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그림자꽃> ― 북한주민과 탈북자(남한주민)의 정체성과 간극
[서곡숙의 문화톡톡] <그림자꽃> ― 북한주민과 탈북자(남한주민)의 정체성과 간극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04.10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김련희, 북한주민에서 탈북자로의 강제적 이행

<그림자꽃>(이승준, 2019)은 북한, 중국, 남한의 경로에서 사고로 북한 주민에서 탈북자로 강제 이행된 김련희의 삶을 다룬다. 이 영화는 2019년 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특별상, 2021년 12회 타이완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 비젼 경쟁 부문 대상, 2022년 9회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수상한다. 평양시민 김련희는 2011년 간 치료 차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하고 병원비를 벌기 위해 남한으로 가지만, 남한에서 강제로 여권을 빼앗기고 서약서, 전향서를 쓴 후 국가보안법 위반과 출국금지로 북송이 좌절된다. 김련희는 “그런 날이 오겠죠, 우리 함께 대동강변에서 꽃이 되는 그날...”이라며 번번이 실패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꿈꾼다.
 

2. 북한의 안정된 생활과 남한의 고달픈 생활
 

<그림자꽃>의 전반부 내러티브는 북한의 안정된 생활과 남한의 고달픈 생활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김련희는 북한에서 당 사업을 하는 아버지, 큰 병원의 의사인 어머니, 대학병원의 의사인 남편과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였지만, 중국에서 병원비 때문에 조선족 거리 식당에서 일하던 중 남한에 가면 돈을 빨리 벌 수 있다는 말에 남한으로 입국한다. 김련희는 남한에서 북한 여권을 빼앗기고 서약서, 전향서를 강제로 쓰게 되면서 북송이 좌절되자, 북한으로 가기 위해 위조 여권 만들기, 친북단체와의 기자회견, 1인 시위, 토크 콘서트 등 활동을 벌이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징역형을 받고 집행유예 후 보호관찰 대상자가 된다. 김련희는 1주 1회 출석해서 보호관찰을 보고하라는 지시, 간첩이라는 사실을 비밀을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공장을 빠지라는 요구 등을 지적하면서 남한의 사법 시스템과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한다. 김련희는 8시간 노동을 지켜지지 않는 노동의 현실, 노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복지의 현실, 평생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는 주거의 현실, 통행세·주차비를 내는 기반 자원의 현실에 대해서 북한 주민의 시선으로 비판한다. 김련희의 북한, 중국, 남한의 경로와 탈북자로의 강제 이행은 김련희가 북한의 상층계급에서 남한의 하층계급으로 전락하게 만들며, 평온하고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북한 생활과 노동, 고통, 괴로움의 남한 생활을 대비시킨다.

 

<그림자꽃>의 전반부 스타일은 보호관찰 항의, 딸과의 통화, 획일화 논쟁에서 클로즈업, 사운드, 시선을 통해 감정이입, 그리움, 고립감을 표현한다. 보호관찰소 항의 장면은 “매주 1번씩 출석하라고 하면 회사에 어떻게 다닐 수 있나? 그러면 전과자, 간첩이라고 말해요?”라며 강하게 항의하며 눈물을 흘리는 김련희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감정이입을 보여준다. 북한의 딸과 통화하는 장면은 “여기에서 떳떳하게 살고 있어. 나 여기 지금 숨어사는 거 아니고. 우리 딸 너무 보고 싶다.”라며 눈물을 흘리는 김련희를 소리로만 들려줌으로써 그리움과 슬픔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친북인사들과의 뒷풀이 장면은 ‘휘파람’ 노래를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김련희, 노래를 부를 때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획일화를 비판하는 친북인사, 북한과 남한의 획일화를 인정하자는 주장을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친북인사들을 바라보는 김련희의 시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는 굳은 표정을 바스트숏으로 보여주면서 고립감과 이질감을 표현한다.

 

 

