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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추억보다는 현실을 담아낸 <아-하: 테이크 온 미>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추억보다는 현실을 담아낸 <아-하: 테이크 온 미>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1.09.2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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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비디오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래 ‘테이크 온 미’로 유명한 노르웨이 출신 그룹 아-하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아-하: 테이크 온 미 a-ha: the Movie>(토마스 롭삼, 아슬레우 홀름, 2021)가 9월 22일 개봉됐다.

 

<아-하: 테이크 온 미> 포스터

‘테이크 온 미’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던 1985년을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추억을 떠올리는 영화일 거라 예상하며 영화를 봤다. 아-하의 데뷔 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다루고, 그들의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순간순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 예상과 비슷하나, 예상을 빗나간 부분도 많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아-하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 추억보다 현실

이 영화는 추억이나 과거의 영광보다는 현실에 집중한다. 아-하의 세 멤버 모튼 하켓, 마그네 푸루홀멘, 폴 왁타가 여전히 전 세계를 무대로 공연을 펼치며 활동 중이니 당연한 일이다. 아-하는 현재 기준, 해체하거나 은퇴하지 않은 활동 중인 그룹이고, 이 영화는 그런 그들을 다룬다.

 

<아-하: 테이크 온 미> 스틸 - 공연 중인 요즘의 아-하

1974년 어린 시절, 1982년 데뷔 시기와 활발한 활동, 1994년부터 3년간의 휴식, 1998년부터 활동 재개, 2010년 해체와 2015년 재결합 등의 과정을 거치며 그들이 겪어낸 시간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땐 그랬지’ 식의 추억담에 머무르지 않는다.

옛 자료 영상과 뮤직비디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세 멤버의 인터뷰가 교차로 편집되고, 프로듀서, 사진작가 등의 당시 관계자, 부인 등 주변 사람의 인터뷰도 추가된다. 그렇게 그들의 긴 세월은 현재의 본인과 주변인의 시선에서 설명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룹 아-하의 현실과 멤버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lt;아-하: 테이크 온 미&gt; 스틸 -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중&nbsp;
<아-하: 테이크 온 미> 스틸 -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중

영화는 무대 위 마이크, 기타, 키보드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아직 객석은 비었고, 암흑이다. 세 멤버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무대 뒤 대기실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함께 있지 않다. 공연 후에도 세 멤버는 각기 다른 차량으로 공연장을 떠난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인터뷰 역시 각각 촬영된 개별 인터뷰다. 그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무대 위와 연습실, 그리고 자료 영상에서만 볼 수 있다.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하는 세 멤버의 모습이 어색한 건 아니다. 의견이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아내고, 공연은 매우 멋지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다고, 반드시 가족이나 가장 친한 친구 같은 관계일 거라는 예상이 오히려 편견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들이 영화 속 인터뷰에서 한 말을 빌자면, 세 멤버는 음악으로 연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리고 새 앨범을 내는 데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아직 자신들의 대표곡이 나오지 않았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 뮤직비디오 같은 다큐멘터리영화

이 영화는 영상 스타일에서도 예상을 벗어난다. 다큐멘터리영화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시각 효과가 등장하는데,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에서 사용되어 화제가 됐던 ‘로토스코핑’ 기법이 이 영화 곳곳에 사용됐다. 실제 촬영된 모습과 애니메이션 그림처럼 로토스코핑 처리된 모습은 영화 처음부터 뒤섞인다.

 

<아-하: 테이크 온 미> 포스터

영화가 시작하면 무대 위 마이크, 기타, 키보드가 보이고, 각자의 대기실에 있던 멤버들이 보인다. 뒤이어 리허설과 공연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때 흐르는 ‘테이크 온 미’에 맞춰 뮤직비디오와 과거 공연 모습, 현재 공연 모습까지 교차 된다. 그리고 로토스코핑까지 추가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영상에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마저 사라진다.

‘테이크 온 미’의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과도 뒤섞이니 또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1974년 노르웨이 오슬로로 거슬러 올라간 그들의 어린 시절 역시 같은 기법으로 표현되어, 아기자기한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다.

영화 내내 옛 영상 자료와 뮤직비디오는 그들의 음악과 함께 활용되는데, 거기에 현재의 인터뷰가 추가되고, 중간중간 로토스코핑까지 입혀지니 뮤직비디오 같은 다큐멘터리영화나 해설이 있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시청각적으로 화려해서일까? 따로 또 함께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현재 관계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기대하게 된다. 뭔가 동화처럼 해피 엔딩일 것 같다. 

 

- 무대 밖, 영화 밖 온라인 세상의 아-하

<아-하: 테이크 온 미>를 보고 난 후, 검색을 좀 해봤다. 그리고 또 한 번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의 현재 활동은 미디어와 플랫폼을 매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라온 아-하의 정보와 콘텐츠가 꽤 많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작년 4월 이후 공연 활동이 중단되었지만,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와 있는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 등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11년 전에 올라온 ‘테이크 온 미’ 4K 리마스터링 뮤직비디오는 현재 13억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모튼 하켓은 영국판 <복면가왕>에 출연해 전신 바이킹 탈을 쓰고, ‘테이크 온 미’를 비롯해 여러 곡의 노래도 불렀다. 이 영화를 통해 예전 공연, 요즘 공연, 우리가 아는 버전, 이전 버전, 언플러그 버전 등등 여러 버전의 ‘테이크 온 미’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면 버전’까지 접했다.

 

<아-하: 테이크 온 미> 스틸

추억할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가, 여전히 싸우면서도 함께 공연 중이라는 사실을 매우 화려한 영상을 통해 확인하며,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던 중에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9월 20일 아-하의 공식 홈페이지, SNS 계정에는 2022년 가을 새 앨범과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이 영화 속에서 첨예하게 엇갈리던 새 앨범 작업에 대한 멤버들의 의견이 드디어 일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공연 일정도 발표됐고, 입장권 판매도 이미 시작되었다.

기약 없는 기대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1980년대 그들의 데뷔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번엔 그들도 인정하는 대표곡을 탄생시키길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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