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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피어난 녹색 채소, 도심형 농장 ‘메트로팜’
지하철역에 피어난 녹색 채소, 도심형 농장 ‘메트로팜’
  • 바람저널리스트(이은서)
  • 승인 2022.04.0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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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내부에 위치한 메트로팜(MetroFarm)이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지면서 지하철 상가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메트로팜은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접목한 농장을 뜻하는 스마트팜(SmartFarm)’과 지하철을 뜻하는 메트로(Metro)’의 합성어로, 역사 내 유휴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현재 서울 상도역을 중심으로 답십리역,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천왕역 등 총 5곳에서 운영 중이며, 점차 적용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 전경. 출처= 직접 촬영

 

코로나19 확산으로 발길 돌린 지하 상인

서울 지하철 상가의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하철 이용 시간 축소와 밀폐된 공간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하철 이용객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상반기 공실률은 32.7%에 달했다. 3곳 중 1곳이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공실률은 24.4%였다. 수치가 회복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상가가 비워진 채로 유지되고 있다. 장기 공실은 상권의 활력 저하와 슬럼화의 원인이 된다. 지하철을 이용해 대학에 통학하는 이하영씨(22)역 안에 문 닫은 상가가 많으면 무섭다며 공실에 대한 부정적인 감상을 드러냈다. 지하라는 공간적 특성과 빈 상가의 이미지가 합쳐져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만든 탓이다.

 

첨단 기술로 극복한 자연요소의 한계

메트로팜의 녹색 작물은 삭막한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농장에 적용된 과학기술이 지하철 내 작물을 재배를 가능하게 했다. 전통적인 농업에서 중시됐던 햇빛, , 이산화탄소 같은 요소들이 인공적인 설비로 대체됐다. 식물 생장용 LED, 물탱크 같은 시설이 대표적이다. 메트로팜은 다양한 장치와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메트로팜 상도전의 작물 재배 공간. 오염 방지를 위해 위생복을 착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출처= 직접 촬영

 

메트로팜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일정한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병충해로부터 안전하다. 덕분에 농약 없이 고품질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농장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설계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180m2 규모의 상도역 메트로팜은 한 달에 약 670kg의 작물을 생산한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일반농업을 훨씬 상회해 효율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농가와의 조화를 넘어 이색 먹거리가 되기까지

이러한 메트로팜의 이점은 일반 농가에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역설로 작용한다. 일반 농가는 인간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높은 생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조건도 변수다. 자연재해나 병충해 피해로 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메트로팜이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것이다. 메트로팜은 일반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적인 작물이 아닌, 희소성 높은 유럽 작물들을 재배한다. 이자트릭스, 버터헤드, 카이피라와 같은 엽채류와 바질, 루콜라 등의 허브류가 대표적이다. 이 작물들은 주로 쌈이나 샐러드로 활용된다.

메트로팜의 각 지점에는 카페 혹은 자판기가 마련돼 있어 원하는 채소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리코타치즈샐러드, 케이준샐러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상도역점처럼 카페가 조성된 곳은 샌드위치 등 더 많은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가격대는 2000원에서 5000원 선으로 형성돼있다. 메트로팜 상도역을 이용한 김상윤씨(31)무농약, 친환경 채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이용 소회를 밝혔다.

 

메트로팜이 만든 상생의 길

메트로팜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울 외에도 광주와 부산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한기원 마케팅 팀장은 메트로팜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시민들에게 편안한 공용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시설의 의의를 설명했다. 적자 위기에 놓인 도시철도공사는 메트로팜을 통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텅 빈 지하철에서 발걸음을 재촉했던 이용객 역시 채소를 구매하고 심미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았다. 메트로팜은 도시철도공사와 지하철 이용객 모두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의 길을 제시했다. 정책은 상호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운영됐을 때 단발성 대안으로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메트로팜 같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정책 운영을 확대하려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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