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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문화톡톡] 2023년 올해의 벡델리안, 그들은 누구인가 (1)
[김민정의 문화톡톡] 2023년 올해의 벡델리안, 그들은 누구인가 (1)
  • 김민정(문화평론가)
  • 승인 2023.09.04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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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양성평등주간 중인 9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디스페이스에서 벡델데이 2023’을 진행하였다. 벡델데이는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영화 속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균등하게 재현되는가를 가늠하기 위해 만든 '벡델 테스트'를 기초로 한국 영상 미디어 속 성평등 현황을 짚어보고 문화적 다양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 영화 부문에 이어 시리즈 부문을 신설하였으며 20227월부터 20236월까지 공개된 시리즈를 대상으로 2023년 가장 성평등한 시리즈 10편을 선정하여 벡델초이스 10’을 발표하였다. 이와 더불어 성평등에 기여한 영상 창작자들을 감독(연출), 작가, 배우, 제작자 등 네 개 부문으로 나눠 벡델리안으로 선정하고 92일 시상식과 토크쇼를 진행하였다.

 

벡델데이 벡델테스트는 아래와 같다.

 

1.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 나올 것

2.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3. 이들의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

4.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5.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6.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7.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

 

 

한국영화감독조합 공식홈페이지
한국영화감독조합 공식홈페이지

 

2023년 올해의 벡델초이스 10

 

<박하경 여행기>

<슈륩>

<마당이 있는 집>

<작은 아씨들>

<퀸메이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랑의 이해>

<글리치>

<더 글로리>

<어쩌다 마주친 그대> 

 

벡델데이2023 시리즈 부문은 공중파 및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OTT 오리지널 등에서 소개된 84편 시리즈를 대상으로, 중앙일보 문화부 나원정 기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 드라마평론가 김민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가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 과정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다. 너무나 많은 좋은 드라마들이 있었기에 10편만 고른다는 것이 어려웠다. 벡델테스트를 정량화해서 평가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시작점으로 해서 파생되고 확장되는 의미를 담아내는 작품들까지 고루 벡델초이스 10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의 의미가 단순히 생물학적인 성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역에 있다고 심사위원단은 판단했다. 세상의 모든 작고 사소한 것,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소수자성에 걸맞은 가치와 의미를 지켜낸 드라마들을 호명하여 기록하고 기념하기로 하였다.

벡델데이가 여성만을 위한 축제로, 여성 서사를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시선들이 간혹 존재한다.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여성이면 세계의 절반이다. 절반이 바뀌면 다 바뀌는 것과 다름없다. 절반이 바뀌면 남은 절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여성 서사의 여성은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 로맨스 드라마는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비판을 많이 받는다. 이때 여자 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길 거부하고 동등한 관계가 되길 원한다면, 백마탄 왕자도 백마에서 내려와서 같이 걸을 수밖에 없다. 공동주연이니까 한 명이 걸으면 다른 한 명도 나란히 걸어야 하는 것이다.

비평 담론에서 가장 따가운 혹평을 받는 가족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가족드라마 속 여성은 가부장제도 안에서 피해자로 그려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만약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도 거듭나고 피해자 되기를 거절한다면, 그 대척점에 놓인 남성 역시 가해자가 아니게 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이 주체성을 찾아가면서 드라마가 그려내는 다른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드라마 세계가 함께 건강해졌다. 물론, 드라마의 작품성도 높아졌다. 이것이 바로 한국 드라마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내는 마중물로서 여성 서사가 가지는 존재 의미이자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글·김민정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학과 문화, 창작과 비평을 넘나들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과 르몽드문화평론가상, 그리고 2022년 중앙대 교육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드라마에 내 얼굴이 있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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