과 헤어지고 제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제인이 레이와 살 아파트를 구하자, 레이는 제인을 멀리 하며 연락을 끊는다. 제인은 PD 에디(휴 잭맥)의 아파트에 들어가 하우스메이트가 된다. 레이로 인해서 바람둥이 남성을 혐오하게 된 제인은 바람둥이 에디와 계속 충돌한다. 제인은 ‘수컷들의 새것 밝힘증’에 대해 경고하는 ‘한물 간 암소이론’을 연구하여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동거 과정을 거쳐 계속 갈등하던 제인과 에디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키우게 되면서 진실한 로맨스를 찾게 된다.

이러한 동거 로맨스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은 우연적인 만남, 불가피한 동거, 다투는 과정을 통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다. 동거 로맨스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바람둥이 전남친에게 실망하지만, 마찬가지로 바람둥이 주인공과의 동거를 통해 주인공의 진실한 면모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 많다.

클로드 베리 감독[1]의 <함께 있을 수 있다면>(Ensemble, C'Est Tout, 2007)에서도 카미유(오드리 토투)와 프랑크(기욤 까네)는 동거를 통해 사랑에 빠진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에서 화가 지망생이자 빌딩 청소부인 카미유는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엽서 판매원인 필리베르와 친구가 된다. 필리베르는 독감에 걸린 카미유를 간호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서, 필리베르의 집에서 카미유, 필리베르, 프랑크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카미유-필리베르의 우정과 세 사람의 불편한 동거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전반부에서는 카미유-필리베르의 우정과 카미유/필리베르/프랑크의 불편한 동거를 보여준다. 고독한 카미유, 까칠한 프랑크, 다정한 필리베르는 각각 문제를 안고 있다. 화가 지망생인 카미유는 환경미화원, 빌딩청소부로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자신의 재능에 대한 불안과 어머니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2]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식욕을 잃게 된다. 프랑크는 거동이 불편하게 된 할머니의 요양병원 비용, 정기적인 방문, 짜증나는 투정으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황이 된다. 귀족 가문 출신의 필리베르는 엽서 판매원이라는 자신의 처지와 말더듬증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며, 외할머니 유산인 넓은 아파트 처분 문제로 고민한다.

카미유와 필리베르는 자주 마주치면서 우정을 쌓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에 회사원과 박물관 직원이라고 소개하지만, 나중에 청소부와 엽서 판매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카미유는 건물의 좁은 옥탑방에서 기거하며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해 독감을 걸린다. 필리베르는 외할머니에게 유산을 받은 넓은 집에서 친구인 셰프 프랑크가 동거하고 있는데, 아픈 카미유를 데려와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이 동거하게 된다. 어머니와의 만남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머리를 짧게 자른 카미유에 대해서 ‘호모 자식’이라고 칭하는 등 프랑크가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면서, 카미유/프랑크/필리베르의 갈등이 시작된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전반부 스타일에서는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문제와 내면을 표현하고, 시선을 통해 인물 관계의 시작을 나타낸다.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프랑크가 병원으로 달려와서 할머니를 병문안하는 장면은 그의 충격을 클로즈업으로 표현한다. 어머니와의 만남에서 신랄한 비난을 들은 카미유가 미용실에서 숏컷으로 자르는 장면도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클로즈업으로 표현한다. 엽서 판매소에서 필리베르와 상드린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엽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멈춰진 동작과 서로의 교차하는 시선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예고한다.

 

카미유/프랑크의 갈등과 세 가지 문제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중반부에서는 카미유와 프랑크의 갈등과 인물들 사이의 문제가 심해진다. 우선, 동거 문제가 발생한다. ‘또라이’ 프랑크와 ‘괴짜’ 필리베르 사이에 ‘신경질 나게 하는 여자’ 카미유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프랑크는 자신과 필리베르 사이에 여자 문제가 가운데 끼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에 카미유를 내보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상한 성격의 필리베르는 자신의 집에서 허약하고 불안정해 보이는 카미유와 함께 살면서 그녀를 보살펴 주고자 한다.

