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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진의 문화톡톡] 대통령의 유튜브 정치
[엄윤진의 문화톡톡] 대통령의 유튜브 정치
  • 엄윤진(문화평론가)
  • 승인 2023.07.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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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그렇게 유튜브를 좋아할까?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선 선거전이 한창일 때에도 한 유튜버를 스승이라 불렀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엔 또 극우적인 유튜버를 장관과 차관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은 왜 그렇게 유튜브에 진심일까? 대통령도 사람이다 보니 힘든 것 싫어할 것 같다. 서울대학교 법대 입학에 사법 고시 패스, 그리고 결국 검찰 총장에 올랐다. 그 직후 대통령까지 되었다. 스스로를 성공 신화를 이룬 신화적 인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성공을 이룬 대통령은 그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나 자신의 탁월함을 늘 스스로 확인해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 앞에서도 자신이 꽤 깊이 알고 있단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대통령도 전문가라고 해서 특정 분야의 지식과 통찰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는 걸 일부 전문가들에게서 발견했을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조금 더 객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지식을 얻기 위해 전문 서적을 읽거나 각 분야 학자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이미 지친 몸을 더 피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사실 대통령에게도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거다. 그리고 대통령이 어떻게 한가하게 책만 읽고 있나? 그러니 대통령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주의나 집중을 상대적으로 덜 요구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지루한 책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며 공부하는 것이 시간과 힘이 드는 이유도 있지만, 어쩌면 대통령에겐 재미도 있으면서 시원한 사이다 같은 느낌을 주는 정보나 지식 콘텐츠도 필요할 것 같다. 특히, 대통령의 업무와 관계있는 정치 유튜브 콘텐츠가 그럴 것 같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든 못하든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기 때문에 자신 편을 들며 칭찬해 주는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엔 보수 정치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소수는 대통령의 전화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튜버 중의 한 명이 대통령에게 스승으로 불리고, 극우적인 정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장관과 차관이 되는 일 등을 고려하면 유튜브에 대한 대통령의 사랑은 진심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유튜브 사랑이 우리가 목도한 비전문성의 전성시대를 도래하게 했다는 데에 있다.

 

 

비전문성과 반지성의 전성시대

 

비전문성이 전문성을 몰아내거나, 전문가가 비전문가가 사고 친 것을 수습하는 반지성적인 모습이 우리 정치에 자주 보인다. 대통령이 그렇게 혐오하는 반지성적 사태를 대통령 본인이 일으킨다. 대중을 향한 메시지를 구성해 전달하는 법을 가르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홍보(public relation; 대민 관계나 홍보 기법)를 전공하고, 이 일을 평생 업으로 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커뮤니케이션이나 홍보 관련 석사 이상의 과정을 마치고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홍보 수석 혹은 정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들을 물리치고 기자들을 직접 상대하며 소위 도어스텝핑이라 부르는 출근길 문답을 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즉흥적으로 답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답을 한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집권 초 수개월 동안 도어스텝핑 때문에 하루가 멀다고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를 일으켰다.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말로 문제를 일으키면 그제야 홍보 수석이나 대변인이 대통령의 진의는 이런 것이라고 수습하며 진땀을 뺐다. 이뿐인가? 외무고시나 국립 외교원을 졸업하고 외교를 평생의 업으로 산 인재가 외교부에 많다. 외교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합쳐져 국익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는 이들이 현직 외교관이나 외교부 관료다. 이들이 엄연히 있는데, 특정 국가에 선의로 다 주자는 대통령의 결단이 먼저 내려진다. 뒤이어 대통령의 퍼주고 싶은 그 결심을 뒷받침하고 실행하기 위해 외교관들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외교 분야에서의 현 정부의 신중치 못한 대응은 그전에도 있었다. 홍콩을 포함하면 최근까지 우리 수출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대만 관련 발언을 서슴없이 말해버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탈중국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말한다. 최근엔 대통령은 입시 문제에도 자신의 전문성발휘'했다. 교육부나 학계에 입시 전문가나 교육 전문가가 있는데, 이들의 조언을 받아보지도 않은 채 대뜸 킬러 문항을 없애라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런 신중치 않은 발언은 평소 자녀 교육에 관심 없는 가장이 술자리에서 들은 말로 자녀들의 학원 일정을 갑작스럽게 뒤엎어 버리는 일과 같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시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언론의 비판이 나오자, 이제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겨냥하며 소위 일타 강사나 대형 사교육 업체를 세무조사 한다. 이렇게 대통령이 사고 치면 누군가는 직언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의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이 입시 문제를 수사해 봤기 때문에 입시 전문가라고 옹호하고, 교육부 장관을 두 번이나 한 사람도 대통령께 교육과 입시 문제에 관해 평소 많이 배운다고 한다. 평생 검사만 하던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어떤가? 강자인 최고 권력자가 외치는 자유는 폭력적이고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은 지킬 게 많은 보수 유권자의 표로 당선되었다. 그런 대통령이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친다. 절대 강자인 사자가 야생에서 시도 때도 없이 사자 자신의 자유를 외친다고 상상해 보자. 사자가 초원에서 자신의 막강한 힘을 언제든, 어디서든 자유롭게 사용하면 그 초원에 사는 약한 동물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강자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다수 약자의 자유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자유의 역설적 측면도 모르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자유’, ‘자유’, 자유를 외친다. 최고 권력자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속한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 활용을 스스로 제한하겠다고, 절제하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 철학자가 자신의 정치 철학 입문서에서 이렇게 쓴 걸 본 적이 있다. 정치인은 어차피 정치철학의 자도 관심 없다고. 막강한 권력을 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자유를 외치는 것을 보면, 이 정치 철학자의 냉소적인 언급이 과장된 빈말은 아닌 것 같다.

