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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모어> ― 성소수자 드랙퀸의 세 얼굴과 네버엔딩 스토리
[서곡숙의 문화톡톡] <모어> ― 성소수자 드랙퀸의 세 얼굴과 네버엔딩 스토리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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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태원 성소수자 드랙퀸 모어의 사랑과 우정
 

다큐멘터리 <모어>(이일하, 2021)는 이태원 드랙퀸 모어(모지민)의 이야기이다. 모지민은 이태원 드랙퀸 모어로 살면서,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성소수자 드랙퀸이면서 토슈즈를 신고 발레를 한다. 모지민은 연인 제냐(예브게니 슈테판)와 20년 동안 사랑을 키워왔고, 존경하는 존 카메론 미첼과 우정을 쌓게 된다.

 

2. 남성성: 치부이자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 불행

 

 

<모어>의 전반부는 남성성을 치부이자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 불행으로 그려낸다. 공적 관계에서, 모지민은 드랙퀸으로서의 삶이 애증덩어리라고 생각하며, 뉴욕 공연이 과거 발레와 현재 드랙쇼를 보여줄 거라고 기대한다. 사적 관계에서, 모지민은 어린 시절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학교의 이해심으로 원만한 생활을 했으며, 현재 20년 연인 제냐와 잔소리 문제, 비자 문제로 갈등하지만, 시민권 확보 노력과 ‘바꾸지 마’라는 말로 서로의 합의점을 찾는다. 내적 관계에서, 남성 성기는 ‘치부’이자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 불행’이라고 생각했지마, 자살을 시도할 만큼 ‘지긋지긋한 욕창 같은 삶’에 발레가 구원의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한다.
 

 

<모어>의 전반부 스타일은 편집, 대비, 익스트림롱숏을 통해 힘든 일상, 군중 속의 고독, 동성애, 비일상성을 표현한다. 영화 처음에 이태원 클럽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모지민의 춤추는 모습, 공연하는 모습, 클럽에 앉아 있는 모습, 쓰러진 모습 등 드랙퀸으로서 힘든 일상의 모습을 편집으로 보여준다. 지하철에서 자는 장면은 드랙퀸 분장, 바람에 날리는 긴 눈썹 등을 클로즈업을 보여줌으로써 대중과 드랙퀸의 이질성을 대비시킨다. 지하철역 장면은 깃털 모자를 쓴 드랙퀸 의장·분장의 모지민과 ‘호모새끼, 뒤져라 개새끼, 병신새끼’라는 내레이션이 함께 결합됨으로써 드랙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표현하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드랙퀸 모지민과 사람들의 쳐다보는 시선을 대비시킴으로써 군중 속의 고독을 보여준다. 옥상에서 춤추는 장면은 붉은 옷의 드랙퀸 모어와 비보이의 춤을 익스트림롱숏으로 보여줌으로써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대비를 표현한다.

 

3. 드랙퀸: 저주 덩어리에서 신의 창조물로
 

 

<모어>의 중반부는 드랙퀸을 저주 덩어리에서 신의 창조물로 인식한다. 공적 관계에서 모지민은 과거 대학교 발레 전공을 할 때 남자 선배에게 폭행을 당하고 여성성을 버리라는 충고를 들으면서 자신이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를 꿈꿨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군대에서 커밍아웃으로 정신질환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세상을 피해 조롱과 환락의 세계인 이태원에서 드랙퀸으로 살게 된다. 사적 관계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봐주는 연인 제냐로 인해 성전환 수술을 안 하게 되고, <헤드윅>의 원작자, 영화배우, 감독인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 성소수자로서 비밀보다는 창의적 표현을 하라는 충고를 듣게 된다. 내적 관계에서 자신의 두 개의 자아 중 보이고 싶은 자아보다는 숨고 싶은 자아가 더 크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드랙을 신의 창조물로 생각하게 된다.
 

 

<모어>의 중반부 스타일은 과거/현재, 현실적/가상적 공간, 자연/드랙퀸 등 대비를 통해 아웃사이더의 삶을 표현한다. 남자 선배에게 뺨을 맞고 ‘여성성을 버려라’고 욕먹는 장면(과거)과 퀴어축제에 대한 반대 시위 장면(현재)을 편집으로 연결함으로써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컴퓨터 그래픽 배경의 립싱크 장면, 강에서의 드랙 공연, 산에서의 드랙 공연 등 교차편집은 현실적 공간과 가상적 공간의 대비로 외로운 아웃사이더의 마음을 표현한다. 항구에서 노란 발레복을 입고 춤추는 장면은 적막한 항구와 화사한 의상의 대비와 함께 ‘드랙은 신의 창조물’이라는 내레이션을 결합함으로써 이질감을 강조한다.