다음으로, 성격 문제가 발생한다. 그림을 그리는 카미유는 역사적 지식이 풍부한 필리베르와 취향 면에서 교감을 하게 되면서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한다. 반면에 클래식음악을 즐기며 조용한 생활을 좋아하는 카미유는 계속 여성들을 데려와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노는 프랑크와 계속 충돌한다. 카미유가 프랑크의 스피커를 내던져 버리면서 갈등이 고조되지만, 이후 카미유가 프랑크에게 오디오세트를 선물해 주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우정이 싹트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 모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한다. 카미유는 화가로서의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프랑크는 할머니 요양병원의 경비와 돌보기에 지치고, 필리베르는 말더듬증 콤플렉스에 힘들어한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중반부 스타일에서는 편집, 카메라 움직임, 숏 크기의 변화로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표현한다. 우선, 편집의 경우 관계에서의 교감과 대비를 보여준다. 역사를 해설하는 필리베르와 그 모습을 그리는 카미유를 보여주는 장면은 두 사람의 원숏을 교차하면서 우정을 표현한다. 극장에서의 연기수업에서 필리베르가 말을 더듬는 장면은 교육생들의 조롱, 필리베르의 상처 입은 얼굴, 그를 격려하는 상드린과 연출가를 교대로 보여주면서 조롱/격려의 대비를 표현한다.

다음으로, 카메라 움직임은 인물의 갈등을 보여준다. 프랑크가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여자와 성적 애무를 하며 노는 장면에서는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카미유, 거절하는 프랑크, 스피커를 던져버리는 카미유, 욕하며 문을 두드리는 프랑크 등의 인물 행위를 카메라가 따라감으로써 인물의 감정과 갈등을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숏 크기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프랑크와 불화를 겪은 카미유가 집을 나가려고 하는 장면에서, 열쇠를 숨기며 화해를 요청하는 프랑크와 이를 받아들이며 미소 짓는 카미유에게 카메라가 점점 다가가면서 미디엄숏에서 원숏 클로즈업으로 바뀜으로써 갈등에서 화해로의 변화를 표현한다. 카미유와 프랑크가 돼지 도축사 집의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카메라가 풀숏에서 클로즈업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두 사람의 교감을 표현한다.

 

할머니와의 동거/죽음과 카미유/프랑크의 사랑/위기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후반부 스타일에서는 사운드, 편집, 카메라 움직임이 인물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다. 우선, 이 영화는 중요한 장면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묵음으로 처리함으로써 인물의 감정을 강조한다. 자동차 안에서 할머니를 아파트에 모시게 되어 네 인물이 즐거워하는 장면은 대사의 묵음과 배경 노래의 사운드 대비로 강조한다. 카미유가 할머니의 반나체를 그리는 장면도 대사의 묵음과 배경 음악의 사운드 대비로 강조한다.

다음으로, 편집은 기대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카미유와 프랑크가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에서 프랑크가 침대에서 카미유를 기다리는 모습과 카미유가 프랑크 방에 찾아가는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카메라 움직임은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할머니 장례식장 장면에서 슬픔에 빠진 프랑크, 카미유, 필리베르, 상드린 순서로 트래킹하다가 다시 필리베르, 카미유, 프랑크의 순서로 트래킹하면서 인물의 슬픔을 자세히 표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계속 움직이면서 식당을 개업한 프랑크, 벽에 걸린 카미유의 그림, 신문 기사의 호평, 프랑크와 안나의 애정 표현을 차례로 담아내면서 인물의 행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사랑에 빠질까봐 두려운 남녀의 로맨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고독한 여주인공과 까칠한 주인공이 부모의 학대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친구의 배려와 할머니의 교감으로 삶의 안정과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스영화이다. 남녀 주인공 모두 과거에 가족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인물이지만, 친구, 할머니와의 조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남녀 주인공은 전반부에는 서로 다른 성격과 생활방식으로 적대관계를 형성하지만, 후반부에는 서로 문제를 해결해주고 이해하면서 조력관계를 형성한다.

여주인공은 주인공의 할머니를 돌보면서 따뜻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주인공의 인정과 사랑을 받게 된다.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도움으로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를 돌보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친구 필리베르도 자신의 아파트에 남녀 주인공과 할머니를 살게 해주는 배려를 보여주면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할머니도 카미유에 대한 인정과 애정으로 프랑크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들면서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사랑이 무거운 여성과 사랑이 가벼운 남성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한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 동거하는 내용이지만, 흔히 벌어지는 삼각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컨벤션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사랑을 무겁게 생각하는 여주인공과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주인공이 만나지만, 오히려 여주인공이 섹스는 허용하지만 사랑은 거부함으로써 주인공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안나 가발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제목(Ensemble, C'Est Tout)에서 의미하듯이 사랑에 빠질까봐 두려운 남녀 주인공을 통해서 ‘함께, 그것은 모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참고자료

[1] 클로드 베리는 <마농의 샘>(Jean De Florette, 1986)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만연해 있는 편견, 근심, 걱정 등을 코믹하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감독이다.

[2]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이며, '심리 지배'라고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가해자에게 점차 의존하게 된다.

―‘가스라이팅’, ≪다음백과≫, 2020.12.20.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d1526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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