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철학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가 지금 살아있다면
철학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가 지금 살아있다면
  • 권은지(문화평론가)
  • 승인 2022.07.08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댓글러, 헤르만 헤세

 

헤르만헤세

짙은 어둠 속,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한 서재. 깡마른 체구의 노작가가 독자들의 서평에 댓글을 달고 있다. 댓글 달기가 끝나면 메일을 연다. 메일을 읽는 노작가의 얼굴 위로 어떤 내용엔 미소가, 어떤 내용엔 의아함이, 어떤 내용엔 깊은 생각이 피어오른다. 거의 모든 독자의 이야기에 답장을 보내는 이 사람. 동그란 안경 너머 형형한 눈빛이 인상깊은 그는 바로 2022년으로 소환해 본 헤세다.

 

3만 5천여 통의 편지

 

“… 커다란 희망을 갖고 저는, 크네히트가 티토에게 떠나는 페이지들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이제 그는 물에 빠져 죽고 맙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놀랐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 저는, 티토가 명인의 충실한 제자가 되어 카스탈리엔과 속세를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리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ㅡ <1942년 한 소녀 독자의 편지>

 

“당신은 분명 저의 책 속에서, 제 자신도 모르는 여러가지를 찾아내셨습니다, 한편, 당신은 삶의 연륜 때문에 분명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 그러나, 결국 당신이 그런 점을 이해했는가 하는 점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그도 그럴 것이, 이 죽음이 벌써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티토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속에도 한 개의 가시, 즉 결코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마음 속에서 정신적인 동경과 정신적인 양심을 일깨우고, 또 강하게 해주었으므로, 당신이 제 책과 편지를 잊게 되는 날에도 계속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ㅡ <헤세의 답장>

 

헤세는 자신에게 의견을 묻는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보냈던 작가로 유명하다.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후, 그에게 배달되는 편지는 폭증했다. 생전 그가 썼던 답장만 해도 3만5천여 통에 이른다. (실제로 확인된 편지만 3만5천여 통이다.) 끝없이 밀려드는 독자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그의 답장은 단지 작가로서의 팬서비스였을까?

 

무리 짓기를 거부했던 자연인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한 작가였지만 사실 그는 집단을 만들고 무리 짓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국을 떠나 스위스의 시골에서 거의 평생을 살며 자연을 영감의 원천이자 가장 가까운 벗으로 삼았던 헤세는 자연을 공감대로 둔 주변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도 무리 지어 집단을 만드는 것만은 극도로 거부했다고 한다.

그의 조국은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다. 민족, 국가, 같은 집단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동료 지식인과 예술가, 이웃들이 전쟁에 동조하는 모습을 목도한 헤세는 그들과 철저하게 단절된 삶을 택한다. 그의 배척과 경계는 전쟁이라는 집단적 광기에 기인하겠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드러난 허영과 가식, 상업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헤세는 노벨상 시상식을 비롯해 모든 집단, 모임, 심지어 자신의 생일파티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타인의 추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 속에서 살았지만, 독자들과는 기꺼이,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었다.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헤세. 그는 그런 자신의 삶 전체를 독자들과 함께 했다.

 

인간 헤세의 두 번째 세계

헤세는 선교사였던 부모가 강요한 삶과 제도권의 배움을 거부한 사람이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시도로 학교도 그만두어야 했으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그런 헤세의 두 번째 세계는 나라는 자아를 통해 첫 번째 세계인 주어진 세계(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내던져진 인간 사회라는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분투의 세계다. 그는 두 번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또 그 안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고백했다. 평생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 과정을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그가 느낀 삶의 혼란과 고통은 소설 속에 오롯이 녹아 있다. 작가로서의 고민과 깨달음, 삶을 살아내며 느낀 사유와 감각, 경험과 홀로 서기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나’라는 개개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공감된다.

작가라는 소임을 통해 자신의 고민과 치부를 속속들이 드러낸 헤세는 그런 진솔한 고백 속에서 우리를 감각케 하고 일깨운다. 의지와 무관하게 내던져진 첫번째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집중하라고!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자신의 경험으로 세상을 깨달으라고! 나라는 존재 안에서, 살아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고! 용기 내어 두 번째 세계로 나아가라고!

 

작품 속 두 번째 세계

헤세의 소설에는 두 개의 세계와 두 번째 세계가 항상 등장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둘의 개념은 다르다. 두 번째 세계는 두 개의 세계처럼 어느 시간, 공간, 개념으로 특정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첫번째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 갈등하고 감각하면서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만나는 과정의 세계, 바로 지금, 여기의 세계다.