 

4. 이중성: 발레에서 드랙퀸으로, 배우에서 드랙퀸으로
 

 

<모어>의 후반부는 발레에서 드랙퀸으로, 배우에서 드랙퀸으로의 변모를 통해 이중성을 드러낸다. 공적 관계에서 뉴욕 공연은 발레와 드랙퀸의 결합을 통해 모지민이 드랙퀸에서 배우로, 한국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적 관계에서 연인의 직장과 비자 문제라는 장애물을 만나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재회하게 된다. 내적 관계에서는 세상의 호모에 대한 편견에 분노를 표출하며 발레리나, 드랙퀸, 배우, 드랙퀸으로 계속 변모해 가는 자신을 성찰한다. 동성애 관계인 오랜 연인은 세상에 대한 비판과 분노에서 공감한다. 연인 제냐는 보상 받고 단순한 포켓몬 세상에 대해 애정을 표하며 현실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모지민은 자신을 호모새끼라며 멸시한 세상에 대한 글을 읽으며 직접적으로 분노한다.
 

 

<모어>의 후반부 스타일은 내레이션과 춤, 여러 공간들에서의 춤에 대한 영상/사운드의 결합, 교차편집을 통해 현실/소수자를 대비시킨다. 비자와 직장 문제로 괴로워하는 연인의 내레이션과 그 앞에서 모지민이 춤을 추는 장면은 내레이션과 춤의 결합, 사운드와 영상의 결합을 통해 국외자와 소수자의 소외를 표현한다. 모지민이 연인과 이별한 후 춤을 추는 장면은 거리, 논밭, 눈 내리는 산, 절, 밤거리, 해변 등 여러 공간에서 춤을 추는 모지민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무채색으로 보이는 자연과 유채색의 드랙퀸 무대의상이 기괴한 대조를 이루면서 연인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절망적으로 표현한다. 이전의 장면에서 춤이 잠깐 삽입된 것과는 달리 연인과의 이별 후에는 계속해서 장소를 바꿔가며 춤을 보여주며, 롱숏, 클로즈업, 공중촬영 등 다채로운 카메라 움직임으로 모지민의 내적 정서를 표현한다. 예전 콩쿨 영상과 현재 마당에서의 춤 영상을 교차편집과 공중촬영으로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면서 동시에 세상의 몰이해와 부모의 이해를 대비시킨다. 이태원 클럽에 들어가는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과 똑같은 장면으로 마치 클럽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영상을 통해 모지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드랙퀸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5. 성소수자 드랙퀸의 네버엔딩 스토리
 

다큐멘터리 <모어>에서 모지민은 발레 전공자, 성소수자, 드랙퀸, 배우 등 여러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는 모지민이 대학교에서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군대에서 커밍아웃으로 격리되고 정신질환자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순간, 세상을 피해 환락의 세계인 이태원 클럽의 드랙퀸이 된 순간, 뉴욕 공연에서 발레리나와 드랙퀸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준 순간, 성소수자의 전설적 인물인 존 카메론 미첼과 교감하는 순간, 국외자로 쫓겨난 연인과 다시 상봉하여 기쁨의 담다디 춤을 추는 순간 등을 포착한다. 이러한 순간들을 통해 모지민/모어는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 불행인 ‘남성성’, 저주 덩어리에서 신의 창조물로 변한 ‘드랙퀸’, 발레리나·드랙퀸·배우라는 세 얼굴을 보여주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다큐멘터리 <모어>의 가장 독특한 점은 마치 다큐멘터리,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합쳐 놓은 듯한 파격적 영상미이다. 이 영화는 스토리, 춤, 내레이션을 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인물의 공적, 사적, 내적 면모를 모두 드러내며, 과거의 영상과 현재의 영상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라는 네버엔딩 스토리를 보여주며, 전혀 다른 공간에서 춤추는 모지민을 통해 공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일상 공간에서 드랙퀸의 의상을 입고 추는 모습을 통해 일상성과 축제성의 결합을 보여준다.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모어>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특별상)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47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수상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제작노트에 적힌 것처럼 <모어>의 주인공 ‘모어’는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성소수자, 이태원 지하클럽에서 전위 예술의 메카 뉴욕 라 마마 극장 무대에 선 드래그 아티스트, 파격적인 글쓰기로 추앙받는 에세이스트까지, 세상의 규정에 저항하며, 오직 아름다움을 좇아 매일 새로운 자신으로 ‘튀는’ 아티스트다.’ 이러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모어>은 한 편의 드랙쇼 혹은 세상에 던지는 성소수자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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