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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진의 문화톡톡] 그들의 자유와 그 자유의 본성
[엄윤진의 문화톡톡] 그들의 자유와 그 자유의 본성
  • 엄윤진(문화평론가)
  • 승인 2023.01.0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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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그토록 자유를 강조하는 데, 왜 우린 그리 자유롭지 못할까?

대통령과 보수 여당인 국민의힘, 현 여권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는 보수 언론, 여러 보수 단체나 연구소 소속 전문가에게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뭐냐고 물어보자. 아마 답은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수십 번씩 내뱉는 ‘자유’일 것이다. 그러면 일단 대통령의 자유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인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함께 소위 시카고학파의 대표 이론가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자유는 신자유주의에서 말하는 바로 그 자유일 거다. 신자유주의는 소위 작은 정부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Deregulation), 자유화와 자유 시장(Liberalization), 그리고 민영화(Privatization)란 정책 수단으로 자유를 지키거나 확대하자고 하는 경제 이론이다. 그러면 여기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이 자유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가 핵심적인 문제다. 이 질문의 답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원칙들이 실제 무엇을 목적하고 있는지를 탐색하다 보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규제 완화(Deregulation)는 자유 시장에 참가해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인 기업이나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 요구된다.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도 수요 공급 법칙을 바탕에 두고 잘 돌아가게 한다고 한다. 이 시장을 움직이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실제로는 그런 손 자체가 아예 없어서라는 풍문도 파다하다. 어쨌든 경제 주체는 다들 자기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이성적인 존재여서 자유롭게 경쟁하니, 정부는 기존의 시장 규제도 없애거나 완화하라는 것이다. 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건 엄두도 내지 말고. 그런데 규제 완화하자는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대기업의 유통업 시장 진입을 위해 재래시장과의 거리 규제를 풀거나, 대기업의 중·소규모 시장 진입을 제어하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다 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대 자본을 무기로 대기업이 골목 상권에 들어오면 동네 밥집, 미용실, 빵집, 보습 학원, 재래시장, 배달업자, 대리기사나 택시 기사들의 사업과 그들의 생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린 이들의 운명이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다 지켜봤다. 그러니 규제 완화로 시장에서 더 자유롭게 경쟁할 수는 있겠지만, 이 자유 경쟁이 공정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게 신자유주의가 핵심 원칙 중의 하나인 규제 완화(Deregulation)가 간절히 원하는 ‘자유로운’ 시장 환경이다.

자유시장, 자유 무역, 혹은 시장 세계화(Liberalization or Market Globalism)라고도 불리는 두 번째 신자유주의 원칙도 위의 규제 완화에서 말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내놓는다. 국내 시장과 하나로 통합된 세계 시장에서 각국 정부가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국 정부의 최소한의 규제도 다 풀어버려야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그 국가의 기업과 경쟁해 쉽게 이길 수 있다. 약소국의 시장을 장악하고 결국 독점해 글로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것이 글로벌 자본과 기업이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그토록 원하는 이유다. 자신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것도 합법적으로 약자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 속내를 아는 어떤 약소국이 이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원하겠나? 이것을 아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orld Bank)이 외환 위기 같은 경제 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도와주겠다고 찾아가 신자유주의의 이 원칙을 받아들이라고 사실상 강요했다. 외환 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달러를 빌려주는 대가로 말이다. 외환위기 때 우리 정부도 똑같은 것을 강요당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면 결국 이 자유화도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든 국내 대기업이든 ‘자유’를 보장해줘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 정책이다. 사실상 이념이다.

민영화(Privatization)는 어떤가? 어느 국가에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운 기업들 즉, 도로, 철도, 항만과 공항, 에너지, 교육, 주거 등등 시민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이 있다. 이 공기업을 민간에 파는 것이 민영화다. 이 민간이란 범주에 우리도 포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거대 공기업을 우리가 무슨 돈이 있다고 사나? 공기업의 새로운 주인이 될 그 민간은 대기업이나 그 사주들이다. 우리 세금으로 세운 기업을 초고액자산가라고 하는 수조 원대 자산을 가진 진짜 부자들에게 싸게 파는 거다. 누구 맘대로? 어쨌든 이렇게 민영화하면 방만하게 운영하던 공기업들의 효율성이 제고 되고, 양질의 서비스를 수요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서비스가 일정 정도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하게 공급받던 그 공기업의 서비스 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왜?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민간인(사기업)이 어디 있나? 그러니 이 민영화도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주면서 또 한편으로 저렴하게 이용하는 공적 서비스를 비싸게 제공하는 보너스(?)까지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상이 윤 대통령이 그토록 좋아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이고 이 세 가지 정책 바탕엔 ‘자유’란 키워드가 놓여 있다. 그러니 강자와 약자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심판자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는 웬만하면 빠지라는 말이다. 시장의 강자인 글로벌 대기업과 자본이 국내 시장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약자들의 것을 합법적으로, 그것도 자유롭게 탈탈 털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자유를 살펴보니, 자유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이 공정하지 않지만 얼마나 ‘자유’로운가? 문제는 그 자유가 거대 자본이나 글로벌 대기업들에만 유익하다는 데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어느 영역이든 강자의 자유가 커질수록 그와 비례해 약자들의 자유는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자유가 의미한 것과 우리 보수의 민낯

