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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문화톡톡]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방정환과 어린이날 100주년
[김정희의 문화톡톡]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방정환과 어린이날 100주년
  • 김정희(문화평론가)
  • 승인 2022.05.0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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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운동회 ⓒ김정희

어린이에 대하여

'벌이나 전갈이나 독사도 그를 물지 않고 사나운 새나 맹수도 그를 덮치지 않는다.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러워도 쥐기는 잘하며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조화가 지극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 도덕경 55장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 누가복음 18장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태어나서 죄를 모르고,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서 더러움을 모르고, 한울 뜻 고대로의 산 한우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 방정환 '어린이 찬미' <신여성> 2권 6호 1924

 

방정환의 모습 돈의문 박물관 “누구나 아는 방정환, 내가 몰랐던 방정환” 전시          ⓒ김정희
방정환의 모습
돈의문 박물관 “누구나 아는 방정환, 내가 몰랐던 방정환” 전시 ⓒ김정희

방정환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 색동회에서는 어린이가 ‘아기와 사춘기 사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을 의미한다’고 1988년 연구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어린이날 행사의 대상이 초등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22년 5월1일 천도교 소년회에서 세계 최초로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을 했다고 한다. 1923년부터 1927년까지는 색동회 창립일이기도 했던 5월1일에 어린이날을 전국적인 기념일로 확대하여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고, 1928년부터 1938년까지는 5월 첫째 일요일을 어린이날로 지키다가 1939년 일제에 의해 강제 폐지되었다. 해방 이후 1946년부터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의 날을 처음으로 만들어 특별한 기념일로 지키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방정환 생가터  - 당주동 (광화문역 1번 출구 건너편)  ⓒ김정희
방정환 생가터 - 당주동 (광화문역 1번 출구 건너편)   ⓒ김정희

소파 방정환 (1899~1931)

어린이 운동가, 아동문학가, 언론‧출판인, 독립운동가.

방정환은 당주동에서 태어났다.

천도교 제3세 교주 손병희의 딸과 결혼했다.

방정환은 3‧1운동 당시 지하신문인 <조선독립신문>을 보성사 서무주임 오일철(민족대표 33인중 한 분인 오세창의 아들)과 등사기로 찍어 발행하다가 일경에 붙잡혀 고문을 당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일주일 만에 풀려났다.

 

돈의문 박물관                3‧1운동 당시 조선독립신문을 발행하는 장면 전시    ⓒ김정희
돈의문 박물관- 3‧1운동 당시 조선독립신문 발행 장면 전시 ⓒ김정희

 

개벽사터 1920년 6월 25일 천도교에서 정신의 개벽과 사회의 개조를 부르짖고 항일사상을 고취한 종합 월간지 『개벽』을 펴낸 곳이다.   개벽사가 있던 천도교 중앙총부 건물은 현재 강북구 우이동의 천도교 의창수도원 봉황각옆으로 이전 복원되었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 잡지를 창간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희
개벽사터
1920년 6월 25일 천도교에서 정신의 개벽과 사회의 개조를 부르짖고 항일사상을
고취한 종합 월간지 <개벽>을 펴낸 곳이다. 개벽사가 있던 천도교 중앙총부 건물은 현재 강북구 우이동 천도교 의창수도원 봉황각옆으로 이전 복원됐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 잡지를 창간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희

개벽사

개벽, 부인, 신여성, 어린이, 별건곤, 학생, 혜성, 제일선, 신경제 등 9종 통권 406호의 잡지를 발행했다. 1920년 6월 25일 창간 됐던 <개벽>은 1926년 8월 72호를 끝으로 일제에 의해 폐간 당했다.

 

『어린이』 창간호조선 팔도 윷놀이판, 금강산 게임 말판, 세계 일주 말판놀이등 어린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특별부록을 증정하기도 하였다.  ⓒ김정희
<어린이> 창간호
조선 팔도 윷놀이판, 금강산 게임 말판, 세계 일주 말판놀이등 어린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특별부록을 증정하기도 하였다. ⓒ김정희

<어린이> 잡지는 1923년 3월 20일 부터 1935년 3월까지 통권 122호가 간행됐다. <어린이>는 아동 문학 작품과 담화, 그림, 교양 지식, 독자란, 통신, 현상 문제, 광고, 편집후기, 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린이> 잡지는 다른 잡지와 마찬가지로 사전 검열이 필수였기 때문에 매달 1일인 발행일자를 못 지키기 일쑤였고 통째로 삭제당한 원고들도 많았다.

