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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조차 이해불가한 NFT 아트
호크니조차 이해불가한 NFT 아트
  • 김지연 | 문화평론가
  • 승인 2021.04.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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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도

“나는 도무지 NFT 아트를 이해할 수 없다. (NFT 아트 투자에 앞장선 사람들은) 국제적인 사기꾼이다.”(1)

최근 미술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NFT 아트에 대해,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호크니는 몇 년 전부터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해왔고,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비대면 시대에 이 드로잉 작품들을 SNS나 웹상에 공개해 많은 이들에게 예술이 주는 위로의 힘을 일깨워 준 바 있다. 

이런 호크니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한 NFT 아트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라는 기술을 이용한 예술 투자방식이다. 디지털 예술작품에 고유암호를 부여해 자산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원본을 증명한 디지털 파일을 ‘이더리움’ 토큰 형태로 발행해, 이를 암호화폐로 사고판다. 즉, NFT 아트는 실물이 아닌 파일 형태로만 존재한다. 미술계 종사자나 투자자가 아니라면, 기괴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지 만 1년, 지난 시간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비플, 매일 첫 5000일 (출처 : 크리스티경매온라인)

온라인의 가능성 확장

짧은 시간 동안 미술관과 갤러리의 운영방식, 전시와 매체 등 예술의 공유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방역에 대한 준비가 전무했던 2020년 초에는 일단 휴관하고 전시를 연기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한 계절이 지나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염병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방편을 모색했다. 기관별 규모에 맞춰 방역지침에 따른 운영 및 거리두기 관람체계를 갖췄고, 관람객과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기존에도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과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관람객과 더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도가 붙었다.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의 전파 상황과 계속 바뀌는 방역지침에 지쳐가는 미술 현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로는 온라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온라인을 이용해 예술에 접근하는 방법과 공유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생태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020년부터 개별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온라인 전시는 물론 대규모 국제아트페어도 온라인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매년 코엑스에서 개최하던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KIAF)도, 작년에는 온라인 개최만 했다. 140개 화랑이 참가해 약 한 달간 진행된 이 행사에는 매일 1,000여 명이 접속했고 총 3만 6,000여 명이 관람했다. 올해 열린 아트바젤 홍콩 역시 ‘온라인 뷰잉룸’을 만들었다. 작년부터 연기됐다가 올해 4월 겨우 개최된 광주 비엔날레도 온라인 전시와 온라인 커미션 작품을 공개하고 있으며, 국제갤러리는 온라인 작품 감상이 가능한 ‘국제 온’ 개설로 판매 경로를 개척 중이다.

기존에도 영상, 웹, 가상현실 등 디지털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최근 1~2년 사이의 환경 변화로 이런 디지털 매체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을 겪으며 공들여 작업한 작품이 휴관된 전시장에 갇히고, 아예 전시가 취소되거나 또는 관람방식의 변화로 인해 작품의 진면목을 선보이지 못했던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젊은 작가와 운영진 위주의 신생 공간에서는, 대면접촉을 최소화한 새로운 방식의 전시 운영이나 디스플레이가 시도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자주 눈에 띈다.

작품을 공유하고 담론을 나누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미술을 통한 공유와 공감의 온라인 공간’으로 웹사이트 ‘홈워크’를 개설했다. 이곳에서 아트선재센터의 주요 전시와 활동을 연구해 소개하고, 발간 도록과 단행본의 주요 원고를 공개하며, 국내외 작가와 저자가 이전 작업을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아보고 변화한 일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나눈다. 한편, 미국의 게티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은 ‘집콕 시대’에 인기가 급상승한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과 협업해, 사용자들이 각 미술관의 소장품을 자신의 공간에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명 ‘모두의 박물관’이다.(2)

또한 지난 2월에는 흥미로운 행사가 온라인에서 열렸다. 8명의 작가가 만드는 VR전시 <구-애-스트(QU-E-ST)>의 부대행사로 열린 ‘혼합현실(Mixed Reality) 아티스트 토크’였다. 이 행사는 VR 회의를 위한 오큘러스의 앱 ‘스페이셜(Spatial)’로 진행됐는데, 참여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해 가상공간에서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작가들은 여기서 새로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편집자주)와 같은 새로운 공간 개념을 함께 토론했다. 

  

작품 소유의 패러다임 변화

온라인 기반의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작품 소유에 대한 인식의 지형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지 온라인으로 미술작품을 구매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공립미술관들은 이미 디지털 매체로 작업한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게임과 이모지 같은 디지털 소장품을 수집하기로 결정하고 <팩맨>, <테트리스>, <심시티 2000>과 같은 게임 14점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3)

또한 기존에 소유 불가하다고 여겼던 형식의 작품들이 미술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2019년 2월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세계 최초의 혼합현실(MR) 퍼포먼스 작품 <더 라이프(The Life)>를 선보였고, 2020년 10월 이 작품을 크리스티 경매에서 판매했다. 작품의 구매자는 퍼포먼스 녹화 기록과 함께 이를 실연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함께 제공 받았다.(4) 무빙이미지를 제작하는 예술가를 지원하고 무빙이미지 작업을 소장, 보존, 배급하는 영국의 비영리기관 ‘럭스’는 사용자에게 대여료를 받아 작가에게 스크리닝 비용을 제공하고, ‘데이터 에디션’은 비디오, 사운드, 웹 작업을 판매한다.(5)

