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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제비> ― 현재의 비밀과 과거의 진실 그리고 억울한 죽음의 상실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제비> ― 현재의 비밀과 과거의 진실 그리고 억울한 죽음의 상실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3.10.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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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비>: 과거의 사랑·혁명과 현재의 비밀
 

<제비>(이송희일, 2023)는 과거의 사랑·혁명과 현재의 비밀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1983년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연인 사이인 서진우(제비)·차은숙과 차은숙을 사랑하는 프락치의 엇갈리는 인생을 다룬다. 40년 뒤 2023년 은숙의 아들 호연은 실종된 어머니 은숙, 무관심한 아버지 현수, 정체불명의 제3자 등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1983년과 2023년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과거 사랑과 현재 비밀의 연관성을 계속 그려나간다. 이 영화는 실종 사건, 도난 사건, 살인 사건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추리물 형식으로 보여준다.

 

2. 실종 사건: 과거·현재의 비밀과 현실/소설의 경계선

 

<제비>의 전반부 내러티브는 과거·현재의 비밀과 현실/소설의 경계선을 보여준다. 과거에서 현수는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다리를 불구로 만들고, 제비(진우), 은숙, 현수가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학생운동권 야전사령관인 제비와 당찬 성격의 은숙은 비밀 연인 사이로 밝혀진다. 현재에서 호연은 공사장에서 빨간 줄 목걸이를 발견하고 아내의 이혼 요구를 듣고 사장인 아버지로부터 업무 압박을 받고, 출판 기념회를 하다가 실종된 어머니 은숙을 찾다가 출판사에 도둑이 든 사실을 알게 된다.

 

<제비>는 실종 사건과 도난 사건에서 추리물 형식을 취하면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출판 기념회를 하던 어머니 은숙가 맨발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둘째, 아버지는 어머니 은숙의 실종에 대해서 무관심한가? 특히 아버지는 은숙의 실종에 대해서 평범하게 말함으로써 평소 은숙의 실종 이유에 대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한 번도 도둑이 들지 않았던 출판사의 도난 사건의 이유는 무엇인가? 넷째, 출판 기념회 때 은숙이 맨발로 사라지게 만든 정체불명의 남자는 누구이며 은숙에게 건넨 물건은 무엇인가? 다섯째, 아버지는 왜 과거의 ‘이현수’ 이름을 바꾸었으며, 현수, 은숙, 제비의 관계는 무슨 사이인가?

<제비>의 첫 장면에서 넋이 나간 상태의 맨발의 여자가 시골길을 걷다가 친구의 품에 안기는데, 이때 여자의 손에 묻은 피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20년 동안 한 번도 도둑이 들지 않았던 출판사의 도난 사건은 실종 사건과 도난 사건의 연계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 외에는 무관심한 주인공 호연은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이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어머니의 부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서 실종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아버지의 건설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호연이 공사장에서 발견한 빨간 줄의 목걸이도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제비>는 실종 사건과 도난 사건을 통해서 인물의 갈등을 드러낸다. 주인공 호연은 어머니의 실종에 대한 무관심, 아내의 이혼 요구에 대한 무관심, 돈으로 인한 친구 관계 악화 등 사적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사적 갈등은 모두 호연이 공적 업무에만 집중함으로써 일어난 것이며, 호연의 이러한 문제 뒤에는 건설회사 사장으로서 계속해서 업무 압박과 부담을 주는 아버지 현수가 존재한다. 호연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사적 관계를 모두 희생시키지만, 어머니의 부재로 불거진 실종 사건과 도난 사건으로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지게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듯 <제비>는 추리물 형식을 통해 어머니 실종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를 사라지게 만든 정체불명의 남자, 출판사 도난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과거와 현재의 비밀을 드러낸다.

