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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탑건: 매버릭>과 <탑건>에서 부모의 흔적 찾아보기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탑건: 매버릭>과 <탑건>에서 부모의 흔적 찾아보기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2.07.1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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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어디에?
'탑건: 매버릭'(2021) 포스터

지난 6월 22일 국내에서 개봉한 <탑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은 7월 17일까지 57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세계적으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탑건>(토니 스콧, 1986)의 속편답게 36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여러 차원에서 실감할 수 있다.

전편에서 청년이었던 매버릭은 장년을 넘어섰고, 매버릭의 동료 구스의 어린 아들 루스터는 청년이 됐다. 특히 주인공 매버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톰 크루즈의 <탑건> 이후의 행보를 지켜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만감이 교차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나이 든 사이, 매우 대비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두 주인공의 부모다. 전편과 속편 모두에서 매버릭과 구스터의 아버지는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두 어머니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영화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주인공 부모의 흔적을 좀 찾아보고 싶다.

 

- 아버지의 거대한 존재감!

모든 영화에서 주인공의 부모가 등장하는 건 아니다. <탑건>과 <탑건: 매버릭>에서도 그렇다. 더 정확히 하자면, 두 영화에서 현재 시점의 장면을 통해 매버릭과 루스터의 부모가 등장하지 않는다. 속편에서는 전편의 일부 장면이 매버릭의 회상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과거 시점의 장면을 통해서만 매버릭의 친구 부부 즉 루스터의 부모 모습이 나올 뿐이다.

물론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등장인물로 볼 수 없다고, 존재감조차 없는 건 아니다. 두 영화 모두에서 부모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하다. 특히 아버지는 두 영화 내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록 주인공이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났지만, 성인이 된 현재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매우 중요한 기본 설정이다.

<탑건>에서 매버릭의 아버지는 등장 한번 없이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투 중 사라져, 실종인지 전사인지 혹은 배신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매버릭은 아버지의 그늘에 갇혀있다. 아버지를 이어 공군 조종사가 됐으나, 천부적인 실력, 성품 등에 있어 늘 아버지와 비교된다. 매버릭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존재이면서 운명을 이끈 존재다.

<탑건: 매버릭>에서도 루스터는 아버지 구스를 이어 공군 조종사가 됐다. 외모도 아버지를 닮았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도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함께 비행한 파트너 매버릭 탓이라 생각한다. 매버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루스터의 조종사 생활에서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버지 친구 매버릭의 영향은 지대해 보인다.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나 더더욱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영화 내내 매버릭과 루스터는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선배와 후배, 그리고 전우의 모습이 뒤섞인 매우 끈끈한 관계로 그려진다. 늘 좋기만 관계는 아니지만 말이다. 

매버릭이 <탑건>에서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교관을 통해 성장했듯, 루스터도 <탑건: 매버릭>에서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교관을 통해 성장한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에 의해 그 아들이 유능한 조종사가 되고, 동료와 나라도 구하는 셈이다. 

 

- 어머니는 어디에?

한편, 아버지의 존재감이 아버지 친구까지 더해져 극대화된 것에 비해, 두 영화에서 어머니의 존재감은 축소됐다. <탑건>에서 매버릭의 어머니는 언급조차 거의 안 된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으니, 아마도 어머니 손에 성장했겠지만, 영화 내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부자 관계가 반복 강조되는 동안 모자 관계는 생략됐다.

주인공들의 성장에 어머니의 흔적은 별로 안 보인다. 너무 당연한 존재이기에 언급이 생략된 것일 수도 있으나, 아버지와 대비되는 것은 분명하다. 자주 등장하지 않고, 언급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주인공의 현재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루스터의 어머니 캐롤은 매버릭의 회상 장면과 대사 속에서만 등장하는데, 일단 회상 장면 속 젊은 캐롤은 남편을 잃기 전엔 마냥 유쾌한 모습이다. 남편을 잃은 후 슬픔에 빠진 모습도 보여, 영화 내내 크게 웃거나 울며, 주변 상황에 반응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탑건'(1986) 스틸
'탑건'(1986) 스틸: 어린 루스터, 매버릭, 캐롤, 구스(왼편부터)

이후 캐롤은 아들 루스터가 조종사가 되는 걸 반대한 것으로 짐작된다. 루스터는 매버릭이 자신의 사관학교 입학을 막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버릭이 캐롤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었다. 물론 그 상황이 장면화되진 않는다. 그저 매버릭이 대사를 통해 흘러가듯 이야기할 뿐이다. 심지어 루스터는 그 사실조차 모른다.

아들들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에 자신들의 노력을 보태고, 아버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루어 간다. 꽤 오랫동안 금녀의 구역이었던 군대가 영화 속 주요 공간이니, 어머니나 어머니 친구 등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대신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아버지 친구가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역할을 하듯, 두 영화 모두에서 여자친구가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탑건: 매버릭>에서는 <탑건>에서 이름만 여러 번 등장하던 패니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후에도 매버릭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 온 걸로 보인다. 패니는 매버릭의 마음도 미리 알아채 그에 따라 조언하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패니의 딸도 패니와 매버릭을 응원한다.) <탑건>에서도 찰리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 

 

- 그래도 변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 짓고, 단순 비교하려는 건 아니다. 많은 영화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을 새삼 발견한 것뿐이다. '꿈과 도전은 아버지를 통해, 위로와 응원은 어머니를 통해' 식의 스테레오타입 말이다. 

그나마도 어머니의 역할은 자주 축소된다. 오히려 자식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단순히 멋진 전문직 어머니를 등장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어머니 저런 어머니 등 다양한 어머니가 직간접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는 없을까? 서구 신화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다양한 매체와 장르에서 반복 등장해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아들딸과의 관계 등이 좀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한편, <탑건: 매버릭>은 <탑건>과 비교해 남성과 여성을 그리는데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속편에서는 독립적이고 유능한 여성 조종사도 나온다. 반면 전편에서 매우 자주 나오던, 상의 탈의한 근육질의 남성과 담배 연기가 가득한 라커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망사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를 뒤에서 훑던 카메라 움직임도 속편에서 사라져, 남성 여성 모두 볼거리로 대상화되는 건 줄었다. (어머니만큼이나) 적에 대한 존재감도 약화시켜, 정치적, 군사적 논쟁도 잘 피해 갔다.

<탑건: 매버릭>은 부모의 흔적은 아쉽게 담았지만, 볼거리와 들을 거리는 빠른 스피드와 더불어 풍성하게 담아냈다. 무리없이 인물에게 이입해서, 내 꿈, 가족, 선후배, 협력, 화해 등 해피 엔딩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조종사라는 직업, 인류와 과학기술의 관계 등까지 생각하게 한다. 거기에 '전형성' 대한 생각도 잠시 해보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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