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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6) - K-퍼블리케이션의 가능성
창간 13주년 연중기획 (6) - K-퍼블리케이션의 가능성
  • 김성신 l 출판평론가
  • 승인 2022.03.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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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6]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
총론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팝 : 임진모 음악평론가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공간 ‘필름통’ 대표
드라마 : 김민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웹콘텐츠(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 신정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기획위원장, 방송작가 
문학 :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월간 ‘쿨투라’ 편집주간 
출판 : 김성신 출판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출판위원장 
게임 : 
남기덕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미술 : 김원숙 미학박사, 예술 비평가 
연극 : 이은경 연극평론가 
무용 : 정옥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무용 연구자 
뮤지컬 : 최여정 문화평론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트코로나 콘텐츠기획단 팀장 
전통공연예술 :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 예술위원 
클래식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오페라 :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제언 – 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출판’이라는 것에 대해

책의 역사는 BC 3000년경 이집트의 파피루스로부터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무려 5,000년 이상 흐른 오늘날까지 책은 기능상으로나, 형태상으로나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매우 특이한 발명품 중의 하나다. 물론 서기 1세기경 중국에서의 종이의 발명이나, 14세기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은 장구한 책의 역사에서 대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혁신도 이미 존재하고 있던 책의 본질적 요소가 진보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산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출판은 바퀴와도 비슷하다. 바퀴를 단 탈 것의 흔적은 BC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유럽지역의 문명들에서 발견됐다. 책과 바퀴는 처음의 기능이나 형태면에서 수천 년이 지나도록 크게 바뀐 것이 없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출판은 지난 수백 년만 보더라도 문자로 기록된 것을 인쇄하고 책의 형태로 제본해 대중에게 유통하는 시스템을 거의 변함없이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책’이라는 발명품이 가진 완결성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랜 세월 동안 변화를 요구받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 출판산업의 퇴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식이 필요 없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의 지적 가치가 문자로 기록되고 저장되는 일이 멈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식의 양은 광대무변으로 늘어간다. 그리고 이것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만들며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의 출판산업은 급격하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광속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환경에, 화려하고 다양해진 뉴 미디어, 엄청난 자본을 무장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들의 등장 등등의 이유 때문에 출판산업이 독자를 잃었다는 해석은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다. 만약 이런 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 속에서 출판산업이 붕괴한다면, 문명의 근간을 이뤄온 지식산업은 과연 어떤 형태로 유지될 것인가. 

 

출판의 붕괴? 붕괴하는 것은 출판‘산업’

출판업의 업태 구분은 놀랍게도 ‘제조업’이다. 과거에 LP레코드 판이나 테이프, CD등을 만들어 판매하던 음반사도 역시 제조업이었다. 책이나 음반과 같은 물건을 제조하고 그것을 판매해서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산업구조를 보면 업태가 제조업인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21세기의 독자들은 이전 세기보다 훨씬 많이 읽고 있으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소셜 커뮤니티 등에 개재된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양을 모두 더하면 사용자들은 연간 수백 권의 책을 읽는 만큼의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 다시 책으로』의 저자 메이런 울프가 책에서 인용한 UCSD(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정보산업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동안 각종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량은 약 34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영어 단어 10만 개에 해당되는 양이다. 또 어디선가는 소셜 커뮤니티를 매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평균 문자 작성량을 조사했더니. 매년 책 한 권 이상 분량의 문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인류와 문명이 멸망하지 않는 한 정보와 지식과 서사를 부가가치로 순환시키는 지식생태계가 사라질 일은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 출판산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어디서나 운영이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왜일까.

오늘날 실로 엄청난 규모의 지식과 정보와 서사가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더 크고 더 많이 이동하고 있지만, 이젠 책이 아니라 다른 매체들을 통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출판산업의 급격한 쇠퇴의 원인은 여전히 출판산업이 ‘종이책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산업구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이렇게 세상이 바뀐 판에 출판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오늘날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을 만들어낸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만 해도 Publication이 극적으로 진화한 하나의 갈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NFT 기술개발과 이와 관련한 산업 트렌드는 출판산업 주도한 것이 아니다. 출판산업이 하는 일이라곤 ‘NFT 비즈니스로 돈 많이 번 사람들’ 류의 책이나 펴내는 데 그치고 있다. 