 

<제비>의 전반부 스타일은 클로즈업, 뒷모습, 버즈아이뷰숏을 통해 중요한 복선, 감춰진 진실,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 친밀감을 표현한다. 호연이 공사장에서 붉은 줄 열쇠 목걸이를 발견하는 장면은 목걸이에 대한 클로즈업을 통해 중요한 대상물임을 암시한다. 아버지 현수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어두운 뒷모습으로 제시되어 감춰진 진실, 불길한 예감을 표현한다. 공사장 현장에서 호연이 형사 친구를 만나는 장면은 전체를 조망하는 버즈아이뷰숏으로 통해 호연과 아버지의 공사 현장이 어머니의 실종 장소, 고문경찰의 살인 장소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3. 도난 사건: 과거 죽음의 고통과 현재 상실의 아픔

 

<제비>의 중반부 내러티브는 과거 죽음의 고통과 현재 상실의 아픔을 보여준다. 과거에서 현수가 체포되어 물고문을 당한 후 프락치가 되고, 제비가 임신한 은숙에게 노가다 돈을 모은 통장을 보여주고, 제비가 현수의 고발로 체포되고 시신을 강탈당한다. 현재에서 호연은 진경의 집을 방문하여 은숙의 혼전 임신에 대해 묻고, 과거 사실로 아버지 현수가 분노하지만 어머니 은숙의 실종신고를 하고, 은숙에게 물건을 건네준 정체불명의 남자를 추격하고 공사장에서 발견한 열쇠로 그 남자의 금고를 열게 되고, 금고에서 과거 아버지 현수의 고문과 자백 기록을 듣게 된다.

 

<제비>는 세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고문 경찰에 의한 제비 살인 사건에서 누가 프락치인가? 외부의 억압 상황에서 동지들 중에서 누가 배신을 했느냐의 문제로 조직의 내부가 분열된다. 둘째, 은숙은 왜 실종했으며 어디에 있는가? 전체를 관통하는 이 의문은 새로운 단서들이 나오지만 계속 의문으로 남게 된다. 셋째, 정체불명의 제3자의 정보와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제3자가 어디에 있는지, 제3자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넷째, 은숙의 사전 임심을 알게 된 후 호연은 연인 제비와 남편 현수 중에서 누구의 아들인가? 제비의 죽은 모습을 먼저 제시한 후 나중에 제비가 고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주며, 제비의 시체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정보를 조금씩 제공하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제비>는 과거의 갈등을 소환한다. 제비와 은숙은 은숙의 임신으로 가정 이루기와 혁명의 과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제비는 꿈을 이루는 것이 혁명이라며 아이를 지우려는 은숙에게 애를 위해서 돈을 모으지만 은숙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호연과 아버지 현수는 호연이 어머니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갈등하기 시작하고, 제3자의 추적 결과 어머니의 실종 사건, 제3자의 실종 사건과 아버지의 연관성이 드러나게 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 제3자는 현수를 고문하여 프락치로 만들고 은숙을 미끼로 제비의 정보를 누설하게 만든 경찰로 밝혀진다. 이렇듯 <제비>는 제3자의 정체와 아버지 현수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현재 은숙의 실종 사건과 과거 제비의 살인 사건이 연결된다.

 

<제비>의 중반부 스타일은 교차편집, 롱숏과 미장센, 롱숏/미디엄숏, 미장센과 편집, 버즈아이뷰숏, 미디엄숏/롱숏/미장센, 미디엄숏/롱숏을 통해 위기감/긴장감/두려움, 냉철한 시선, 관계, 과거와 현재, 사건에 대한 조망, 차이 대비, 비판적 시선을 표현한다. 제비의 체포 장면은 추적자를 발견한 제비, 도망치는 제비, 개 짖는 소리, 뒤쫓아가는 은숙, 잡히는 제비, 차에 실려 가는 진우 등 교차편집을 통해 위기감, 긴장감, 두려움의 고조를 표현한다. 제비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은 갈대밭을 달리는 은숙과 진경, 시체를 보고 절규하는 진경, 넋을 잃고 주저앉는 은숙을 보여주면서 왼쪽의 제비와 진경, 오른쪽의 은숙의 거리를 화면의 양끝으로 최대한 벌여놓는 롱숏을 통해 주관적 감정보다는 비극적 사건과 억울한 죽음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는 냉철한 시선을 표현한다. CCTV에서 은숙이 맨발로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버즈아이뷰숏을 통해 가까운 과거에 대한 사건을 조망하는 시선과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동시에 표현한다. 대학교에서 고문경찰이 현수를 협박하는 장면은 현수의 미디엄숏, 점점 멀어지는 고문경찰의 롱숏을 통해 화면에서 고정된 현수와 움직이는 고문경찰의 대비를 통해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을 표현한다.

