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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너에게 집중해”, 솔직한 마음에 귀 기울이기 : <라켓소년단>(SBS)
[문선영의 문화톡톡] “너에게 집중해”, 솔직한 마음에 귀 기울이기 : <라켓소년단>(SBS)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1.07.1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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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해남서중의 라켓소년단이 그렇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16살의 아이들이 있다. 드라마<라켓소년단>(SBS, 정보훈 극본, 조영광 연출)은 오랜 시간 소년체전 예선조차 출전하지 못하고,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 속에서 겨우 팀 해체만을 모면하고 있는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라켓소년단>은 해남서중 배드민턴부가 팀 해체를 막기 위해 시작한 소년체전 도전 과정을 중심 이야기로 두고 있다. 드라마는 비 인기종목이며 더군다나 오랜 시간 동안 자랑할 만한 성적도 거두지 못해, 학교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인 체육부서, 충족 인원 4명이 전부인 배드민턴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중3 아이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지만, 단지 16살 인물에 제한된 관점을 두지 않는다. 비 인기종목 배드민턴부,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한 인물, 소외된 농촌 마을 등 세상의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의미 있고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라켓소년단>의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꾸밈이 없고 솔직하다. 이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추지 못한다. 드라마는 표정과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이 다 드러나는 인물들이 문제적 상황에 봉착했을 때 해결하는 과정을 발랄하게 풀어간다. 서울에서 야구 재능을 인정받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다가 해남으로 이사 온 윤해강(탕준상 분)은 야구 뿐 아니라 배드민턴에서도 재능을 인정받는 스포츠 영재이다. 해강은 해남서중의 배드민턴 코치로 부임한 아버지 윤현종(김상경 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드민턴부에 들어가지만, 자신의 목표는 야구에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집안 형편이 나아지면 도시로 돌아가 야구의 꿈을 펼치겠다는, 해강에게 해남서중의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관심 밖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강은 배드민턴부 방윤담(손상연 분), 나우찬(최현욱 분), 이용태(김강훈 분) 3명을 만나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는다. 해강은 그들과 운동을 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여 경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다. 해남서중 4명의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격려하며 함께 하는 동료이자 친구가 되어간다. 그들은 개인이 아닌, 함께 있어야 가능한 ‘라켓소년단’이 된다.

 

출처: SBS '라켓소년단' 홈페이지
출처: SBS '라켓소년단' 홈페이지

드라마에는 ‘라켓소년단’이 벌이는 귀엽고 발랄한, 때론 진지한 행동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라켓소년단>은 드라마의 이름이 말해주듯 여럿이 함께 하나의 목표나 결과를 향하는 서사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라켓소년단’일 때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해강, 윤담, 우찬, 용태로도 의미 있는 존재들이다. 드라마는 이들이 ‘라켓소년단’을 떠나 한 명의 개인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도 세심하게 제시한다. ‘라켓소년단’ 이외 해남여중 배드민턴부 한세윤(이재인 분), 이한솔(이지원 분) 등 16살의 아이들은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온 힘을 쏟는다. ‘나’의 마음을 알고, 솔직해질 때 타인도 이해할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의 특성과 16살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결합시킨 성장드라마이다. 배드민턴은 개인전, 단체전으로 나눠 있어서,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한 팀 안에서의 역할도 중요한 스포츠 중 하나이다. 개인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집중도 해야 하지만 단체 경기에서는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배드민턴에서 단체전은 나를 돋보이는 경기가 아님을 인정하고 때론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라켓소년단>은 16살의 아이들을 통해 ‘나’에 집중하면서, 때론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집중해야 하는, 과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세상을 맑고 투명하게 대하는 주요 인물들로 인해 단순해보이기도 한다. 배드민턴밖에 모르는 16살의 아이들이 그렇고, 주변의 어른들이 그렇다. 따듯하고 선한 마음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물론 예외의 인물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이며 해남에 머무는 사람이 아닌, 외지인으로 잠깐 들리는 인물이다.)해남의 작은 농촌 마을이 주요 공간인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해남의 땅끝마을은 실제 거주민이 몇 되지 않은 작고 조용한 곳이다. 이곳은 푸른 산과 노을지는 바다. 마당이 있는 집, 낮은 담벼락 등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의 풍경과는 다르다. <라켓소년단>의 16살의 아이들은 합숙소인 해강의 집에 와이파이가 설치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데이터 걱정 없이 신나게 게임을 하기 위해 찾기 시작한 오매 할머니(차미경 분)집 작은 방은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해남의 작은 마을은 느린 와이파이 속도만큼 일상의 리듬도 느리다. 치열한 도시의 일상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해남 작은 마을의 느림을 단순히 정체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마을에는 가장 열정적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16살의 아이들이 있다. 또한 무심한 듯 누군가를 관찰하고, 필요한 순간 뜨겁게 움직일 줄 아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출처: SBS '라켓소년단' 홈페이지
출처: SBS '라켓소년단' 홈페이지

 

해남의 사람들은 도시의 빈곤한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이사 온 해강 가족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을 포기하기 위해 서울에서 도망친 도시 부부(정민성, 박효주 분)를 향한 작은 관심들은 다시 살아갈 희망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물론 서로에게 무관심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외지인(해강 가족, 도시 부부)에게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낯설고 불편하다. 귀찮을 정도로 간섭하는 홍이장(우현 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무뚝뚝한 오매 할머니, 외지인이라면 무조건 혐오하며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신여사(백지원 분) 등 반응의 정도만 다를 뿐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알고 싶어 하는 이 마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라켓소년단>은 타인의 간섭이 관심으로, 무례함이 배려로 이해되는 과정을 제시한다.

“나에게 집중해. 나에게 귀 기울여봐. 세상은 너에게 차갑고 시린 아픔을 줄지도 몰라. 하루 살아내기가 힘겨울지도 몰라. 그땐 내 말을 기억해. 넌 혼자가 아냐. 나에게 집중해. 나에게 귀 기울여봐. 세상은 너를 몰라도 결국 너는 환하게 빛날테니. 너의 길을 가렴. 절대 초라해지지마. 항상 니 곁에 있을게. 나를 잊지마.”(Focus on me, 커피소년, <라켓소년단>OST)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단지 ‘라켓소년단’이 뛰고 놀고, 자신의 꿈을 향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만을 담고 있지 않다. <라켓소년단>에는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16살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어른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려는 이 드라마는 따듯할 수밖에 없다.

 

 

글 · 문선영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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