 

K-팝에서 K-퍼블리케이션까지

출판산업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K팝에 이어 한국산 웹툰(온라인으로 구현되는 만화)과 웹소설(온라인 기반으로 연재되는 소설)이 '콘텐츠 한류'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종이책 만화, 소위 순수문학 중심으로 돌아가던 대한민국 문학 시장 분위기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웹툰과 웹소설이 침체된 문학 콘텐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서브컬쳐' 즉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웹 콘텐츠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은 특별한 자격없이 누구나 쉽게 제작해 공개하거나 연재할 수 있어 수요와 공급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웹툰과 웹소설 모두 인터넷 댓글로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며 줄거리를 바꾸는 등 새로운 문화를 이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인터넷망을 가진 대한민국은 웹툰, 웹소설이라는 분야에서 현재 세계 최고의 작품들을 생산하며 전 세계의 청소년 문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웹소설과 웹툰은 침체됐던 출판과 만화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00억 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2018년 4,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2020년에는 6,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실로 놀라운 속도로 놀라운 규모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편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했다. 네이버 웹툰의 미국 서비스인 라인웹툰과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각각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의 웹툰이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의 투자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지며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작품들이 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는 큰 성과를 내면서 웹툰과 웹소설의 위상은 이제 문화산업의 중심부로 들어왔다. 

 

K-퍼블리케이션, 어디쯤 가고 있나?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 규모를 반영하듯 최근 국내 대표 만화·도서 관련 행사들 역시 웹툰과 웹소설을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9월에 열렸던 아시아 최대 만화 전문 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는 이번 축제 프로그램 대부분을 K-웹툰을 조명하는 데 할애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역시 웹툰과 웹소설을 통한 출판업계의 새로운 부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트렌드만 쫓는 자극적인 하위 장르 정도로 인식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웹툰과 웹소설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 미디어의 흐름인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식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 가능한 콘텐츠란 장점 외에도 우리의 웹툰과 웹소설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작품성까지도 출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여러 대학에 웹툰·소설학과가 생기며 전문 교육이 시작됐고, 신진작가들이 대거 유입되며 작품 완성도까지 높아지면서, 문화적 파괴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단기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대재생산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거대한 산업으로서 계속 발전해나가고 앞으로도 우리가 주도해 가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오늘날 세계적인 흥행을 이뤄내고 있는 K-웹툰과 웹소설을 놓고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처럼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청년 세대가 ‘뼈를 갈아 넣어’ 만든 ‘세계적 차원의 문화적 성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존중심이 필요하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을 이루는 전체적인 구조를 하나의 생태계로서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고 보호하려는 ‘생태적 인식’이 필요하다. 자연생태계와 똑같이 문화 생태계 역시 종 다양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이에 따라 운 좋은 극소수의 작가에게만 부와 영광이 몰리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생태계를 로또처럼 운영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한국대중음악산업의 변모

대중음악이라는 문화 생태계에서 1990년대까지는 음반제작사가 절대적 지위를 누렸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존재를 대중 앞에 드러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하며 가장 유력한 창구가 음반이었고, 대중들이 대중음악을 접할 수 있는 지점도 대부분 음반을 통해서였다. 이런 환경에서 음반제작사는 당연히 그 생태계 속에서 절대적 권력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와 함께 시장이 급변했다. 음악을 구현하는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다양해졌고, 미디어 매체도 다양해졌으며 인터넷을 통해 음원 시장이 새롭게 형성됐다.