 

 

4. 살인 사건: 가해/피해의 전도와 진실의 대가

 

<제비>의 후반부 내러티브는 가해/피해의 전도와 진실의 대가를 보여준다. 과거에서 현수는 체포되어 은숙의 체포 위협으로 제비를 고발하여 제비를 체포하게 만들고, 제비는 고문을 받으나 은숙의 이름을 불지 않고 죽으며, 은숙은 빼앗긴 제비의 시체를 찾고자 한다. 현재에서 호연은 고문 경찰의 현수 협박, 제비 협박 녹음을 듣고, 출판 기념회 때 은숙에게 건넨 것이 제비의 통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제비의 아들임을 확인하고 어머니 은숙을 찾아가고 떠나려는 아내와 재회한다.

 

<제비>는 후반부에서 앞서 제기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첫째, 현수가 은숙에 대한 협박으로 프락치가 되어 제비를 죽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률적 아버지 현수와 생물학적 친아버지 제비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밝혀진다. 둘째, 은숙은 프락치 현수가 제비를 고발하여 제비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문경찰의 죽음으로 끝내 제비의 시체를 찾을 수 없게 되어 충격을 받아 친구 진경의 집에 은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셋째, 현수는 출판사와 제3자의 사무실 도난 사건의 배후이며, 은숙의 자전적 소설로 인해 자신의 과거 행적이 밝혀지는 자료와 자신이 프락치라는 사실을 밝힐 증거자료를 훔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제비>는 정보의 점차적 제공으로 무지, 오해, 인지의 순서로 나아간다. 어머니의 실종 사건, 제비의 살인 사건, 제3자의 도난 사건과 실종 사건 등 모든 사건의 배후자는 아버지 현수로 밝혀진다. 어머니의 실종 사건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은 사실상 자신이 배후자임을 숨기기 위한 전략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붉은 줄 열쇠 목걸이는 과거의 진실과 현재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정보는 힘이다. 호연은 처음에는 가장 무지한 인물이었으나 마지막에는 가장 인지한 인물이 되며,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을 돌이켜보며 관계 회복에 힘쓰게 되면서 갈등을 극복하게 된다. 호연은 어머니 은숙의 비밀과 고통을 알게 되고, 생물학적 친아버지 제비의 시신 위치를 찾게 되고, 이혼을 통보하고 외국으로 떠나려는 아내의 차를 막아서면서 열린 결말은 보여준다. 이렇듯 <제비>는 살인 사건, 실종 사건, 도난 사건의 의문에 대한 진실을 밝히며, 추가되는 정보와 진실을 제공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도를 보여주며, 정보의 무지에서 인지로의 변화를 통해 관계의 악화에서 개선으로 나아간다.

 

<제비>의 후반부 스타일은 뒷모습/앞모습, 미디엄숏/클로즈업, 클로즈업, 미디엄숏/롱숏, 교차편집을 통해 대비, 충격, 거짓/진실, 냉철한 시선, 과거/현재를 표현한다. 현수가 보안대 경찰에게 몰래 제비의 정보를 건네는 장면은 현수의 뒷모습과 보안대 경찰의 앞모습을 대비시키며 어두운 비밀을 표현한다. 은숙이 현수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자신을 믿으라는 현수(미디엄숏)와 현수의 눈을 보고 거짓말을 확신하는 은숙(바스트숏)의 대비를 통해 은숙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떨어지는 붉은 줄 열쇠 클로즈업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알려주는 핵심 단서를 암시한다. 호연이 고문경찰의 시체에서 수첩을 꺼내 떠나는 장면은 자동차에서 고개를 숙인 현수(미디엄숏)와 떠나가는 호연(익스트림롱숏)을 대비시켜 인정받고 싶은 아버지에서 친부를 살해한 가해자로의 변화를 표현한다. 갈대밭에서 과거 달려가는 은숙과 진경, 현재 마주치는 은숙과 호연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과거를 마주하기와 현재에 대한 각성을 표현한다.

