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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의 문화톡톡] 자본 없는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면 벌어지는 일
[장윤미의 문화톡톡] 자본 없는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면 벌어지는 일
  • 장윤미(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1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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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 중 세 명이 자영업자인 나라

2018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25.1%로, 취업자 4명 가운데 1명이 자영업자인 셈이라고 한다. (서울신문, 2020년 6월 10일 자) 경제 불황의 장기화가 지속되는 국내외적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 번째, 고용불안정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경우 특히 중장년층의 창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이는 퇴직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고용 구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중년층의 재취업 기회 자체는 적을 뿐 아니라, 취업한다고 해도 노동 환경이나 임금 조건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또는 불가피하게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긍정적인 노동시장을 만들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 대개 영세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고용 창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임금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무료에 가까운 가족 노동에 기대거나 간헐적 비정기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형성된 노동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지나친 경쟁이다.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한 건물에 동종업계들이 나란히 영업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상생은 동화 속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권의 확대라고 할 수 있지만, 자영업을 하는 업주 입장에서 보면 이는 생존 위협이자 전쟁이다.

경쟁 상대보다 더 많이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강력한 건 역시나 가격 할인이다. 가격 할인은 결국 제 살 깎아 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고정적 지출을 뺀 나머지 수익에서 비용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원가를 절감하거나 업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줄이는 것인데, 지금처럼 고물가 시대에 원가 할인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원가 절감은 자칫 상품의 질을 훼손하여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가격 할인이란 업주의 이익을 줄이는 것의 다른 말이다.

자영업을 선언하는 사람들에게 ‘회사 밖은 전쟁터’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은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모든 것이 경쟁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열 발자국만 걸어가면 보이는 경쟁업체, 치솟는 물가와 임대료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엄청난 사고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건 바로 예고 없이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자영업자들의 생존 공간을 넘어 생태계를 초토화해 버렸다.

그런데도 기어이 이 전쟁터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단 10퍼센트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영업계라지만 10퍼센트 안에 자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고, 희망도 발전도 없는 노예와 다름없는 회사 생활보다 나을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도 덜 불행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덤벼서는 곤란하다. 이론과 계산기로 만들어진 상상은 현실과는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빛’ 좋은 사장님

이인애의 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는 스터디카페를 차리면서 자영업자가 된 주인공 이대한의 경험담과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이인애,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문학동네, 2022.
이인애,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문학동네, 2022.

주인공 대한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공간임대업, 다시 말하면 스터디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다. 계산기로 두드려본 창업비용은 꾸역꾸역 꿰맞추면 충분히 감당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엔 미래 수입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산은 어디까지나 예상이고, 미래 수입은 긍정 회로로만 돌려본 편파적 예상 수치일 뿐이다.

실제로 모든 과정 과정마다 생각지도 못한 비용은 끊임없이 추가되었고, 돌발 상황 역시 카페를 오픈 한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대한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이란 말은 사기에 가까운 언어라는 걸 체감했고, 혼자만의 힘으로 차려보고자 했던 스터디카페는 은행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투자 없는 성공은 없다는 말을 빌려 대출도 능력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카페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오픈을 앞두고 있었지만, 대한을 기다리는 건 넘쳐나는 손님과 매출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영업 중지였다. 길어봐야 몇 달 시끄럽다 잠잠해질 줄 알았지만, 사태는 길어졌고 정부의 방침은 느슨해지기는커녕 더욱 강력해졌다. 고객이 수시로 업장에 드나들어야 운영이 유지되는 자영업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곧 돈인 상황에서 하루 수입 ‘0’은 ‘본전’이 아니라 ‘손해’를 뜻했다.

업주 스스로 자신이 파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건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대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손님을 모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어 있는 공간으로 두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면서도 손님을 끌어모으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공간에서 영업했던 피시방의 망해가는 과정(가격을 낮추고 낮추다 결국 망해버린)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대한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사업만으로도 매우 버거운데 한 건물 건너 경쟁업체가 오픈한다는 현수막을 본 대한은 말 그대로 무너진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자본을 이길 수 있는 건 자본 말고는 없는지라 대한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 가지만 자신의 어설픈 신용점수로는 천만 원도 대출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한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바로 ‘저신용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한은 쓸데없이 높은 자신의 신용점수를 낮추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는데 이 장면은 자영업자들이라면 피하기 어려울 유혹이자 빚을 지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한 자영업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건 빚과 과로, 그리고 폐업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다. 실패는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느니, 누구나 하는 한 두번의 실수라는 말로 포장하기엔 폐업은 비극 그 자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자본과 노력과 에너지를 올인한 만큼 폐업은 생존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한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불면증이 생긴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만병의 원인은 돈, 또 돈이었다.’

이 고민은 단지 대한 개인만의 고민이 아니라 자영업자 모두의 고민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데, 대한의 스터디 카페와 건물 하나 사이에 스터디 카페가 오픈하자 대한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프랜차이즈 이름을 달고 있다는 건 적어도 자신보다 많은 자본을 투자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경쟁 업주 역시 ‘전 재산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된 대한은 자신 역시 상도를 어지럽힌 당사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런데 또다른 적이 대한 앞에 등장한다. 대한의 스터디카페 건물 주인이 같은 건물에서 대한과 유사한 업종의 형태로 공간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은 대한은 당장 건물주를 찾아가 분노한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상도보다 경제 자유를 보장하는 이 사회에서 “한 달에 꼴랑 몇백밖에 못 버는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자산을 불린 사람들한테 갖고 있는 열등감에 쩐” 꼬장에 불과하다.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월 2회 쉬는 사장님

자영업 형태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외식업체의 경우 평균 영업시간이 10.9시간, 평균 영업일은 27.6일, 다시 말하면 주 6일 이상이라고 한다.(슈카월드, <기승전 치킨집 대한민국> 편)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단지 드러나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자영업자들의 노동 시간에는 영업시간만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 영업 종료후 정리하는 노동 시간도 만만치 않다. 영업시간이나 강도만 보면 사장님이라는 괜찮은 호칭이 무색할 만큼 중노동자에 가깝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빠른 은퇴는 퇴직이 아니라 실직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지만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재취업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눈을 낮추든가 아니면 창업을 해야 한다. 창업의 기본은 사업성, 전문성, 적합성 등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체크 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돈도, 능력도 여의찮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입 문턱이 낮은 업종을 찾게 되는데 요식업이 다른 자영업보다 과도하게 생겨나는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놓여 있다고 본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뜻하며, 경쟁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다수의 경쟁자를 압도할 만큼의 게임체인저를 가지고 있다면야 ‘존버’라도 하면 되겠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게임체인저란 자본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자영업자는 자본을 승부수로 갖고 있지 못하는 영세사업자들이기에 자본 대신 자기 몸을 자본 삼아 갈아 넣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내 몸을 자본 대신 갈아 넣는다고 해서 그만큼 자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딜레마라는 걸 뻔히 알지만 서도 말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사장님’들은 이 딜레마 사이에서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10퍼센트의 살아남을 자영업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고서.

 

 

글 · 장윤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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