3. 합법적 출국금지와 불법적 북송 시도의 간극
 

<그림자꽃>의 중반부 내러티브는 합법적 출국 금지와 불법적 북송 시도의 간극을 보여준다. 김련희는 2016년 북한 수소탄 실험으로 대북사업이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긴장상태에 빠지자, 주한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대사관 망명 신청을 하지만 쫓겨나고,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이적단체 활동으로 가택 압수수색을 당하고, 여권 신청이 좌절되자 위조 여권을 만들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자살 시도를 하며, 북으로 추방되기 위해 간첩활동을 자수하고 체포되지만 북송에 실패한다. 북한의 남편은 아내가 과거 악기, 노래, 바이올린을 잘 했고 국수를 좋아했다고 회고하며, 현재 병 때문에 고통을 겪지는 않은지 가슴 아파한다. 남한의 아내 김련희는 술을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을 회고하며, 이렇게 생이별을 당할 줄 알았으면 남편에게 조금 더 잘해줬을 것이라며 후회한다. 김련희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북한의 가족에게 가기 위해서 불법으로 혹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하지만 계속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김련희는 북한 주민으로서 남한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해결하려고 할수록 문제가 커지고 장애물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김련희는 박근혜의 보수 정부에서 문재인의 진보 정부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대북정책과 국가보안법 집행에 절망하며, 망명, 밀항, 간첩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림자꽃>의 중반부 스타일은 남북관계 긴장, 보호관찰, 노래, 압수수색, 자살시도 장면에서 검은 실루엣, 영상/사운드, 뒷모습, 분위기, 익스트림롱숏, 클로즈업을 통해 좌절감, 자유/속박, 그리움, 낯설게 보기, 고통을 표현한다. 남북관계 긴장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는 장면은 김련희의 클로즈업과 검은 실루엣으로 좌절감을 표현한다. 바닷가 장면은 바닷가를 걷는 자유로운 모습의 김련희의 영상과 연락이 안 된다는 보호 관찰소 직원의 딱딱한 목소리가 대비를 이루고, 다른 가족의 나란히 놓인 신발과 혼자 서있는 김련희의 뒷모습을 롱숏으로 대비시킴으로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립감을 표현한다. 노래방 장면은 김련희가 ‘휘파람’을 경쾌하게 부르는 영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하소연하는 내레이션이 대비를 이루면서 북한 가족의 그리움과 북송 좌절의 고통을 동시에 표현한다. 압수수색 장면은 거리의 모습을 익스트림롱숏으로 보여준 후 CCTV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영상과 이상한 사운드를 결합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탈북자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표현한다. 자살시도를 말하는 장면은 자살시도의 흔적을 보여주는 손목의 자국을 클로즈업으로 강조하면서 인물의 고통을 표현한다.

 

 

4. 남북한 정세와 개인의 행복권 추구
 

<그림자꽃>의 후반부 내러티브는 남북한 정세라는 집단의 상황과 개인의 행복권 추구권을 대비시킨다. 김련희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회담과 여권이 나옴으로써 희망에서 믿음으로 바뀐다며 기쁨을 나타내지만, 매달 출국금지 연장 통지서를 받으면서 점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며 괴로워한다. 한편 김련희 딸은 7년 동안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너무 무관심한 어머니, 방에 혼자 계시는 아버지를 말하며 가슴 아파하며, 어머니를 만나 정상생활을 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행복관을 밝힌다. 지인 탈북자는 숨 막히는 조직 생활과 사상교육을 견디지 못해 북한에서 탈북했다고 하는 반면, 김련희는 북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남한/북한, 자유/조직, 고독/가족 등 탈북자와 평양시민 사이에 나타나는 생각의 차이와 간극을 보여준다.

 

<그림자꽃>의 후반부 스타일은 가족 영상통화, 축제, 남북 정상회담, 장기수, 출국금지 연장 장면에서 클로즈업, 카메라의 움직임, 빈 여백, 편집을 통해 감격, 그리움, 기대감, 고립감을 표현한다. 가족 영상통화 장면은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오라.”라며 흐느끼는 부모의 목소리, “제발 늙지 마라. 금방 갈 거니까.”라며 울부짖는 김련희의 클로즈업 영상, “련금 엄마, 마지막까지 힘내고 건강하게.”라며 당부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통해 이별의 고통을 표현한다. 평양 축제에서 딸이 한복을 입고 춤추는 장면은 남녀가 함께 춤추는 장면을 익스트림롱숏, 롱숏, 미디엄숏으로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북한의 축제와 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북 정상회담 뉴스 장면은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 뉴스를 듣는 김련희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면서 기대감을 표현한다. 출국금지 연장 통지서를 보고 좌절하는 장면은 “차라리 1년 출국 금지 시켰으면. 매달 출국 금지 날아와.”라고 말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흐느끼며 우는 모습을 닫힌 방문과 텅 빈 여백을 풀숏으로 보여준 후 딸에게 선물할 반지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줌으로써 남한에서의 좌절과 북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식사 장면은 남편·딸의 식사 장면과 김련희의 식사 장면을 편집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법의 강제집행으로 인한 가족의 분리와 고립감을 표현한다.

 

 

5. 꽃에서 그림자꽃으로
 

<그림자꽃>은 북한주민 김련희가 남한에서 서약서·전향서 강요, 국가보안법 위반과 출국금지에 맞서 시위, 망명, 위조여권, 밀항을 시도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친북인사의 획일화 논쟁, 보수단체의 욕설, 탈북자들의 적응을 보여주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의 외로운 투쟁을 그려낸다. 김련희가 북송을 하기 위한 모든 방법은 북한주민의 가치관에서는 합법이지만 남한주민의 법체계에서는 불법 행위가 된다. 김련희는 강요된 서약서·전향서라는 강제적 행위로 인해 탈북자가 되지만 여전히 북한주민으로 살아가면서 남한 사회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영화의 스타일은 감독이 가끔씩 대화와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김련희의 내면 생각을 드러내며, 남한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김련희의 시선 혹은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는 김련희의 시선을 통해 남한사회와 북한주민의 사이의 이질성을 강조한다. 실제 사건에 대한 영상과 인물·감독의 목소리 내레이션의 조화 혹혼 대비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림자꽃>은 꽃에서 그림자꽃으로의 이행을 통해 북한주민과 탈북자(남한주민)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