 

5. <제비>: 해결할 수 없는 과거와 해결 가능한 현재

 

<제비>의 내러티브는 정보의 무지, 오해, 인지의 순서를 보여주며, 형사의 조사, 인물들의 증언, 관련 자료들을 조합하여 정보를 완성한다. 이 영화는 정보의 점차적인 제공을 통해 주인공이 무지, 오해, 인지의 순서로 나아가게 만들며, 같은 장면을 다르게 보여주면서 숨겨진 진실을 나중에 밝힌다. 주인공은 아내, 어머니 친구 진경, 국회의원 이정배, 녹음테이프의 증언 등 인물들의 증언, 형사 친구의 조사, 녹음테이프로 정보를 완성한다. 주인공은 무지, 오해, 인지로 나아가며 과거 아버지, 어머니, 친아버지의 비밀을 밝혀내며, 무지로 인한 긴장감에서 인지로 인한 긴장감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현실에 대한 자각(현재)에 이르게 한다. 주인공 호연은 어머니 차은숙을 사라지게 정체불명의 남자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관련 인물들에게 아느냐고 묻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정체불명의 남자인 고문경찰을 아는 인물은 체포된 2명이며, 현수는 자신이 프락치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고, 제비는 이미 죽었기에 대답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이러한 의문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 비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제비>의 내러티브는 추리물의 특성을 보여주며 정보를 제공하는 세 가지 방식에서 특이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의문에 대해 과거의 진실을 밝히며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첫째,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같은 정보를 다각도로 조합하게 만들어 관객의 능동적인 인지 과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소설, 관련 인물들의 증언, 녹음테이프 자료, 당사자의 고백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재의 비밀과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아버지의 과거 행적, 친아버지 시신의 위치, 어머니 은숙의 거처 등을 차례대로 밝혀낸다.

둘째, 정보의 선택과 배제 과정은 숨겨진 정보에 대한 관객의 무지로 인한 긴장감에서 밝혀지는 정보에 대한 관객의 인지로 인한 긴장감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같은 장면이 두 번 반복되는데 뒤의 장면에서는 숨겨진 사실이 드러난다. 우선, 현수의 프락치 장면이다. 전반부에 현수, 제비, 은숙이 경찰에 체포되는 위기에 처했다가 탈출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현수가 탈출하다가 체포되어 고문을 받아 프락치가 되는 과정이 추가로 밝혀진다. 다음으로, 제비의 체포 장면이다. 중반부에 은숙집에 찾아가던 제비가 체포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은숙이 경찰차를 따라가면 장면이 펼쳐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골목길에 밀고한 현수가 숨어 있다가 뛰쳐나가 제비와 마주치고, 제비가 현수를 부축해 함께 도망치려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고 그 과정에서 프락치 현수의 정체를 알게 되고, 현수가 경찰차를 따라가는 은숙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는 모습이 추가로 밝혀진다. 마지막으로 출판 기념회 장면이다. 전반부와 중반부에 거쳐 은숙이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어떤 물건을 건네받고 맨발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후반부에 은숙이 고문경찰에게 건네받는 물건은 바로 죽은 제비가 남긴 통장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다. 은숙은 그가 고문경찰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제비의 시신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맨발로 필사적으로 쫓아갔던 것이다.

셋째, 현실과 소설의 상관관계는 소설의 허구와 현실의 사실 사이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은숙은 자신의 과거를 자전적 소설로 쓰고, 소설 제목을 『제비』라고 붙인다. 고문경찰은 길을 걷다가 차은숙의 소설 『제비』 출판 기념회 현수막을 보고 과거 제비로 불리던 학생운동권 야전사령관 서진우를 떠올리고 곧이어 프락치 이현수를 찾아가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고자 한다. 현재의 소설은 과거의 현실을 담아내고, 과거 인물들의 현재 행적을 밝혀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인공 호연은 어머니 은숙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은숙의 소설을 읽고, 그 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비밀의 진실을 알게 된다.

