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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불온한 당신> ― 순응/불온의 경계에서 ‘혐오에 맞서 행동하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불온한 당신> ― 순응/불온의 경계에서 ‘혐오에 맞서 행동하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2.08.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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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온한 당신>: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찾아서

이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불온한 당신>(2015)은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 이묵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45년생 이묵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바지씨’로 평생을 살았다. 이묵은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 속에서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불온한 당신’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세 가지 문제를 그려낸다. 첫째, 과거/현재와 국내/국외의 비교를 통한 성소수자의 시대와 공간의 문제. 둘째,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 속에서 정부의 역할 문제. 셋째,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 속에서 벌어지는 마녀 사냥 문제. <불온한 당신>은 이러한 세 가지 문제를 통해 ‘우리 중에 누구인가요, 불온한 당신은?’이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2. 함께 살아가기: 동성애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한계

 

<불온한 당신>은 동성애의 시대와 공간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거/현재와 국내/국외의 비교를 통해 ‘자신 있게 드러내기’, ‘함께 살아가기’를 제안한다.

 

<불온한 당신>에서 바지씨 이묵은 과거 자신의 성정체성과 동성애에 대해서 ‘자신 있게 드러내기’를 통해서 당당한 삶을 주장한다. 이묵은 과거 동성애자들은 레즈비언 모임을 할 때 깡패들 모임이라고 허가를 못 받고 이상한 시선을 받고 순경의 감시를 받고 시위하면 잡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여 살면서 재미있게 살았다고 회상한다. 이묵은 과거 치마씨와 14번의 동거와 수많은 연애를 하였으며, 평생 자신의 성정체성인 남자로 살면서 숨어 살지 않고 자신 있게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함께 어울린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거나 말거나. 자신 있게 살았어. 후배들도 그랬으면.”하고 말한다.

 

<불온한 당신>에서 일본 미야기현 레즈비언 커플인 논과 텐은 자연재해로 인해 ‘함께 살아가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들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으며, 레즈비언에 대한 편견으로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는 어렵지만, 그보다 생명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논은 “친구는 실종신고를 할 수 없으며 가족만이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였으며, “나를 이해해 달라”가 아니라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한다.

 

<불온한 당신>에서 이묵은 과거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에 상처를 입어왔으며, 현재 동성애자들이 자유로운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의 변화를 말한다. 이묵은 가슴을 조이는 속옷을 입어 가슴을 꽁꽁 싸매며,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빡빡 밀고 수염을 깎으며, 할머니가 있어도 영감과 놀면서 남자로서 생활한다. 이묵은 자신이 돈복은 있는데 여자복은 없어서, 바람나서 보내고 시집보내 달라 해서 보냈다며 추억에 잠긴다. “내가 정상생활이 아니고 지네는 그게 정상생활이라 간다는데 어떻게 해? 그때는 숨어서 살고 그런 때니까.” 이묵은 옛날에는 손 붙들고 못했지만 지금은 손 붙들고 다녀도 아무 상관없다며 시대의 변화를 말한다.

 

 

3. 거꾸로 돌아가는 인권의 시계: 정부의 불통·무능과 판단 유보

<불온한 당신>에서 성북 주민인권선언 선포식과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은 ‘거꾸로 돌아가는 인권의 시계’를 보여준다. 정부는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 속에서 무관심, 불능, 무능의 태도를 보이며 중립적 태도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립을 심화시킨다.

 

<불온한 당신>에서 세계인권의 날 성북 주민인권선언 선포식에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충돌로 성북구는 인권선언문을 폐기하고 선포식을 철회한다. ‘동성애자들을 합법화하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예수회, 보수국민연합 대한어버이연합과 ‘우리는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건가요?’라고 항의하는 동성애 단체와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가 동성애단체의 젊은 여성을 계속 폭행하고 “애비도 없는 새끼냐?”며 욕설을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저지하지 않는다.

