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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비추는 한 줄기 희망의 빛
프랑스를 비추는 한 줄기 희망의 빛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21.06.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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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개월, 프랑스 정계는 우리가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려주는 잡다한 기사들과 이런 공포스러운 상황을 틈타 활개 치는 극우파를 ‘저지’하라는 극적인 지령들로 점철될 것인가?(1) 현재로서는 2022년 대선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이런 전개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마린 르펜과 에마뉘엘 마크롱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지방선거 1차 투표의 기권율이 무려 66.72%에 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선거구 구획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우파 선거운동에 대한 반감 또한 컸다. 극우파는 지역별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오늘날 프랑스의 핵심 화두를 안전, 범죄, 이민 3가지라고 민중을 세뇌시키며 선동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내년 봄에 예정된 2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이 승리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상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의 득표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263만 2,000표에 그쳤다. 이는 2015년 12월 선거 때 601만 9,000표를 얻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이 넘는 무려 56.3% 의 표를 잃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만 보고, 프랑스의 파시즘 세력이 앞으로도 계속 기가 죽어 지낼 것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마크롱이 구상한 작전의 (일시적인) 실패는, 정부의 주요 장관들뿐만 아니라 마크롱을 지지하는 정당들, 특히 하원의 과반석을 차지한 정당들도 참혹한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한 결과다(평균 11%, 등록된 유권자의 3.66%). 2021년 프랑스 테니스 오픈의 준결승 경기를 관람객들이 끝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야간 통금시간을 늦춰줄 만큼 단독적인 국정운영을 선호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런 결과는 가혹한 심판처럼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높은 기권율, 그리고 정부관료 출신 후보자들의 약진으로 대변되는 관성의 힘에만 주목하다 보면, 지역별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 선거결과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을 수 없다. 모든 것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지금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인 듯하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후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이 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조명해 왔다.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공식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연간 784~866건이었다. 1일 평균 2.3건인 셈이다. 대형 사건과 망상을 먹고 사는 뉴스 채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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