 

세계어린이운동의발상지 표지석 ⓒ김정희
세계어린이운동의발상지 표지석 ⓒ김정희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

개벽사가 있던 자리에 세계어린이운동의 발상지 표지석이 있다.

어째서 출판사가 있던 자리가 세계어린이운동의 발상지란 말인가? 그것은 개벽사에서 <어린이>를 간행했기 때문이다. 어린이 잡지는 <어린이>가 처음은 아니고, 이전에도 신문관에서 육당 최남선이 만든 <아이들 보이>, <새 별>, <붉은 저고리등이 있었다. 하지만 독자적 주체로써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는 <어린이>가 처음이었고, 어린이들은  <어린이>잡지를 통해서 문화적 주체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 대운동회 말판 어린이 1930년 2월호 부록으로 실렸던 말판. 대운동회의 종목은 뜀뛰기, 평균대, 허들, 그물망, 터널, 가시철망등이다.『어린이』 잡지 만화 주인공인 흥겨운 ‘씨동이’, 그물 속에서 쩔쩔매는 깔깔소학교 교장 ‘깔깔박사’(깔깔박사는 방정환의 필명), 『어린이』 잡지 편집자인 ‘담화실 직이’(지기)가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김정희
어린이 대운동회 말판
<어린이>1930년 2월호 부록으로 실렸던 말판.
대운동회의 종목은 뜀뛰기, 평균대, 허들, 그물망, 터널, 가시철망등이다.
<어린이> 잡지 만화 주인공인 흥겨운 ‘씨동이’,
그물 속에서 쩔쩔매는 깔깔소학교 교장 ‘깔깔박사’(깔깔박사는 방정환의 필명),
<어린이> 잡지 편집자인 ‘담화실 직이’(지기)가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김정희

소년 운동

<어린이>는 소년 운동의 일환으로 우리말 동요 부르기에 힘을 썼는데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들인 「형제별」, 「반달」, 「고향의 봄」, 「오뚜기」, 「봄편지」, 「고드름」, 「오빠생각」등이 당시에 만들어진 동요들이다.

방정환은 어린이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어 당시 유행하던 일본 창가나 어른들이 부르는 방아타령, 흥타령을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동요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에 힘썼다고 한다.

흥타령의 가사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거든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중략) 만경창파 수라도 못다 씻은 천고 수심 위로주 한잔 술로 이제 와서 씻었으니”같은 내용을 어린 아이가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동요를 만들어야겠다는 방정환 선생의 조급했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인권선언

1923년 5월 <어린이날 선언>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다 같이 내일을 살리기 위하여 이 몇 가지를 실행합시다.

 

‧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보십시오.

 

아동 문학 『사랑의 선물』

방정환은 도쿄 유학 중에 안데르센, 페로, 오스카 와일드등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를 모아서 1922년 7월 개벽사에서 단행본 동화집으로 출판했다.
이 번안 동화집은 난파선, 산드룡의 유리구두, 왕자와 제비, 요술왕 아아, 한네레의 죽음, 어린 음악가, 잠자는 왕녀, 천당 가는 길, 마음의 꽃, 꽃 속의 작은 이 10편인데 6년만에 11쇄를 찍어낼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다.  

 

ⓒ김정희
ⓒ김정희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 사십년 앞 사람을 잡아 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 받쳐서만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1930년 7월

어린이인권운동가 방정환

 

어린이날 100주년 행사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서 국립한글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 경기도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국립어린이과학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등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 과학관 등 곳곳에서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 공연 등의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어린이날 이후에도 진행되는 행사들이 많이 있으니 꼭 한 번쯤은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 아이와 시간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기억하게 될 어린이날 선물은 물건보다는 어린이날 100주년에 부모님과 함께 했던 시간일 테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 전시 ⓒ김정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 전시 ⓒ김정희

방정환 선생님의 흔적을 따라가 봅시다.

▶돈의문박물관마을 - 삼대가옥 “누구나 아는 방정환, 내가 몰랐던 방정환” 전시

                              어린이 대운동회 말판

▶방정환 생가터- 광화문역 1번 출구 건너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 전시

▶천도교 중앙 대교당

▶개벽사터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 표지석

(시간이 된다면 길 건너편 운현궁도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김정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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