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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B마트 직원에 ‘산재포기’ 강요에도... 배민 “회사 책임 아니다” 발빼
배민 B마트 직원에 ‘산재포기’ 강요에도... 배민 “회사 책임 아니다” 발빼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10.2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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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의제기 말라’... 불법 계약 논란
‘대기업 고질병’ 답습하나... “책임은 하청에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B마트(이하 배민 B마트) 물류센터 직원들이 ‘산업재해 보상 · 4대 보험 가입 포기’ 내용이 담긴 불공정한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배민 B마트 물류센터 직원들이 받은 동의서’는 다음과 같다.


ㄱ업체에서 근무하는 본인000은 근로기준법상 4대 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4대 보험료에 따른 급여 차감 분이 부담되어 납입을 원치 아니하여 ㄴ업체에 4대 보험료를 차감하지 아니하고 급여와 함께 수령해 달라 사정하여 본사에서는 4대 보험을 본인 부탁대로 가입하지 않으며, 단 소득세 3% 주민세 0.3% 총 급여의 3.3% 차감에 동의하며 급여와 함께 수령하겠습니다. 그에 따른 4대 보험 권한 및 산재사고의 보상을 포기함과 동시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ㄴ업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을 문서로 각서 날인입니다. 또한 3일 이상 근무하지 않을 시 급여가 갑사로부터 지급되지 않아 본사에서도 급여를 지급할 수 없음을 이해하며 1일 미만 근무 퇴사 시 교육으로 간주하여 최저시급으로 받음을 동의함에 서명 날인합니다.


해당 동의서는 배민 B마트를 운영하는 ‘우아한 청년들’의 하청업체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 청년들은 물류센터 운영을 ㄱ용역업체에 도급하고, 이 업체가 다시 ㄴ파견업체와 계약해 인력을 공급받고 있다.

 

 

일하다 다쳐도, 죽어도, 책임은 ‘노동자’에게?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배민 B마트 물류센터 직원들이 받은 동의서’를 공개했다. / 출처=류호정 의원 홈페이지

류 의원은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이 동의서를 “불법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측에서 4대 보험(국민연급,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적용 대상 근로자에게 보험 가입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업무로 인한 사망 · 부상 등의 피해를 입었을 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동의서에서는 ‘산재사고의 보상을 포기함과 동시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을 명시해 업무 중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 돌렸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의 미가입을 강요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게 된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밖에 동의서는 근로자가 ‘소득세 3% 주민세 0.3% 총 급여의 3.3% 차감에 동의’하도록 했는데, 이는 근로자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고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근로자는 회사에 종속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상대적으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류 의원은 “우아한 청년들이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 했던 것”이라며 비판했다.

3일 이상 근무하지 않을 시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조항 역시 무급노동을 용인하는 내용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한 만큼의 임금을 지불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근로기준법 109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책임은 하청업체에 있다”

대기업 악습 그대로 따라가는 ‘공룡 배민’

 

‘우아한 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배민 B마트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즉시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출시된 B마트는 지난해 매출 1477억원을 달성하며 1년만에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대했다.

이처럼 ‘공룡 플랫폼’이라 불리며 시장 판도를 뒤바꾸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기존 대기업의 악습을 반복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바로 하청업체에 문제를 떠넘기고 꼬리를 자르는 행태다.

20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 측은 <본지>의 취재에서 “문제가 된 계약서에 대한 책임은 하도급 업체에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선을 그었다. 계약서 작성 등은 하도급을 받은 협력사에서 한 일이며, 배민 측에서는 운영 관련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하청업체가 아닌 ‘배달의 민족 B마트’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인 만큼, 사회적 물의에 대한 책임 회피는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류 의원은 앞선 국정감사에서 배민의 하청계약에 대해 “여기서 일하다가 사고 나면 우리 회사 직원 아니니까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바 있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 상품이 배달되고 있다. 2021.5.24 / 출처 = 뉴스1

배민의 불안정한 고용 역시 비판받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은 비정규직 비중이 86%인 사업장이다. 기간제 노동자 837명,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158명, 도급·용역·파견 등 소속 외 노동자 194명으로 공시돼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계약서 관련 문제를 일으킨 하도급과의 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고 밝히면서, ‘기존 하청업체와 계약했던 근로자들의 처우는 어떻게 된 것이냐’는 <본지>의 질문에는 “하청업체 측에서 관리하는 부분으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근로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남에도, 우아한 형제들 측은 직접 고용 전환 등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미정이다”고 말했다.

배민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돌렸고 하청업체는 노동자에 책임을 돌렸다. 그 결과 노동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아한 형제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와는 하청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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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