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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저수지 게임> ― 저수지의 검은 돈 꼬리 밟기와 끝나지 않는 게임
[서곡숙의 문화톡톡] <저수지 게임> ― 저수지의 검은 돈 꼬리 밟기와 끝나지 않는 게임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2.03.1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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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수지 게임>: 악마 기자 주진우의 검은 돈 추적과 딥 쓰로트


딥 쓰로트(Deep Throat)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닉슨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었음을 알려준 정보원의 별명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딥 쓰로트의 도움을 받아 닉슨 행정부의 치부를 폭로하는 여러 편의 기사를 썼고 닉슨 대통령은 결국 이것 때문에 사임했다.’[1] 이 용어는 이후에도 많이 유명해져서, ‘익명의 제보자’, ‘내부 고발자’라는 뜻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었다.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제작하고 최진성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저수지 게임>(2017)은 탐사보도 전문 악마 기자 주진우가 MB의 검은 돈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주진우 기자는 위험을 감수한 딥 쓰로트의 제보로 검은 돈의 꼬리 밟기에 성공하지만, 저수지 게임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2. 노스욕 사기사건과 저수지: 사라진 대출금, 사라진 분양금, 사라진 이요섭


<저수지 게임>의 전반부 내러티브는 MB의 비자금과 노스욕 사기사건의 연결고리를 가정하면서, 사라진 대출금, 사라진 분양금, 사라진 이용섭 대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주진우 기자는 MB 저수지(비자금)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전의 프로젝트와 지금의 프로젝트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거액 대출 사기사건에 수사를 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진우 기자는 5년째 MB의 비자금을 추적하는데 돈이 계속해서 사라지며, 싱가포르-캐나다-케이만군도의 경로가 반복되며 특히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로 종결된다는 점에서 의문을 느낀다.

 

토론토 최대 사기사건인 노스욕 사기사건에서 회사나 대표가 재산이 없는 상황에서 농협이 210억 원을 대출해 줬다는 점, 이후 분양금과 이용섭 대표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이 조사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점에 의문을 느낀다. 주진우 기자는 담보 없는 거액의 대출, 사라진 대출금에 대한 소송이나 수사의 부재라는 의문투성이의 노스욕 사기사건에 큰 손과 권력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MB 비자금이 아닐까라는 가정에 이르게 된다.

 

영화는 주진우 기자와 거대한 조직과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작한다. 주진우 기자는 ‘협박을 많이 받았는데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자로서 열심히 했으며 열심히 하는 게 죄가 된다면 받아야죠.’라고 답변한다. MB 비자금 프로젝트에서 돈을 적게 먹었던 사람으로서 공범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낀 내부 고발자 ‘딥 쓰로트’의 작은 이야기를 단서로 저수지(비자금)을 쫓는 저수지 게임이 시작된다. 주진우 기자는 대기업과 은행을 이 정도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모든 특권과 편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거대한 힘이 뒤에 있다고 추정한다. 노스욕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은 조미래 변호사는 ‘이요섭 대표가 왜 처벌을 받지 않느냐?’라는 주진우 기자의 질문에 ‘굉장히 좋은 질문인데 대답할 수 없다’라며 여운을 남긴다. 그는 ‘누군가의 자금으로 의심되는 저수지까지만 가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라는 사명감에 저수지를 추적한다.

 

<저수지 게임>의 전반부 스타일은 문자언어와 영상언어의 동시적 전달, 무채색 계열의 애니메이션, 정보의 무지/인지 전략으로 노스욕 사기사건과 MB 비자금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인물 소개에서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애니메이션은 비자금의 검은 돈을 색채로 형상화한다. 글자가 계속 나옴으로써 음성언어와 영상언어를 동시에 전달하는 방식은 음성언어를 통해 주장을 강렬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영상언어를 통해 그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방식을 취한다. 애니메이션에서 MB가 나오는 장면은 MB의 얼굴이 지워진 채 나오는 모습을 통해서 실체가 보이지 않지만 검은 돈의 뒤에 있는 MB를 형상화한다. 조미래 변호사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몰래 촬영한 카메라 영상자료와 변호사의 현재 상태를 그린 일러스트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추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3. 큰손과 저수지: 자원외교 사기사건과 노스욕 사건의 데자뷰


<저수지 게임>의 중반부 내러티브는 자원외교 사기사건과 노스욕 사건의 반복을 통해서 큰손과 저수지를 연결시킨다. 토론토 노스욕 센트리옴 대출사건에서 농협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고 210억 원에 대한 저당권을 일시 담보 해지함으로써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농협 해외투자팀의 진 차장은 계속해서 해외 손실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에서 해고되지 않으며, MB의 친인척 H가 농협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MB의 비자금과의 연관성에 힘을 실어준다.

 

케이만군도는 8년간 대기업의 조세피난처로 190조 원이 흘러들어간 곳이다. 카리브해의 케이만군도는 한국교민 1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과 은행이 많은 곳으로 특히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다. 케이만군도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2007년부터 급상승하는데 MB 재임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MB의 저수지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주진우 기자는 건국 이래 가장 큰 사기사건인 자원외교도 캐나다에서 껍데기회사를 통해서 돈이 저수지로 사라진 정황에 주목한다. 노스욕 사건과 자원외교 사건은 정치권의 개입, 캐나다의 껍데기회사, 사라진 자금 등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주진우 기자는 노스욕 사기사건과 관련하여 농협의 수상한 대응에 주목한다. 노스욕 사기사건이 벌어진 후 농협은 고소를 하거나 수사 협조를 요청하지 않으며, 농협 관계자는 고소를 했다는 거짓말을 하거나 조사가 어렵다는 변명을 한다. 자원외교에서도 거액의 국가 손실을 일으킨 회사에 대해서 돈도 없는데 잡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소송을 하지 않으며 계좌 추적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주진우 기자는 노스욕 사기사건 등 프로젝트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과 자원외교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저수지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저수지 게임>의 중반부 스타일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카메라 스타일을 통해 비자금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한다. 핵심 인물들의 얼굴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전체, 부분, 입 등 점차적으로 인물에게 다가가면서 그들의 거짓말, 변명 등을 부각시킨다. 몰래 찍은 인터뷰 장면, 찍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애니메이션 장면, 주진우 기자의 사건 설명 장면을 편집으로 연결함으로써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와 추리를 표현하면서 다양하게 사건을 보여준다.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만군도로 MB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에 이어서 바로 헤지펀드·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MB의 인터뷰를 연결된 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상황과 말의 불일치를 대비시킨다.