 

<불온한 당신>에서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 개정안에 대한 토론은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충돌로 끝이 나고, 서울시는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게 된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동성애 옹호 조항 삭제 환영 및 추가 수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지만, 동성애를 옹호하는 학생은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는데 왜 동성애라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라며 반문한다. 이때 보수단체는 “저년 동성애 하는가봐. 썩을 년. 에미 애비도 없어.”라며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린다. 결국 서울시는 전경을 투입하고 토론을 중단한다. 동성애 단체는 “인권은 목숨이다. 성소수자에게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해라.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동 앞에.”라며 호소한다. 예수재단은 “서울시는 시위대를 즉각 퇴거 조치하라.”며 강하게 항의한다. 결국 시청에 동성애단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리고 6일간의 시청 농성으로 서울시장이 사과했지만, 서울시는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는다. 이에 이영 감독은 ‘세상은 보호받을 사람과 보호받지 못할 사람을 나누며 힘들게 한다.’는 내레이션을 통해 동성애 인권 확보가 어려운 당면 과제임을 시사한다.

 

4. 동성애 마녀사냥: 동성애를 둘러싼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

동성애에 대한 마녀사냥은 반국가종북세력 대척결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과 동성애 옹호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주장하는 진보 세력의 대립을 드러낸다.

동성애에 대한 보수 세력의 비판은 정상적 삶과 비뚤어진 삶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다. 보수단체는 ‘동성애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성에 미쳐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비뚤어진 삶을 살며,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말이 안 되며, 아름다운 성북구를 섹스, 타락의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난한다. 이에 이영 감독은 ‘이묵은 바지씨로 살았고 나는 레즈비언으로 산다. 이름이 달라진 만큼 시대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묵 세대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녀사냥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지 말라는 보수단체가 충돌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 대형참사로 수백명 사람들이 죽었지만 구하는 것보다 잘못을 숨기기에 바빴다.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 달라.’고 호소한다. 한편 보수단체는 ‘당신 가족들이 죽어서 가슴 아프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만족할 건지. 교통사고 때문에 대한민국이 발목 잡혀야 하는지.’라며 반헌법적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둘러싸고 ‘대형참사’와 ‘교통사고’로 대변되는 극단적 가치관의 차이는 동성애 문제로 옮겨간다.

 

퀴어문화축제가 세월호 애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혐오에 맞서 행동하자’고 촉구하는 반면, 보수단체는 종북척결과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면서 서로 충돌한다.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사람들은 세월호 시위를 위장해서 거리행진을 가로막는다. 보수단체의 애국시민 시위와 동성애반대 시위가 자연스럽게 연합하면서 합동 시위를 벌인다. 퀴어문화축제 행진에 보수단체가 난입하여 하나님의 땅을 외치고 태극기 물결 속에 한복을 입고 북을 치면서 동성애 반대를 외친다. <불온한 당신>에서 종북척결과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종교단체와 동성애 인권을 주장하는 진보단체의 충돌은 항상 폭력으로 끝나는 혼란 상태를 보여준다.

 

5. 성소수자 인권: 혐오에 맞서 행동하자

 

다큐멘터리영화 <불온한 당신>을 보면 이 영화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다루고 있는지 아니면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을 다루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후자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혐오나 반대가 아니라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가치관 대립이라는 문제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엿보인다.

 

<불온한 당신>은 ‘우리 중에 누구인가요, 불온한 당신은?’이라는 이영 감독의 질문에 대해서 세 가지 측면에서 대답한다. 첫째, 성소수자의 과거/현재와 국외/국내를 살펴보면서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둘째, 정부의 인권 선언과 정책을 둘러싸고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의 격돌은 정부의 무관심, 무능, 불통을 드러내며, 정부의 판단 유보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 점점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폭로한다. 셋째,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대립에서 예수회,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보수국민연합 대한어버이연합 등 많은 보수 단체들의 연대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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