넷째, 붉은 줄 열쇠 목걸이는 실종 사건, 도난 사건, 살인 사건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진실의 해답을 제공하는 ‘매혹의 대상’이다. 전반부에 주인공이 공터에서 발견하지만 다시 버리는 붉은 줄 열쇠 목걸이는 어머니 실종 전화의 마지막 장소, 정체불명 남자의 살인 장소, 친아버지 제비의 시신 장소를 알려주는 결정적 대상이다. 초반에 어머니의 실종 사건에 무관심을 가장했던 현수는 조직 내 프락치로서 조직의 리더를 고발하여 죽게 만든 인물이며, 자신의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현재 납치와 살인을 하는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가장 기만적인 인물로 밝혀진다.

 

<제비>의 스타일은 교차편집, 더블링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 현재의 비밀과 과거의 진실을 표현한다. 첫째, 교차편집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된 시간으로 보여주며, 현재에서는 아들 호연을 중심으로 어머니 은숙의 실종 사건을 보여주고, 과거에서는 은숙을 중심으로 프락치 사건, 고문 사건, 살인 사건 등이 펼쳐진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한 장소 내에서 과거와 현재가 계속해서 교차편집으로 진행되며 과거의 결과가 현재로 이어지는 과정 혹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는 현재를 표현한다.

둘째, 더블링은 제비의 체포 장면, 붉은 줄 열쇠 장면, 제비의 통장 장면, 제비의 죽음 장면, 다리 부상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개 짖는 장면은 처음에는 막연한 불안으로 제시되지만, 나중에는 끔찍한 현실로 제시된다. 붉은 줄 열쇠 장면은 처음에는 의미 없는 대상물로 제시되지만, 나중에는 중요한 단서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제비라는 별칭 장면은 나중에 ‘크게 우는 제비’라는 호연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면서 숨겨진 부자 관계가 밝혀지게 만든다. 제비의 통장 장면은 처음에는 은숙과의 가정, 아이에 대한 지원에 대한 희망으로 제시되지만, 나중에는 제비의 억울한 죽음, 찾지 못한 시신에 대한 슬픔으로 제시된다. 제비의 죽음 장면은 처음에는 멀리서 시체를 발견하는 진경의 모습만 보여주지만, 마지막에는 현수를 바라보는 제비, 제비를 죽이려는 현수, 현수를 바라보며 죽는 제비, 도망치는 현수를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제비의 비참한 죽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다리 부상 장면은 전반부 현수가 시위를 하다 도망치다가 다쳐서 절뚝거리는 모습, 중반부 호연이 복면을 쓴 남자들로부터 도망치다가 다쳐서 절뚝거리는 모습, 후반부 현수와 호연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함께 절뚝거리는 모습으로 제시되면서 과거/현재, 부/자 관계를 대비시킨다.

셋째, 특히 과거 제비의 죽음 장면과 현재 은숙의 실종 장면은 영화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반복은 중요하지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과거의 반복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혹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임을 드러내면서 상실, 슬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현재의 반복은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의미, 가치,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제비의 체포 장면은 도망치는 제비, 쫓아가는 은숙, 차에 실려가는 제비, 따라가는 은숙 등 정보의 제공으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제비의 죽음 장면은 왼쪽 화면에서 제비의 시체를 발견하고 절규하는 진경, 오른쪽 화면에서 멀리 있는 제비의 시체를 보고 얼어붙은 은숙을 대비시키며 죽음의 고통과 상실의 슬픔을 표현한다. 과거 제비, 은숙, 현수의 관계가 현재 친아버지, 어머니, 아버지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과거와 현재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골길에서 하혈하는 은숙, 눈물을 흘리는 진경을 태운 택시가 지나가는 장면(과거)과 호연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장면(현재)을 보여주는 미장센은 과거/현재가 한 공간 내에 존재하는 장면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계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의 <제비> 포토



글·서곡숙
현재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대학원 영화언론콘텐츠학과 교수이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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