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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의 문화톡톡]확장되지 못하는 관계와 반복되는 고립-<플로리다 프로젝트>
[김희경의 문화톡톡]확장되지 못하는 관계와 반복되는 고립-<플로리다 프로젝트>
  • 김희경(문화평론가)
  • 승인 2021.05.1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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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엔 현대 사회의 모순을 가득 껴안은 채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인물이 나온다. 원초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자기운동을 하는 6살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다. 무니는 친구의 이름만 불러도, 트림만 해도 즐겁다. 하늘 아래를 질주하는 것도 좋고 혼자 욕조에서 목욕을 하는 것도 거뜬하다. 하지만 이는 고립으로 인해 매일 반복되고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자기운동으로 그려진다. 집이 없어 모텔 ‘매직캐슬’에 엄마인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머문 채 학교도 가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도, 관계도 더 이상 확장될 수 없다.

 
고립과 소외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현대 사회의 짙은 그림자와 같다.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랜드 맞은편에 있는 모텔촌은 디즈니랜드처럼 화려한 원색으로 꾸며져 있지만 이 안에선 다양한 형태의 소외가 일어나고 있다. 무니는 인근 모텔 ‘퓨처랜드’에서 만나 새롭게 친구가 된 젠시(발레리아 코토)를 데리고 다니며 매직캐슬 각 방을 소개하는 장면은 이를 잘 드러낸다. 무니는 여기 사는 누군가는 병에 걸려서 다리가 커졌고, 누군가는 체포를 많이 당했다는 식의 소개를 한다. 무니는 천연덕스럽게 얘기를 하지만 결국 각 방은 현실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도 한 공간에 모여있으니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만, 영화는 그 관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심지어 무니가 이곳에서 맺은 작은 관계조차 쉽게 해체되어 버린다. 무니는 모텔에 사는 딕키, 스쿠티와 친하게 지내지만 그들과 차례로 이별하게 된다. 딕키는 새로 머물 곳을 찾아 떠나게 됐으며, 스쿠티는 남아있지만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니와 멀어진다. 동일한 비참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에게 깊이 침투하지 못하고 더 큰 소외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극을 알기라도 하는 듯 무니의 자기운동은 다소 절제되어 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디즈니랜드에서 실컷 놀고 싶을 법도 한데, 무니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디즈니랜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동전을 구해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고 친구들과 나눠 먹을 뿐이다. 핼리가 훔친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함께 관광객에게 팔지만, 이 순간에도 자기가 들어가고 싶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환상을 환상으로만 간직하려는 것이다.


그런 무니를 훗날 디즈니랜드로 인도하는 것은 젠시다. 무니는 딕키, 스쿠티와 이별할 때 울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친해진 젠시와의 이별 앞에선 어린 아이다운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는 무니의 시선을 줄곧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젠시의 시선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젠시는 어른들로부터 온갖 핑계를 대며 얻은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무니와 스쿠티를 바라보며 살짝 표정을 찌푸린다. 이 행동을 민망해 하는 듯하다. 아직은 이들의 행동이 낯선 이방인의 시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젠시는 어느 순간 그들과 똑같이 행동을 한다. 어색하고 낯설지만 나름의 동질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영화는 시선의 전환을 통해 드러낸다.

 

무니와 젠시가 함께 디즈니랜드로 뛰어가는 마지막 시퀀스는 어쩌면 무니의 환상일 수 있다. 젠시가 무니의 얘기를 듣자마자 갑자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것 자체가 어색해 보인다. 젠시가 무니의 손을 먼저 잡고 뛰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움직임을 쫓는 카메라워크도 심하게 흔들린다. 자신의 곁을 계속 지켜준 젠시가 자신을 이끌고 현실의 가장 반대편으로 가주길 바란 무니의 간절함이 환상으로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무니와 핼리를 묵묵히 지켜준 바비(윌럼 더포)도 모녀의 헤어짐을 막진 못했다. 어른들조차 해줄 수 없는 일을 마지막 남은 친구인 젠시가 해줄 것이라 믿는 무니의 약하고도 간절한 희망은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 아닐까.

*사진: 네이버영화

 

 

글 · 김희경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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