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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비추는 만화경, 그리고 그 속의 우리-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⓼
음악을 비추는 만화경, 그리고 그 속의 우리-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⓼
  • 정민채
  • 승인 2021.04.16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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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⓼
'일상'이라는 관성 속 음악의 가치

음악이 없는 오늘날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음악을 듣길 원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한 번쯤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멜로디 한 줄기가 귓가에 스미기 마련이다. 특히나 도시에 사는 이들이라면 주변 곳곳에 스피커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TV, 스마트폰, 컴퓨터는 물론이고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오는 스피커와, 방음이 안되는 벽 너머로 들리는 옆집 사람이 틀어놓은 노래까지, 언제 어디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세상이다.
 
일상의 무기력한 관성은 그 속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간과하게 한다. 자신에게 가까이 있고 익숙한 대상일 수록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며 그 숨겨진 면모를 들여다 볼 기회는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매일 밤 뜨는 달의 뒷면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 <Manière de voir>의 2021년 봄호,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는 그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미처보지 못했던 음악의 다양한 모습들을 수많은 거울을 통해 비춰주고 있다.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지면 보이는, 통칭 ‘사회’라고 불리는 복잡한 시스템 사이사이에서 발휘되는 음악의 역할을 조명해준다. 음악은 단순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총 4부로 나누어진 24편의 글들과 그 사이를 틈틈이 채우는 13편의 짧은 글들이 모두 다른 시각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음악은 정치와 행정, 도시 설계의 도구가 될 수도있고, 빈민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을 마주하는 창문이 되기도 하며 대중이 결집하거나 분열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음악의 모습이 존재하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마치 영웅의 활약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격담을 공유하는 듯 하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삽화. 우리는 음악으로 세상을 여행한다.


<밴조를 간직하라>는 이 책에서 처음 마주할 수 있는 글이다. 밥 딜런이 포크 음악의 한계를 부숴버렸던 일화로 시작한 이 글은 음악의 강력한 영향력을 환기시킨다. 음악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며 우리의 감정과 사고를 지배할 수 있고, 편안함과 안락한 순간 뿐만 아니라 혁명과 격변의 움직임을 이끌기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음악’이란 것에 대한 통념을 깨고 사고의 경계를 확장할 것을 촉구한다. 앞으로의 글들이 보여줄 음악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암시하는 복선이자 그에 대비하는 식전주였다. 글 말미의 남극에서 표류된 탐험대가 노래의 힘으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음악이 가진 힘의 크기와 다양함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던 사례였다. 생존에 기로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좁은 보트에오른 밴조는 경쾌한 소리로 희망의 불씨에 풀무질을 하였다.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예술이자 즐거움이다. 그러나 보통 음악을 경제적 수단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한국의 수많은 청년들이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 공무원, 회사원, 사업가 등을 고려하지만 음악가를 꼽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댄스홀, 가난 벗기 위한 자메이카 뮤지션들의 꿈의 연대기> 에서는 음악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고, 더 나아가 빈곤함에서 자신을 구제해 줄 유일한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개발로 인해 중하위 계층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쓰레기장 주변 판자촌까지 쫓겨나는 상황을 간신히 피한 이들은 온갖 더러운 비리와 부조리가 만연한 빈민촌에서 댄스홀을 노래한다. 이 뮤지션들은 인기있는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언젠가는 가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없는 돈을 짜내어 녹음실에 다닌다. 그러나 이들이 인생을 건 ‘성공 루트’도 이미 온갖 부패와 뇌물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사회경제적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상류층의 꼭두각시 놀이가 숨어 있다. 댄스홀은 누군가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발버둥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배를 더 채우기위한, 생계와는 거리가 먼 권력 축적의 수단이다.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에서 모든 자원을 독차지하고 사람들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뿌려주던 독재자가 생각난다. 
 

바그너 이야기를 통해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해볼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 바그너는 여전히 금지곡인가?> 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제2차 세계대전, 특히 나치가 만든 흉터를 조명한다. 이 전쟁은 사회 전반에 아픈 상처를 남겼고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히틀러가 사랑했다는 바그너와 그의 음악은 여전히 유대인들에게 금기시 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바그너를 연주한 지휘자는 이스라엘 정부의 비난과 보이콧의 대상이 되었다. 유명한 반유대주의자였던 바그너는 유대인 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들에게 거부받는 음악가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바그너를 영웅으로 추앙하고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그너의 행보를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음악 자체의 예술성은 뛰어나다는 입장이다. 음악을 음악가와 분리하는, 다시 말해 예술과 예술가를 독립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차가 존재한다. 최근의 예체능계는 미투 운동과 학폭 논란, 마약과 음주 운전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대중은 성범죄자가 부른 노래를 듣고학교 폭력 가해자의 연기를 감상해도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엄격한 규제와 검열로 모든 것을 필터링해야만 하는 것일까? 기준은 또 무엇인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음악은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무시받던 것이 주목받게 만든다. 음표는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만 약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되어준다. 하이틴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소위 ‘찐따’나 ‘아싸’라고 불리는 학생이 화려한 기타 연주로 모두의 인기를 얻게 되는 장면과 같이 말이다. 미국의 흑인들은 백인들에게 짓밟혀서 터진 입술과 망가진 손으로 블루스와 재즈를 탄생시켰다(<재즈와 랩에 담긴 흑인의 삶>). 정부로부터 폭력적인 억압에 시달리는 이란의 래퍼들은 분노를 담은 랩을 전세계에 퍼뜨리고있다(<이란에서 가수로 산다는 것>.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잔재에서 태어난 한 이민자 출신 가수는 벼랑 끝에 내몰린 실업자들의 아픔을 노래했다(<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의 절규와 저항>). 이처럼 음악은 사회적 지위를 차별하지 않는다. 왜소한 몸으로 누구보다 강렬한 터치를 선보이던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음악은 우리가 누구든 신경쓰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힘을 부여한다.

 

<Manière de voir>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차원에서 발휘되는 음악의 무한한 잠재력들을 제시하고 있다. 음악이 단지 우리 귀 속 뿐만 아니라 바깥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의 편협한 인식 속 단편적인 음악의 모습이 아닌 입체적인 형상을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여러 거울들이 주위를 둘러싼 만화경과 같다.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투영된 그림자들이 겹치고 겹쳐서 아름다운 한 장면을 만든다. 음악가 하림은 <우리는 왜 노래를 하는가?>에서 우리 모두는 노래를 하는 음악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곧 이 책이 비추는 것이 음악의 모습인 동시에 우리와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우리가 노래하며 만들어낸 사회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일상의 관성이 감춰놓았던 음악의 참된 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글·정민채

한양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중. 현실과 이상을 모두 붙잡으려 애쓰는 사람. 편하고 담백한 말과 정확한 표현으로 왜곡없이 순수한 전달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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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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