초기작인 『수레바퀴 아래서』는 첫 번째 세계(부모가 바라는 자식의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키우고 공급하는 학교, 필요에 의해 지속되는 인간 관계)와의 갈등 속에서 고통받는 주인공 한스의 이야기다. 한스를 통해 부모나 사회가 정한 첫번째 세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 겪게 되는 좌절, 두 번째 세계로의 진입을 갈구하지만 결국 첫번째 세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 선생의 의무와 그가 국가로부터 받은 직무는 어린 소년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조야한 정력과 욕망을 길들임과 동시에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 아이에게 국가적으로 공인된 절제의 평화로운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중략) 인간은 미지의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며, 길도 질서도 없는 원시림이다. 원시림의 나무를 베고, 깨끗이 치우고, 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하듯이 학교 또한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깨부수고, 굴복시키고, 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승인한 기본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절제된 개성들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은 병영에서의 주도면밀한 군기를 통하여 극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中

 

『데미안』에서는 두 번째 세계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서두에 나오는 두 세계 중 순서상 두 번째라는 피상적인 의미와 함께 주인공이 앞으로 선택하고 나아가야 할 두 번째 세계를 상징한다. 주인공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유년 시절 우연히 일상과 질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세상을 인식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하나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그 세계는 협소해서 사실 그 안에는 부모님 밖에 없었다. 그 세계는 나도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그 세계의 이름은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였다. 그 세계에 속하는 것은 온화한 광채, 맑음과 깨끗함이었다. (중략) 반면 또 하나의 세계가 이미 우리 집 한가운데에서 시작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냄새도 달랐고, 말도 달랐고, 약속하고 요구하는 것도 달랐다. 그 두 번째 세계 속에는 하녀들과 직공들이 있고 유령 이야기들과 스캔들이 있었다. 무시무시하고, 유혹하는, 무섭고 수수께끼 같은 물건들, 도살장과 감옥, 술 취한 사람들과 악쓰는 여자들, 새끼 낳는 암소와 쓰러진 말들, 강도의 침입, 살인, 자살 같은 일들이 있었다.”

『데미안』 中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와 달리 첫 번째 세계에 질식당하여 굴복하지 않는다. 데미안이라는 조력자를 만나 첫 번째 세계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자신만의 세계, 즉 두 번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분투하며 노력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 中

 

너무나 유명한 이 문장도 두 번째 세계를 암시한다.

『데미안』은 헤세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쓴 소설이다. 초판을 찍을 당시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인 에밀 싱클레어를 저자로 썼다. 이렇듯 『데미안』에는 인간 헤세와 작가 헤세가 여러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모습으로 혼재되어 등장한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는 두 주인공이 각각 이성과 감성, 지성과 예술, 도덕과 세속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대표한다. 하지만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대변되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두 주인공이 상징하는 두 개의 세계를 두 번째 세계와 완전히 일치시키기는 어렵다. 선택과 과정까지 포괄하는 두 번째 세계가 단순히 감성, 예술, 세속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리알 유희』의 요제프 크네히트는 학문과 예술의 유토피아인 카스탈리엔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살았지만, 세상의 질서와 일상을 흔드는 자연의 소리를 느끼고 고뇌하면서 ‘바깥세계’라고 불리는 삶의 공간으로 나아간다. 이 때 크네히트가 준비하고 들어가고자 했던 ‘세속의 살아 있는 세계’는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가 동경하던 ‘두 번째 세계’에 해당한다. 그것은 ‘무시무시하지만 매력적인, 두려우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다채롭게 일어나던 풍성한 세속의 세계’다.

크네히트에게 두 번째 세계, 즉 바깥세계를 깨닫게 한 사람은 야코부스 신부다. 야코부스 신부로 인해 역사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향과도 같은 카스탈리엔을 떠나 실제적 삶에 눈을 뜨게 된다.

 

“당신네 수학자들과 유리알 유희자들은 말이요, 스스로 세계사를 완전히 증류시켜 버리고 말았어요. 거기엔 이제 정신사와 예술사만 남아 있을 뿐이지. 당신네 역사에는 피도 현실도 없어요. 당신들은 2, 3세기경에 일어난 라틴어 문장 구조의 붕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을지 모르나, 알렉산드로스나 카이사르,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못하지. 당신들은 수학자가 수학을 하듯 세계사를 취급하고 있어요. 거기엔 그저 법칙과 공식이 있을 뿐, 현실도 선악도 시간도 어제도 내일도 없지.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영원한, 피상적이고 수학적인 현재가 있을 뿐.”

『유리알 유희』中

 

『유리알 유희』의 이상과 현실, ‘카스탈리엔 대 바깥세계’의 대립 구조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대립으로 그치지 않고 변증법적 발전을 이룬다. 두 번째 세계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크네히트에게서 첫 번째 세계라는 표면 아래 두 번째 세계의 의식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헤세는 『유리알 유희』를 통해 다른 소설 속에서 항상 대립이었던 두 개의 세상이 비로소 하나로 조화를 이루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우리는 두 세계가 완전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고해사와 고해자 , 두 번째 이력서, 두 번째 세계

『유리알 유희』의 후반부에는 크네히트가 작성한 이력서가 등장한다. 헤세는 이력서를 통해 주인공이 명인이 되기 이전에 살았던 전생들을 보여준다. 유리알 유희 명인을 포함해 총 4개의 인생이 들어있는데 그중 두 번째 이력서는 두 명의 고해수도사 이야기다. 이 두 번째 인생에서 크네히트는 초기 기독교 시대인 기원 후 4세기경 요세푸스 파물루스라는 은둔자적 고해신부로 살아간다. .

