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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문화톡톡] 도시와 문화
[이인숙의 문화톡톡] 도시와 문화
  • 이인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08.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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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문화

 

도시, 문화, 문화도시

우리는 City, 혹은 Urban이라고 한다. City는 명사이고 Urban은 형용사라는 차이가 있는 것은 다 알고 있는 바 이지만 실제로 City는 물리적인 형태로서의 의미하고 Urban은 삶의 터전, 지역의 인구의 밀도 등 다양하고 유연하게 적응되는 개념으로 이해 할 수 있겠다. Urban은 시골(Rural)의 반대 개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City는 물리적인 환경, 즉 주거, 교통, 병원, 교육시설 등 인간 삶의 필요한 기능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개념으로서의 도시라면, Urban은 인간에 초점을 맞춘, 다시 말해 문화적 개념으로서의 도시로의 개념으로 이해 할 수 있겠다. 

현대는 문화적 요소가 핵심적 가치로 인식되는 시대이다. 문화는 일반적으로 민족, 국가, 하나의 공통체가 오랜 기간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축적하고 획득한 능력과 습관의 체계 등으로 특징되어진 삶의 방식으로 이해 할 수 있겠으나 그 개념이 넓고 다양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삶의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들이 구조화 되었거나 무의식화 된 체계, 즉, 공통으로 약속된 특정한 사고체계나 행동양식, 전통적이거나 역사적으로 축적된 산물, 예술적인 것을 말할 때 문화의 개념을 적용한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인간은 가정과 사회를 품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는 인간 삶의 총체적인 모습을 포함한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도시의 이루는 환경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도시 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환경, 제도, 관습, 교육, 정책 등에 의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면서 함께 살아간다. 삶이란 경험의 연속이고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 의해 의식과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 (벤야민 Walter Benjamin 2005)

삶에 있어서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플라너리(flnerie), 즉 걸으면서 도시를 배회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플라너리의 뜻은 몸의 감각으로 도시를 알아가는 것으로 거리가 주는 모든 풍경을 누리면서 뜻하지 않는 발견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문득 느끼는 아름다운 풍경이라던가 무심코 지나치던 주위의 작은 구조물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던가, 매일 지나치던 현상이 문득 과거의 좋은 추억을 상기시킨다거나 등등 도시를 걷는 것, 즉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도시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는 편안하고 다양한 직, 간접적인 자극과 체험,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도시에 산다는 것은 몸의 감각과 사고의 경험 등을 통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도시를 느끼고 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는 사람들의 삶에 변화와 가치 그리고 질적인 생활에 좋은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그 기능을 구축해 가야 할 것이다.

 

인간중심의 문화도시

도시는 인간이 사는 삶의 공간이다. 도시의 생활은 인간 삶의 실제적인 경험의 세계로서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만들어가는 영역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계획되어진 환경에서 인공의 건축물에 사는 것이고 자연공간 속에 도시라는 인공학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공간을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주거하는 공간이며 그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필요를 충족하고 자기실현과 사회적 기여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생존과 생계 그리고 문화가 형성되고 향유되는 공간이 우리가 사는 도시이다. 사람들은 일과 업무에서 벗어나 집 주위를 산책하거나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공연이나 전시장을 찾아 예술적 향유를 누리기도하고 특별한 친구나 모임을 통해 술과 음식으로 교재나 즐거움을 추구하기도 한다. 몸이 아프면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고 빠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민원과 문제점을 해결하기도 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다양하고 신선한 물건들이 준비되어 있는 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고 어느 때든 시청 가능한 인터넷 영화나 스포츠 관람도 문제 될 것 없다. 건강과 젊음을 위한 헬스클럽,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다양한 볼거리, 먹을 거리, 할 거리들이 차고 넘친다. 현재 도시에 사는 도시인들이 누리는 도시 문화이다.

반면 이러한 도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재화나 시간을 얻기 위해서 그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지 않을 수 없다. 생존, 생계, 그리고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서 도시의 많은 것을 영유하지 못하기도 한다.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에 의해 창안된 슬로우 시티(slow city)는 천천히라는 의미뿐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순리적이며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자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빠르고 경쟁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중시하고 일과 삶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여 소비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태적 차원으로의 전환을 통해 도시를 재설계하자는 취지이다

슬로우 시티의 목적중의 하나로 어메니티(amenity)이다. 어메니티는 유쾌함과 매력, 바람직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는 사람, 사물, 기후, 제도나 조건과 같은 환경까지를 아우르는, 물질적인 면과 함께 정신적인 면을 포함하는 쾌적함을 의미한다. 어메니티는 복수의 가치를 지닌 총체적인 것으로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으로 이해 할 수 있겠다. 일본의 사카이 겐이츠는 어메니티를 생활의 쾌적함으로 문화, 스포츠, 편리시설, 치안, 공공서비스를 포함하는 ‘사는 기분‘전체를 가리키는”사고방식“이라고 보았다. (문화도시 유승호 2022).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첨단기술의 발달로 거리감이 사라진다 해도 공간이 없으면 인간은 실존할 수 없다“ 라고 말한다. 과학과 기술, 속도의 시대에 사는 현대 인들은 다양하고 빠른 교통수단이나 온라인을 통해 거리감이나 시간의 개념이 해체되고 가상체험, 간접 경험의 환경 속에서 공간에 대한 개념 마저 불투명하게 느끼고 살아간다. 더구나 인류가 처한 위기, 심각한 공해와 전쟁, 자연재해, 주거문제, 점점 더 포악해져 가는 사회문제, 부와 권력의 양극화 현상 등 삶의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도시라는 공간에서의 삶은 황폐해져 가고 있다. 분명 도시는 산업화와 기계화, 인공지능으로 더 편리하고 기능화 되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도시의 경제적, 산업적 발전과 동시에 문화적 기능이 사회와 인간정신에 중요한 요인임을 나타내는 반증이 아닐까? 문화를 통해 도시는 어떻게 미래 가치를 구축 할 수 있을까? 현대 인들에게 도시는 과연 무엇이고 그 도시의 문화가 각자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도시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떤 사고를 공유하고자 하는지 문화로서의 도시에 대한 기능이나 역할에 더욱 주위를 기우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속적 발전뿐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도시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문화적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조성해 가야 할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며 도시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깨끗하고 여유로우며 사람들간의 교류나 배려, 친절,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역사와 문화적인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하고 개인적으로 건강하고 안전 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여 선한 도시 문화를 만들어가는 그런 삶을 꿈 꾸어 본다.