 

 

유튜브 시사 콘텐츠의 특성과 그 한계

 

평균적인 지적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전체 인구에서 가장 큰 인구 집단을 차지한다. 이들의 판단과 취향이 그렇게 꼭 신뢰할 정도는 아니란 걸 학교 다닐 때도, 사회생활을 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느낄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많이 팔리고, 많이 시청되고, 많이 읽혔다면 덮어 놓고 인정하고, 믿으려 하는 성향이 우리 사회에 있는 것 같다. 다수가 하는 것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럴 거다. 하지만 인류의 지성사를 이끌어 온 사람들은 다수의 상식이나 통념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이것들을 의심해 대안을 낸 소수였다. 적어도 새로운 지식이나 통찰로 사회에 기여하는 일엔 이런 소수 지식인이 탁월했고, 이들이 인류의 지식 문명을 쌓아 온 주역들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지식 격차, 소위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 예로 비전공자인 우리는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의 관련 기술들에 관해 거의 모른다. 터치스크린,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동영상 재생이나 디지털 카레라의 작동 방식과 관련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기술(Tech)과 과학 분야에서만 지식 격차 혹은 비대칭 정보 상황이 있는 게 아니다. 한때 대학에서 매년 같은 강의 노트를 사용한다 말이 많던 인문·사회 과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이 분야의 논문과 책도 쏟아져 나온다. 과거 코페르니쿠스와 동시대 일반인들 사이에 있었던 지식 격차보다 현대의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지식 격차(정보 비대칭 상황)가 훨씬 더 클 거다. 현대의 대중은 유튜브나 인터넷 덕택에 스스로 똑똑하다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쏟아지는 각 분야의 지식은 대도시를 통째로 집어삼킬 만한 거대한 쓰나미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다. 새로운 지식 생산의 규모와 속도는 전례가 없고 여기에 여러 분야의 지식 간 융합으로 새로운 지식이 더 급속히 증가한다. 세상은 비약적으로 더 똑똑해지는데, 그 사회 속에 사는 개인은 점점 뒤처지고 있다. 개인이 혼자 수용할 수 있는 지식의 폭과 깊이, 그리고 정보의 수용 속도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인데도 대중을 상대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다수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다른 가치를 더 우선시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제작하는 콘텐츠의 대중 수용성을 더 먼저 고려한다. 아무리 수준 있고, 정확한 지식을 담은 콘텐츠도 다수 시청자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거나 상식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시청자들이 외면하거나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고 타당한 정치 철학도 대중이 가진 정치적 신념에 반하면 그 철학은 외면당하기 쉽고 심지어 비판받을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중이 가진 상식은 십 대 들이 가진 편견의 모음일 뿐이라고. 아인슈타인의 이 말은 앞서 언급한 전문가와 일반인이 갖는 비대칭 정보 상황을 일컫는 말이었을 거다.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 중에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유튜브 플랫폼엔 크리에이터 자신의 수익 증대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보단 수익 확대나 인지도를 쌓는 데 더 집중한다. 시사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경우 권력 지향적인 특성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게 보인다. 자신의 콘텐츠를 여러 비판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자의적인 논리나 과장 그리고 반만 진실을 팩트를 인용하기도 한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사 콘텐츠에는 기본적인 팩트 확인조차 안 되어 있는 것과 특정 진영을 방어하기 위해 팩트를 선택적으로 알리는 방식의 편향도 흔하게 보인다. 물론 이런 유형의 편향은 기성 언론의 보도나 기사에도 분명히 있지만 유튜브 콘텐츠의 편향성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여기에 더해 반만 진실인 팩트에 크리에이터의 해석과 판단을 교묘하게 섞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사적 이익 추구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소위 도구적 이성(instrumental reason)을 가장 대놓고 활용하는 공간이 유튜브다. 상당수 유튜브 시사 콘텐츠에서 공공의 이익, 미디어 환경의 건전성, 콘텐츠의 객관성과 중립성이란 가치, 그리고 이런 것들을 지키고 이뤄내기 위한 노력은 찾기 어렵다. 그러니 일상을 끝내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혹은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한 방편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런 유튜브 콘텐츠의 시청도 종이책을 읽는 것과 함께하는 것이 더 좋다. 책을 읽으면 유튜브 콘텐츠를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같이 다수가 선호하는 것을 보면 더 재미있고 시원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가 전하는 정보의 신뢰도나 정확성, 그리고 객관성에 관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국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대통령이 유튜브 콘텐츠를 참고해 정책 결정이나 인사를 한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대통령의 판단과 그에 따른 결정이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편향적인 정보에 휘둘릴 위험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시길