 

4. 마지막 퍼즐과 저수지: 사조직 천년회·영포라인과 저수지의 검은 돈


<저수지 게임>의 후반부 내러티브는 MB의 사조직인 천년회와 영포라인과 저수지의 검은 돈을 연결시킨다. 농협 해외투자팀의 실무 책임자가 저수지에서 자살하는 의문의 사건에 주목하면서 비자금의 은폐, 횡령 등과의 연관성을 제기한다. 농협 비리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MB의 사조직 천년회와 영포라인에 주목하면서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뉴스보도와는 달리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데이터를 밀어버렸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농협의 진 차장은 섭 부장과 연결되고, 섭 부장은 영포라인과 연결되면서 노스욕 사기사건과 농협 대출사건은 MB의 사조직과 연결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또 다른 정보원 골드 러쉬는 MB가 금을 내놓는 정황을 들려주면서 비자금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한다. 딥 쓰로트는 ‘소송을 거는 데 도와 달라’는 주진우 기자의 요청에 ‘대한민국 아수라장에 낄 생각이 없다’라며 거절한다. 주진우 기자는 ‘저 분이 용기를 조금만 더 내주시면 좋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며, ‘비를 같이 맞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판단한다.

 

주진우 기자는 ‘돈에 대해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이렇게 철저하고 은밀하게 뽑아 먹은 사람은 여태까지 없었다’며 한탄한다. 결국 주진우 기자의 추적은 실패했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는 ‘돈과 자리를 가지고 사람들을 마취하고 망가뜨리는 등 악의 근원,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게 하고 싶다’며 결의를 다진다. 영화는 ‘오늘도 주 기자는 그를 찾고 있다’라며 끝이 난다는 점에서 주진우 기자의 저수지 게임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저수지 게임>의 후반부 스타일은 선 연결시키기, 흐릿함/선명함의 대비, 사선 앵글, 뒷모습을 통해 MB의 사조직과 저수지의 연관성, 추적의 힘겨움을 강조한다. 진 차장, 농협 인물들, MB의 사조직, MB까지 점점 깊숙이 연결되는 장면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인물들 사이의 선을 긋는 이미지로 강조한다. 딥 쓰로트가 ‘나는 대한민국의 아수라장에 낄 생각이 없다’며 전화를 끊는 장면에서, MB에게 점점 다가가면서 MB의 얼굴을 지우기, 흐릿함, 선명함으로 점차 변모시켜 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연관성을 강조한다. MB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에서, MB를 바라보는 주진우 기자의 모습을 사선앵글로 보여줌으로써 MB의 말에 대한 불신을 강조한다. 코드 네임 ‘골드 러쉬’가 ‘이번에 안 뒤집히면 우리 모두 다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장면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주진우 기자의 뒷모습을 통해 비자금 추적의 절박함과 힘겨움을 함께 표현한다.

 

 

5. 크로스체크를 통한 추리와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의 결합


<저수지 게임>은 사기사건, 대출사건, 비리사건의 순서로 점차 MB의 저수지에 접근해 감으로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슬식 구성의 점층법을 보여준다. 전반부는 저수지(비자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전 사건과 현재 사건의 연결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노스욕 사기사건에 주목한다. 중반부는 노스욕 사기사건과 관련하여 농협의 210억 원 대출사건을 추적하고, 같은 수법을 보여주는 MB의 자원외교 사건과의 연관관계를 제기한다. 후반부는 농협의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MB의 사조직인 천년회와 영포라인을 연결시키며, 농협 전산망 마비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 비자금 은폐 목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저수지 게임>은 MB의 비자금을 추적하면서 의미 있는 문제제기와 정보의 다각적 조합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저수지’는 비자금의 검은 돈이면서 동시에 비자금 추적을 막는 죽음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10년 넘게 MB의 비자금을 추적해온 주진우 기자의 취재기이면서, 동시에 노스욕 사건, 농협 대출 사건, 자원외교 사건을 저수지(비자금)과 연관성에 대한 추리물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바로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문제-해결 구조 혹은 질문-응답 구조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 중간에 정보가 막혀서 진행형으로 끝맺는 방식이다. 한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서 실제 사실에 근접하기 위해서 정보를 다각도로 조합하여 신빙성을 높인다.

 

<저수지 게임>은 크로스체크를 통한 추리와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로 진행하다가 촬영이 힘든 부분 혹은 추리 부분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여 보여준다. <저수지 게임>은 크로스체크를 통한 추리로 극영화의 스릴러 장르적 기법을 선보이며, 개성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영상 촬영의 여백을 상상력으로 메움으로써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의 다층적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참고자료
[1] 딥 쓰로트, 《위키백과》, 2022.03.06.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 웹진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편집장, 웹진 《르몽드 문화톡톡》 편집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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