이런 강자의 자유를 윤 대통령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자칭 보수당이라고 하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그리고 이 보수 정치세력과 이익을 나누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보수 언론, 사학 재단, 보수적인 기성 종교계, 그리고 누구보다도 우리 재벌들 다 이 자유란 가치 혹은 이념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든다. 공정의 ‘공’ 자와도 전혀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자유다. 자칭 보수 세력과 대기업은 자신들만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자유시장을, 그리고 이걸 이루기 위한 규제 완화를 너무 뻔뻔하게 요구하고, 보수 정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이것도 모자라 보수 정권은 집권만 하면,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낸 세금으로 세운 인천 공항이나 KTX 같은 알짜배기 공기업들을 민간 기업에 팔아넘기려 한다. 그것도 헐값에. 이젠 의료 분야와 에너지 공기업도 민영화할 태세다. 대기업과 그 사주들, 그리고 투자자들의 재산을 더 불리려고 안달이다. 결국 기득권자들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 부를 더 확대하기 위해 ‘자유’, ‘자유’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친다. 이 ‘자유 팔이’에 선봉에 윤 대통령이 서 있다. 우리 보수 세력 대부분은 자기들 지위와 계층에 오르게 하는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벌려 아예 자신들이 있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자유를 지킨다고 하지만, 실상은 현재의 체제나 상태(the status quo)를 지키기 위함이다. 마치 자신들이 정의와 자유 수호의 사도인 양 말이다. 보수는 자기들의 지위와 부를 현재의 제도와 법률이 보장해줄 가능성이 크니 지금 이대로를 그대로 악착같이 보수(conserve) 즉, 지키겠다는 것이다. 없는 자들에게 조금도 양보하거나 나누지 않겠다는 태도다.

 

가짜 자유 그리고 보수의 기만

그동안 대통령, 보수 정치인들, 그리고 경제 전문가들이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자기들은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방송이나 미디어에 나와 외쳤다. 도대체 우리를 뭐로 보고 이랬던 걸까? 정말이지 이 정도면 대통령과 보수 정치 세력 모두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양심이 거의 없거나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거다.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는 척하면서 실상은 자신들만의 자유를 키우고, 실제로는 우리가 누릴 자유의 폭을 좁히려 한 것이다. 소위 ‘가진’ 자기들보다 상대적으로 갖지 못한 사람들의 수가 전체 시민의 구 할은 될 거다. 역사적으로 지키려 해 봐야 지킬 게 별로 없는 다수는 경제적으로 늘 힘들었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사람들에겐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헌법적 자유 즉, 학문, 주거, 예술 등의 자유가 사실상 기만적인 이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헌법적 자유는 경제적 자유나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권(다양한 복지 제도를 통해 확보되는)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기루와 같은 거짓 자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 처음에 필자가 제기했던 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대통령의 자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란 물음말이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보수 언론과 경제 단체들이 원하는 정책들은 다 앞서 언급한 신자유주의의 것들이다. 강자의 자유를 더 공고히 하고, 다수 약자의 자유를 그만큼 쪼그라들게 한다.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주식 양도세 비과세 상향과 같은 정책은 사실상 부자 감세다. 부자들의 세금이 준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돈의 양도 작아진다. 그러니 부자 감세는 사실상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어려운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든다. 민영화도 결국 부자를 더 부자 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것도 우리 돈으로 만든 기업을 팔아서다. 공영 언론사인 서울신문과 YTN 민영화가 현 정부의 대표적 사례다. 의료 분야도 소위 연성 민영화라 부르는 규제 완화나 시장의 일부 개방으로 사실상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소위 노동 개혁이나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자는 것도 사주의 입장에서 유연성이지, 정작 노동자에겐 쉬운 해고나 불안정한 비정규직 혹은 파견직 일자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선 안정된 생활을 누릴 최소한의 자유도 노동자들에겐 보장되지 않는다. 힘없는 노동자의 자유를 쥐어 짜내 자본가나 사주만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얘기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이나 화물 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도 다수 약자의 자유 확대와는 다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니 대통령, 현 여권과 보수 세력이 원하는 자유의 정체가, 그 민낯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대통령과 우리 보수 세력의 자유는 자신들만의 자유이고, 힘없는 우리에게 그들의 자유란 말 그대로 거짓 자유다.

 

진정한 자유

진정한 자유에 관해 19세기 대표적인 철학자 중의 한 명인 헤겔이 이렇게 말했다. 헤겔은 역사를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주체 즉, 절대정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의 진화 방향이자 절대정신의 목적이 모든 이의 자유다. 소수 귀족만 누리던 자유 즉, 무급으로 정치하기, 요리해 지인들과 파티하기, 승마와 사냥하기, 철학이나 예술을 하기 등이 전통적인 귀족들의 문화였고 자신들의 자유를 향유하는 방식이었다. 헤겔은 귀족이 경제적인 제약 없이 누려왔던 그 소수만의 자유를 다수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역사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게 진정한 자유고, 정치와 정치 주체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목표도 이와 같아야 한다. 이런 진정한 자유를 모든 이에게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입법해 시행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자신과 같은 강자의 지위를 지키고, 부를 더 확대하기 위한 '이름뿐인' 거짓 자유를 외쳐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힘없는 우리는 이 기만적인 자유란 이념에 더는 속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보수 정치인, 그리고 경제 전문가가 외친 자유는 힘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도리어 더 쪼그라들게 하는 거짓 자유였으니까.

 

 

글 · 엄윤진
정치 철학서 <거짓 자유>를 쓴 인문교양서 작가다. 주로 인문학 관련 연구와 강의를 한다. 독서 모임<생각공장> 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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