 

대통령은 정책 결정이나 인사를 할 때, 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의 결정 하나가 적게는 수십 또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일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찬성 반대 같은 양자택일의 단순한 선택을 내리는 것보단, 정책 결정과 시행에 있어 세부적인 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더 자주 직면할 수 있다. 그래야 정부의 정책 시행이 최대에 이익이 되고, 정책 시행의 부작용이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활용하고 의존해야 하는 정보나 지식 근원은 정확하면 정확할수록, 객관적이면 더 객관적일수록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부디 대통령은 상식과 통념에 바탕을 둔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기보다는 책을 읽거나 그게 어려우면 책을 요약한 것이라도 참모에게 들었으면 좋겠다. 특히, 전문가의 조언과 자문을 더 자주 구하길 바란다. 예로부터 현자는 말하는 것보다는 많이 듣는 자라고 했다. 현명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그 현명함으로 최대 다수 시민의 이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덜 말하고 더 많이 듣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대통령이 장관이나 관료를 만나면 한 시간 중의 59분을 대통령이 말한다는 얘기가 시중에 돈다. 그러지 마시고 부디 한 시간 듣고 5분만 말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대통령과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것이 스트레스를 68%만큼이나 줄여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서가 치매 예방, 숙면 유도, 총명함, 그리고 공감 능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런 장점들 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대통령이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으면, 보너스로 자유카르텔같은 표현도 조금 더 적절하게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독서는 전염성이 있어 대통령이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그 주변인들도 책을 읽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대통령이 독서에 더 집중하면, 본인과 그 가족에게, 행정부 관료에게, 그리고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민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텐데.

 

 

글·엄윤진 
독일 본 대학 대학원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정치 철학서 『거짓 자유』와 실존주의 서적 『좋아서 하는 사람, 좋아 보여서 하는 사람』을 쓴 인문교양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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