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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자'는 모두 마녀? 중세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마녀'의 역사
'자유로운 여자'는 모두 마녀? 중세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마녀'의 역사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8.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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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티크M> 6호 리뷰 ㅡ "모두 긴장해라, 마녀들이 돌아왔다!"
- 영화, 소설, 에세이 평론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말하다
- "지금의 사회는 마녀들을 갈아 만든 계단을 밟고 올라온 역사적 진보"
<크리티크M> 6호 「마녀들이 돌아왔다」
180p.
16,500 원

 

“긴장하라, 마녀가 돌아왔다!”

갈수록 흥미진진한 문화예술계간지 <크리티크 M> 6호의 주제어는 ‘마녀’다. 중세시대의 서구 사회에서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질서에 거스르는 여자들에 대해선 마녀 딱지를 붙이고 비방하고 가두고 불에 태우고, 모욕하며 조리돌림의 처벌을 가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마녀’는 과연 마녀일까?

마녀의 재조명이 최근의 흐름이다. 소설과 영화, 에세이를 통해 재해석되는 마녀는 시대를 앞서가는 초월자다. 봉건시대를 지나서 근대시대, 그리고 현대의 코스모폴리탄 사회로 진입해온 과정은 마녀들을 갈아만든 계단을 밟고 건너온 역사적 진보의 순간들이다.
 

<성 안토니오의 유혹>(부분), 1495~1515 - 히에로니무스 보스

<크리티크 M> 발행인 안치용 평론가는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사용한 마녀감별법은 마녀 혐의를 받는 사람의 손발을 묶어 물에 던져 가라앉으면 무죄, 떠오르면 유죄로 황당무계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지적한다. 다만 놀랍게도 우리는 새로운 마녀를 만나는 중이다. 로리스 레싱이 <금색공책>에서 말한 ‘자유로운 여자들’이 말하자면 마녀이다. 마땅히 마녀라고 불러야 할 레싱의 분신 격인 애나가 소설의 서두에 말한다. "내가 보기엔 모든 게 다 부서지고 있다는 거야."

모든 것이 다 부서진 곳에서 마녀가 새로운 여성의 정체성으로 사회의 여러 현장에 돌출하고 있다. 과거의 마녀는 명명된 마녀로 타자화의 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제의적 존재였지만 현재의 마녀는 스스로를 재창조해 주체화의 깃발를 든, 근대성을 변혁적으로 해석한 전장(戰場)의 존재이다.

<크리티크 M> 6호는 영화, 소설, 에세이의 평론가들이 문화현장에서 전방위적 출몰하는 마녀들의 실체를 진단하며 현대판 마녀들을 새롭게 해석한다.

아울러 <크리티크 M> 6호에서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주제로 '과거를 기억하는 법'을 비중 있게 다루고, 최근의 새로운 문화현상 흐름에 주목했다.

 

 

책속으로

 

<우리 봇물을 트자, 마녀>, 1988 - 박영숙 / <크리티크M>6호 中, 재판매 및 DB금지

"역사적 사건으로 마녀사냥은 근대의 도래와 함께 끝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러한 유형의 마녀사냥이 끝났다는 현상적 판단에 불과하다. 이제 정의가 더 모호해진 채로 마녀사냥이 현재 진행형임을 주장한다고 해서 헛소리 취급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마녀가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쫓기는 사냥감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종종 사냥꾼을 두렵게 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진 새로운 마녀라는 사실은 언급해야겠다."

- 〈마녀이거나 마녀의 친구로 살기〉, 안치용



"서구 페미니즘은 오래전부터 마법을 일종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우리는 당신들이 미처 태워 죽이지 못한 마녀들의 손녀다”라는 유명한 구호가 보여주듯 말이다. 서구 페미니스트들은 지난 16세기부터 17세기 사이 유럽에서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한 5만~10만 명 중 대다수가 여성이었음을 강조한다. 사실상 마녀라는 ‘죄목’으로 고발당한 사람 중 80%,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중 85%가 여성이었으며, 남성들은 공범으로 몰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 1587~1593년 독일 남서부 트리어 부근의 22개 마을에서는 몹시 참혹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총 368명이 화형당했으며, 두 개 마을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단 한 명일 정도였다. 역사학자 앤 바스토는 이 같은 마녀사냥을 ‘여성 혐오가 폭발’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긴장하라, 마녀들이 돌아온다〉, 모나 숄레


우리는 흔히 마녀화형이 성행한 시대가 중세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르네상스, 특히 1560년 이후였다! 르네상스야말로 종교가 가장 무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던 시대, 인간을 가장 죄악시한 시대였던 것이다. (...) 이후 1세기가 넘게 이어진 종교전쟁은 광신적 신앙을 서로 대립시켰고, 잔인한 학살을 이어갔다. 많은 신교도와 구교도가 서로 날을 세운 칼에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우리는 르네상스에 이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르네상스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딴판이었다.