무엇보다 MP3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의 대중음악산업은 순식간에 붕괴 조짐까지 보였다. 당시 음반제작사들은 인터넷에서 무한 복제되며 퍼져나가는 MP3에 속수무책이었고, 정부에 법적 규제를 읍소하는 정도로만 대응했다. 당시 그들의 논리는 ‘우리가 망하면, 한국의 대중음악계는 사라질 것이다’였다. 하지만 거대한 시대적 변화의 조류는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완전히 틀린 예측을 했다.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은 음반제작사들이 패권을 잃은 후 한동안은 부침과 침체를 겪었지만, 이후 오히려 세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중음악은 K-컬쳐의 주도적 분야로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새롭게 변한 환경을 주도하지도 적응하지도 못한 음반제작사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그 역할이 매우 작아졌다. 과거 음반제작사들이 움켜쥐고 있던 대중음악 시장의 권력은 이제 연예기획사 혹은 매니지먼트사가 가져갔다. 음반이라는 유형의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대신 대중성과 이미지라는 무형의 콘텐츠 생산과 새로운 유통구조를 건설하는데 주력한 쪽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중음악 시장의 이런 변화는 출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출판은 20세기 말의 음반사와 거의 같은 선택 앞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출판은 ‘책’이라는 유형의 상품 제작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즉, 무형의 ‘지적 가치’를 훨씬 더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하고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궁여지책만이 아니다. 종이책 인쇄물 유통의 구조에서 벗어나 저술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신속하게 수용할 경우 출판으로부터 시작되는 엄청난 규모의 2차 저작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출판산업의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거대해질 수 있다.

 

새로운 시장, 저술가 매니지먼트

출판은 생태계다. 즉 콘텐츠 생산의 영구 지속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은 다양한 콘텐츠 생산의 형태 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위치에 놓여 있는 산업이다. 출판은 한 사회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와 서사가 문자로 저장돼 가장 방대한 규모로 유통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출판산업의 오랜 전통 속에서 지식사회를 지탱해온 거의 모든 인적 구성원들이 상호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출판은 그 속성상 콘텐츠 생산이 영구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 일종의 생태계라는 것이다. 콘텐츠인 ‘음악’ 혹은, ‘음악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제조물인 ‘음반’에 집중함으로서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잃은 음반제작사의 전철을 한국의 출판산업은 반면교사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제 출판산업계 내부에서도 연예계의 매니지먼트사나 기획사처럼 콘텐츠와 콘텐츠 생산자에 집중하며, 책 그 자체보다는 작가 브랜딩 등의 방식으로 ‘저술가 자체를 총체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내용’으로 업무를 혁신할 수 있다. 벌써 발 빠른 대응을 해가는 출판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출판사 편집자가 소셜 커뮤니티의 셀럽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는 현상도 이런 출판산업의 구조적 혁신과 변화의 중요한 징조다. 일선 출판편집인들의 업무 내용과 역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는 책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 정보, 서사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전환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기는 하다. 

하지만 신뢰할만한 성공사례나 패러다임이 제공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적응하는 출판산업의 특성상 그리 오래지 않아 양질전화 차원의 대단한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즉 출판산업이 지난 수백 년간 지켜오던 제조업을 벗어나 ‘저술가 기획’, 혹은 ‘저술가 매니지먼트’라는, 차원이 다른 산업형태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출판산업이 지금까지처럼 책 출간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수단’으로 삼아, 그 책을 쓴 저술가의 사회적 위상(유명세, 지명도 등)을 최대치로 확대하는 형태로 업무를 추진한다. 이로써 발생하는 모든 부가가치를 상호 계약에 의해 저술가와 출판기업이 함께 추구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의 연예기획사와 거의 같은 구조인데, 연예인뿐만 아니라 출판을 기반으로 삼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전문가와 지식인들을 포괄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오늘날의 출판산업

오늘날 출판산업은 대단히 큰 호재와 악재가 겹쳐서 닥친 모양새다. K-컬쳐의 위력은 출판산업에도 분명히 큰 호재다. 웹툰과 웹소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출판 저작물들의 해외 수출 물량은 십여 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문화의 속성은 마치 물과 같다. 항상 더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흘러간다는 면에서 그렇다.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졌기에 우리로부터 전 세계로 문화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호재라면 종이책 제조업 형태로만 돼 있는 출판산업이 시대에 의해 업태의 변경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사업의 본질이 바뀔 수 있는 거대한 변화. 큰 변화에는 큰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이를 악재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시대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누구보다 앞서 혁신을 이뤄낼 수만 있다면, 실로 엄청난 기회로 반전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바로 여기가 K-출판의 기로다. 

 

 

글·김성신
출판평론가, 문화평론가,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 저서로 『북톡카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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