첫머리에서 언급한 NFT 아트는 디지털 파일 자체를 암호화폐로써 거래하고 소유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화면 속 디지털 이미지를 소유한다는 개념이 없었지만, NFT를 작품에 적용하면 고유한 인식값을 지닌 디지털 자산이 되며, 작품의 소유권과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에 명시된다. 지난 3월 22일, 미국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신예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포토콜라주 작품이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팔렸다. 이 300메가바이트의 JPG 파일을 만든 비플은, 제프 쿤스(9,110만 달러), 데이비드 호크니(9,030만 달러)에 이어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경매가를 기록했다.(6)

 

혼합현실 아티스트 토크구-애-스트(QU-E-ST)

 

 

 

새로운 시대의 아우라

온라인 전시와 아트페어, 미술관의 각종 온라인 프로그램들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다. 기획자와 작가, 공간들의 새로운 시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퍼포먼스나 체험 등 소규모 관람 인원에 적합한 특정 전시에는 유리한 점 등 의외의 장점들이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작품과 정보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왔다는 평도 있다.(7) 기존에는 미술작품 판매가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면서 과정이 폐쇄적이고 가격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미술작품 판매의 정보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관람방식은 여전히 불편하다. 온라인 전시는 고화질 이미지를 로딩하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시간, 화면 내의 제한된 시야로 관람의 피로감이 크며, 공간감과 질감의 표현 문제 등으로 오프라인 관람의 감각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접근의 기회도 자본이나 정보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완전히 평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역 시스템이 운영되면서 스마트폰, QR코드 등이 편리하지만 모두에게 완전히 평등하지는 않다는 허점이 드러난 것처럼, 온라인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 역시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불평등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NFT 아트와 같이 실재하지 않는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의 문제점도 남아 있다. 이것은 미술작품으로서의 문제를 넘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그리고 가상의 지구를 만들어 가상 토지에 투자하는 메타버스 게임 ‘어스2(Earth2)’의 세계관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 ‘어스2’의 경우 제한된 영역을 가진 비트코인보다 더 실체가 없는 가상의 세계에 기반해, 그저 희소성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 호크니의 의견대로 실재하지 않는 것을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다면, 일순간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퍼포먼스나 형체가 없는 가상현실 작품 등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존재하기 어렵다. 때문에 디지털상에서 파일로만 존재하는 작품 역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것,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다. 한편 NFT 아트가 작가들의 생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만, 단순히 희소성만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돼버리는 현상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NFT 아트 붐이 일며 세계 최대의 NFT 시장인 ‘오픈씨(OpenSea)’에서 수많은 작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그 작품들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파일이면 무엇이든 작품으로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일까? 

아서 단토는 사물과 예술작품이 구분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의미’라고 했다. 작품이 어떤 사물을 일차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의 속성을 가지며 의미를 구체화할 때 비로소 예술작품이 된다. 뒤샹의 <샘>이 일반 변기와 달리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대담하게 미술관에 놓임으로써 기존 예술 질서에 도전하는 불경한 재치를 담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매체로 만든 작품, 온라인 플랫폼과 프로그램, NFT 아트와 같은 새로운 존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오프라인 세계를 모방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와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이전에 없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르는 디지털 문해력, 틈새에서 발견될 또 다른 불평등도 대비해야 할 테다. 

과거의 작품들이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 예술은 온라인을 통해 더 멀리 나아가고 산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과 급속한 환경변화로 인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게다가 원치 않는 출발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환경 속에서 디지털이라는 문법에 맞는 의미를 생성할 수 있다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도 독립된 세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로 이미지를 복제 가능한 시대에 이르러 예술작품이 가지는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한 평론가 벤야민의 말과 달리, 어쩌면 우리는 불시착한 이곳에서 새로운 아우라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김지연
문화평론가. 예술과 도시에 깃든 사람의 마음, 서로 엮이고 변화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범위를 한정 짓지 않는 글을 쓴다. 홍익대 예술학과와 경북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미술전문지 『그래비티 이펙트』의 미술비평공모에 입상했다. 미디어아트 전시 《뮤즈》 시리즈를 기획했고, 책 『마리나의 눈』, 『보통의 감상』을 썼다.


(1) ‘“NFT는 국제적 사기” 세계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침’, <중앙일보>, 2021년 4월 5일.
(2),(3) 홍이지, ‘동물의 숲에 등장한 모두의 박물관’, [언택트 시대의 미술], 지지씨(경기문화재단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2020년 11월 12일.
(4) 김지연, 『마리나의 눈』, 그레파이트온핑크, 2020, pp.155~156.
(5) 미팅룸,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 스위밍꿀, 2019, pp.146~148.
(6) ‘예술계가 주목하는 NFT, 넌 누구냐’, <경향신문>, 2021년 3월 21일. 
(7) ‘“비대면 시대”의 미술 플랫폼’, <아트인컬처>,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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