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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vs. 마크롱
윤석열 vs. 마크롱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21.12.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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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보면, 프랑스 정치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사회당 출신 대통령에 의해 30대에 재무장관으로 벼락출세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자신을 임명한 프랑수아 올랑드와 각을 세우며 뛰쳐나가 대선에 출마한 것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에 의해 초고속 승진해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이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뛰쳐나가 대선에 뛰어든 것은 닮은 꼴이다. 

마크롱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담아낼 새로운 당을 창당함으로써, 프랑스의 오랜 양당체제, 즉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정치적 소신 없이 고액연봉과 특혜를 누리는 ‘직업인으로서의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끼던 청년층은 환호했다. 올랑드 정부는 이름만 사회당이었을 뿐 규제완화, 민영화, 친기업 반노동정책, 복지축소 등 우파정권과 대동소이한 정책을 내놓아 전통적인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그렇다고 우파 유권자들의 환호를 받은 것도 아니다.

올랑드의 사회당은 좌파와 우파 지지층, 진보와 보수지지층 양쪽 모두에게 외면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마크롱은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올랑드가 재선에 도전도 못할 만큼 사회당의 인기가 바닥을 치자, 올랑드 정부의 경제자유화 정책을 주도하던 마크롱은 탈당했고, 전진당(En Marche)을 창당했다. 사회당 내의 중도파들이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고, 공화당 내 중도파들도 그를 지지했다. 

마크롱 개인의 능력도 큰 몫을 했다. 마크롱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는 대담한 행보를 보이며, 프랑스와 유럽의 자부심을 수호하는 총아로 부각했다. 그가 새롭게 만든 전진당도 총선에서 의석의 70% 이상을 석권했으며, 무엇보다도 당선자들 대부분이 정치 신인이었다.  

 윤석열의 대선 출마는 문재인 정권의 인기 하락에 기인하지만, 자신의 오랜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현실정치에 투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선배 기수를 뒤로 하고 초고속 승진을 시킨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웠으나,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 비전을 담을 새로운 당을 만들지 못하고, 자신이 한때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휘두르며 박살낸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오로지 대통령, 그 자리가 탐나서 아닐까? 더욱이 그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격인 박근혜를 구속해 지금까지 감옥에 가둔 자다. 대통령만 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고,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오산이며, 정치의 퇴보다. 요즘 윤석열의 입을 보면, 국민의힘 계보에서도 가장 극보수집단에서나 나올 법한 종합부동산세 폐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노골적인 친미·친일·반중 정책 등이 나온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검찰총장까지 지낸 그가 오로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현 정권과 무리한 ‘차별화’를 위해 특정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듯해 안타깝다.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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