 

도시와 예술문화

도시에서의 문화예술은 단순히 예술 행위로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하고 공유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공연장, 전시관, 박물관 등의 문화예술시설의 건축은 물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 부수적으로 소요되는 시설,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주변환경의 개선, 공공의 서비스의 구축 등 여러 사업들과 동시에 이루어 지게 된다. 이는 문화산업으로서의 경제적 이득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환경도 함께 조성되어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도시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도시에서의 예술활동은 문화적으로 더 발전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예술적인 삶을 풍부하게 하며 예술과 경제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경제적 발전은 물론 문화예술 도시의 이미지와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예로서 도시에서의 문화시설 및 예술활동으로 도시를 발전하게 하고 경제, 문화도시로 새롭게 발전할 수 있게 한 스페인의 구겐하임미술관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성공적인 문화도시 사업은 빌라오 효과(Bilbao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뜻한다. 쇠퇴해가던 스페인의 지방공업도시 빌바오가 1997년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시설인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면서 경제적 부흥을 가져 온 데서 비롯된 용어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설립되면서 한 도시의 건축물이 그 도시의 상징물이 되었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2022년 한 해 만 보더라도 129만 명이 미술관을 다녀갔으며 6700억원의 총수요가 창출될 만큼 그 지역을 관광과 문화예술의 명소로 이름을 높였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초기 비용은 1억유로에 불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빌바오 효과는 단순히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는다고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빌바오가 있기 까지 수많은 시설의 개선과 시민들을 위한 시설정비가 있었다. 빌바오의 도시재생은 수많은 프로젝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빌바오 효과를 연구한 전문가 들은 미술관만 보지 말고 수많은 사회기반시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보행자 전용다리, 주변산책로, 공원, 놀이터, 편리한 교통시설 등 관관객과 시민을 위한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로서의 도시는 주변경관과의 조화, 지역주민의 동의, 안전한 설계, 주변인프라의 조성, 등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세계주요도시들은 이 같은 빌바오 효과를 누리기 위해 예술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술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도 높을뿐더러 시민들의 문화적인 질적인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도시의 문화적 인프라의 발전 정도가 그 도시의 생존가능성(liveability)을 결정 짓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

노후 된, 또는 기능이 상실된 공간과 시설에 새로운 기능과 개념, 가치를 부여하여 새로운 “쓰임”을 창출하는 것, 그래서 잘 만들어진 도시환경은 시민들에게 일상의 즐거움을 자발적으로 창출하게 하고 영위할 수 있게 하여 삶을 더 가치 있게 하고, 그가 속한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의 문화도시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고 핵심적인 항목들이 될 수도 있다. 도시에서의 문화적 인프라는 그 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쓰임을 확대하며, 시대가치관과 요구를 수용하여 인간 생활의 발전적 개선과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예술이 곧 도시의 미래

이코노미스트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다섯 가지 기준 중 하나로 문화를 꼽는다. 영국싱크탱크인 센터포시티는 25세~ 34세 사이의 청년층이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도 2017~2022년에 걸쳐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된 조사에 기반해 예술에 자주 노출 될수록 우울증, 치매, 만성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경제 장서우 기자 2023. 07. 12) 이 기사에서도 보여지는 바와 같이 문화도시로의 구축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적 삶의 실현, 도시 가치의 확립, 그 도시 이미지 구축과 문화중심지로서의 위치 획득 등 효율적인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 ‘문화가 곧 미래’라는 인식은 이러한 여러 연구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유승호는 문화도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로 인간사이의 네트워크가 광범위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화되면서 속도가 중요시 되었다 그러나 역으로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보면 걸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 즉 문화도시란 어떤 것일까? 걸을 수 있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문화를 즐기며 서로 네트워킹하며 창조적 사고를 나눌 수 있는 도시, 속도와 엔터테인먼트 등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양하고 이러한 것 들이 적절히 배분되어 건강하고 창조적이며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 느리게 걸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곳, 그러나 다양한 즐거움 또한 즐길 수 있는 곳, 인간이 추구하는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창조적으로 실현 할 수 있는 곳, 그곳을 우리는 문화도시라고 부른다.“ 라고 결론을 짓는다.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전공. 현재 청주대학교 연출제작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북경수도 사범대학교 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 부학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이사,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청주시 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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