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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자본주의에 문제제기하는 정치 행위
ESG는 자본주의에 문제제기하는 정치 행위
  • 조승환ㆍ김현서 기자
  • 승인 2021.07.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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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ESG청년포럼, 안치용 ESG연구소장 ‘자본주의와 ESG’ 주제 온라인 강연

 

“ESG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정치 행위이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사무실에서 자본주의와 ESG’를 주제로 제5ESG 청년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안치용 ESG연구소장 겸 생활ESG행동시민행동본부장이 연사로 나서 자본주의의 문제적 흐름에 맞서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 중심에 ESG가 있다고 말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자로, 생활ESG는 기업경영과 투자 영역의 ESG를 시민·국가·시장이 모두 참여하여 기후위기, 사회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의 시민행동이다. 포럼은 시민행동본부 산하 ESG청년플랫폼과 지속가능바람 대학생기자단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안치용 ESG연구소장

 

강연에서 안 소장은 자본주의를 시장 경제와 시장 사회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문제점을 적시하고, 그 대안으로 ESG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태를 자조하며 운을 뗀 안 소장은 자유시장의 허상을 비판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유통·분배가 자율적으로 조정된다는 시장의 믿음이 지배하는 체제이며, 그 기저에는 자유시장(free market)'이라는 허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유시장은 왜 허상인 것일까. 안 소장은 자유시장의 믿음과 달리 경제가 정치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진영은 시장이 자기 조정 기능을 갖추기 위해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경제는 소위 밥그릇을 나누는행위로서 분배 논의와 직결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정치 행위를 수반하기에 모순이 발생한다. 안 소장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기관으로서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제반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사회 내 힘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시장 행위자(player)의 활동을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시장이 허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안 소장은 자유시장을 토대로 한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우리 사회는 시장사회화하였고, 시장사회로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사회가 야기하는 가장 근본적 문제 중 하나로 그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가격(price) 혹은 교환가치 중심적 사고방식을 지목했다. “시장 사회는 과거를 적분하고,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수치화하여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거래 가능성으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이는 토플 점수를 올리거나 스펙을 쌓고, 좋은 학점을 쌓아야 하느라 역사 공부할 시간이 없는 20·30대의 현실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안 소장은 시장 사회가 모든 것을 거래대상으로 환원하면서 도덕적 판단과 정치 공론을 질식시킨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시장은 모든 재화와 용역을 효율성과 시장 논리로 계량하는데, 그 과정에서 공정한 분배를 위시한 도덕적 판단은 결여된다. “공정성은 평등하지 못한 조건을 조정하는 과정을 수반하는 점에서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와 토론이 필수적인데, 시장 사회에서는 원칙을 정하는 토론이 없이 현상에 매몰되게 된다. 이후 정치 공론이 없어진 자리를 금권 과두제가 넘겨받아 경제가 정치를 대체한디고 안 소장은 비판했다.

제5회 ESG청년포럼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 소장은 자본주의 사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자본 시스템이 시장 질서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며 시장 사회를 만들고, 시장 사회가 확산하면서 정치를 복속시킨다. 공론의 장이 없으니 이해관계가 다른 개인이 의견을 공유하지 못하는 개별화가 진행되며, 시장화ㆍ상품화 논리로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게 되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의 귀결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설명한 후 안 소장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현실적이고, 시장사회를 저지할 실현가능한 수단으로 ESG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SG는 자유시장의 문제점, 즉 가격과 거래가 공정하다는 거짓말과, 수치화와 개별화, 정치담론의 종식에 대한 소극적 반론과 현실적 문제 제기로서 등장했다.”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는 기준으로 시작했고, 재무성과만을 중시하는 시장 경제의 관점에 반기를 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회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이다. 안 소장은 기존 기업평가에서 수치화하지 않았던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가 계량화하면서 ESG가 자본주의적 획일적 발상에서 벗어날 계기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정치 행위, 토론이며 그렇게 될 때 생활ESG란 말을 쓸 수 있다며 강연을 끝맺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ESG의 중요성에 관한 안 소장의 강연은 포럼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송휘수(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3) 씨는 원래 개인적으로 이 사회와 자본주의에 대해 느끼던 감정을 안 소장 강연에서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경진(동국대 북한학과 3) 씨는 시장 사회 속에서 위축되고 있는 사회 공론을 미미하나마 포럼을 통해 지켜나가며 생활ESG 의제를 확산하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조승환ㆍ김현서(ESG청년플랫폼 소속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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