고해신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요제푸스에게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고해와 참회의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고해신부의 역할을 수행하면 할수록 요세푸스는 점점 스스로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절망한다. 결국 그는 당대 최고의 고해신부인 디온 푸길을 찾아 참회하고 심판과 벌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디온 푸길 역시 똑같은 고민으로 요세푸스를 찾아 나선다. 우연히 길 위에서 만난 두 사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던 디온은 요세푸스의 고해를 듣게 되고 그의 간청대로 요세푸스를 제자로 삼아 고해신부라는 자신들의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한다.

죽음을 앞둔 디온 푸길은 자신의 무덤을 파면서 요세푸스에게 말한다.

 

“자네는 내 무덤 위에 종려나무를 한 그루 심도록 하게. … 아마도 자네는 그 열매를 먹게 될 거야.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어느 다른 사람이 먹게 되겠지. 나는 때때로 나무를 심긴 했지만 아직은 너무 적어. 정말 너무나도 적게 심었어. … 이제 나는 나무 한 그루와 자네를 남겨놓는 거야.”

ㅡ『유리알 유희』 中

 

헤세는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고해한다. 고해는 단순히 고백을 넘어 성찰하고 통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삶에 마음과 귀를 기울여 고해 받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저 창작을 위한 소재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못지않게 타인의 삶을 향한 애정이 작가를 작가로 살게 하기 때문이다.

고해사이면서 동시에 고해자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두 번째 이력서는 헤세가 생각하는 작가의 소명과 함께 헤세 자신의 두 번째 세계인 작가 세계를 보여준다.

 

인류에서 인간으로

헤세의 첫 소설 『페터 카멘친트』에서 주인공 페터는 자연과 친구, 여인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문학도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미숙함을 느끼고 작가로서도 세상과의 불화로 고통받는 사람이다. 통속적인 미문과 문학의 피상성에 실망하고 자신이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을 예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보다는 아름답고 변치 않는 자연을 더 선망하고 글의 소재로 취한다.

 

“작은 키의 꼽추는 그 큰 머리를 약간 내 쪽으로 돌리고 나를 바라보며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머리를 돌리는 것이 그로서는 몹시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그 행동은 건강한 사람이 열 번 껴안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의 눈빛이 너무 밝고 순수하게 아름다워서, 나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페터 카멘친트』 中

 

겉으로 보기에 작고 연약한 보피를 만나면서 페터는 한 인간의 영혼을 투명하고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인간을 만나면서 도리어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정말 오래전에 시작한 작품을 완성하고 출판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만일 보피에게서 배우지 않았더라면, 그 안에는 진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페터 카멘친트』 中

 

작가와 독자 사이

헤세는 수많은 독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답장을 보냈지만 결코 쉽게 조언하거나 타인의 삶에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뿐 아니라 그 누구도 모범으로 삼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이렇게 저렇게 살라는 충고가 아니다. 홀로 당당하게 너 자신을 살라는, 너의 두 번째 세계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힘겨워도 살아내라는 것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中

 

“어떻게 내가 이세상에서 황야의 이리이자 초라한 은둔자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이 세상의 목표 중에서 그 어떤 것도 공유할 수 없고 세상의 기쁨 중에서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데!”

황야의 이리』

 

우리는 하루하루 분투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궤적을 따라 그 만큼의 진심과 절절함이 빚어낸 이야기들이 있다. 치열한 십대를 살아내는 에밀 싱클레어(데미안)부터 중년의 방랑자 하리 할러(황야의 이리), 미래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유리알 유희)는 작가 헤세의 분신이자 삶이었다.

스스로 홀로서기 하며 인간 헤세와 작가 헤세의 삶을 일치시키고, 고독하게 살면서도 타인의 삶을 어루만질 줄 알았던 작가. 현생을 넘어 다음 생까지도 두 번째 세계,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 세계에 다시 닿기를 염원했던 작가.

헤세는 영원한 소년, 데미안으로 우리 곁에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두 번째 세계를 응원하며 댓글을 달고 있다.

 

 

·권은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 문화에 관한 영상기획과 제작, 영화 분석을 강의했으며,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방미기념 다큐멘터리 ‘현해탄에서 청와대까지’, 한일강제병합 100년 특집 다큐멘터리 ‘기억, 왜곡, 그리고 미래’, 인물 다큐멘터리 '한국의 장인' 시리즈가 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