- 〈서구 마녀사냥은 신의 의지였나?〉, 로베르 뮈샹블레

 

다큐 <피의 연대기> 포토 / <크리티크M>6호 中

새로운 경제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과거에는 공동 소유하던 마 토지의 사유화, 신대륙의 식민지배 그리고 마녀사냥이다. 이 세 가지 요소로 인해 전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던 목재, 목축, 약초의 사용이 제한을 받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이를 주로 사용하던 여성들은 맨 먼저 죄인 취급을 당했다. 가난한 남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가면 가난한 여성들은 원래 살던 곳에 홀로 남았다. 이러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부랑자가 되거나 도둑질을 하며 살았다. 역사학자 안느 L. 바스토우에 따르면 3세기에 걸쳐 악마와의 재계약, 야간 절도, 혹은 영아 살해죄로 고발되어 마녀재판을 받아 희생된 여성의 수가 20만 명에 달한다.

- 〈재조명되는 마녀의 시대〉, 나이케 데크슨


동성애에 대한 마녀사냥은 반국가종북세력 대척결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과 동성애 옹호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주장하는 진보 세력의 대립을 드러낸다. 동성애에 대한 보수 세력의 비판은 정상적 삶과 비뚤어진 삶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다. 보수단체는 ‘동성애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성에 미쳐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비뚤어진 삶을 살며,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말이 안 되며, 아름다운 성북구를 섹스, 타락의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난한다.

- 〈〈불온한 당신〉 - 순응/불온의 경계에서 ‘혐오에 맞서 행동하기’〉, 서곡숙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 그러나 왜 각 사회, 각 문화, 각 개인에게 시간 사용은 서로 다르게 보여지는 것일까? 진 밤멜(GENE BAMMEL)은 여가와 인간행동에서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후진국, 개발도상국, 선진국의 시간 사용은 각각 다르고 사회 계층별 시간 사용도 다르다고 한다.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달할수록 시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많은 활동이 자발성을 잃는다고 말한다. (...) 어떤 조건이나 의식의 변화가 사람들의 선택한 활동이 지닌 시간적 측면을 변하게 할 수 있는가?
 

- 〈시간과 문화〉, 이인숙

 

 

 

 

목차

 

# 책을 내며

마녀이거나 마녀의 친구로 살기 ㅡ 안치용
 

1# 마녀들이 돌아왔다

긴장하라, 마녀들이 돌아온다 ㅡ 모나 숄레

마녀의 저자, 모나 숄레 현장 인터뷰 ㅡ 성일권

재조명되는 마녀의 시대 ㅡ 나이케 테크슨

서구 마녀사냥은 신의 의지였나? ㅡ 로베르 뮈샹블레

‘스탠딩 코미디의 신예’ 양리에 대한 마녀사냥 ㅡ 장저린

불에 탄 여인과 사라진 아이 ㅡ 이주라

현대미술의 제의적 순간, 마녀와 예술가 사이 ㅡ 김지연

(한국) 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마녀가 된다 ㅡ 다큐 <피의 연대기> ㅡ 김민정

아마조네스는 더 이상 마녀가 아니다 ㅡ 김정은

 

2# 국제

아트바젤이 주도하는 ‘파리+’,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ㅡ 마리노엘 리오

드라큘라의 귀환 ㅡ 아가트 멜리낭

소외된 자들의 미장센 ㅡ 베르나르 아이젠시츠

“당신도 자기 자신이 되세요” ㅡ 모나 숄레

 

3# 뉴 커런츠

수동태의 슬픔과 호명되지 못한 소외가 만나면 ㅡ 안치용

인터넷 밈조차 되지 못하는 시시콜콜한 한국 상업영화 ㅡ 김경수

콩쿠르 ‘영재’ 강국에서 클래식 강국으로 가려면 ㅡ 조희창

기지촌 꽃분이들의 스토리-텔링 ㅡ 정문영

<불온한 당신>-순응/ 불온의 경계에서 ㅡ 서곡숙

개인화 사회의 액체사랑 ㅡ 이정옥

이기지 않겠다는 마음의 틈새 ㅡ 양근애

 

4#성서 인문학(4)

‘틈입자’ 뱀의 존재성 ㅡ 김창주

 

5# 사유

새로운 시민적 지성과 주체들의 귀환 ㅡ 이정우

통찰력의 결핍 ㅡ 레지스 드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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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