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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판 N번방 사건 피고인, 8개월 실형 받아
동물판 N번방 사건 피고인, 8개월 실형 받아
  • 김진주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홍보위원
  • 승인 2023.11.0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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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안 받을 것 생각하니 짜릿하다”라던 동물학대범의 최후

야생동물을 학대하고 살해한 후, 이를 촬영해 오픈채팅방에 올려온 20대가 지난 10월 18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29세)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고양이를 촬영한 뒤 살해했다. 같은 해 충남 태안 자택 인근 마당에서는 길고양이를 틀로 포획 후 감금해 학대했으며, 토끼의 신체 부위를 잔혹하게 훼손해 살해했다. A씨는 이렇게 살해한 동물의 두개골을 트로피처럼 전시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자신의 범행 장면을 촬영해 2020년 9월 중순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고어전문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려왔다. 또한, “활은 쏘면 꽂히는 소리도 나고(...) 쫓아가는 재미도 있다”, “처벌 안 받을 것 생각하니 짜릿하다” 등의 메시지가 공개돼 공분을 샀다.

‘동물판N번방’이라고도 불리는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학대, 살해하는 영상 및 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사람의 신체를 자해하고 인증하는 사진, 사람을 고문하거나 참수하는 동영상 등도 공유됐던 고어전문방은 경찰수사가 시작된 후인 2021년 1월 폐쇄됐다. 참여자는 80여 명이며,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판N번방, ‘고어전문방’ 사건 최종판결일인 2023년 10월 18일(수)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해당 단체의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운데)도 참석했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2021년 9월 30일 열린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시인했고, 범행 이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라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023년 8월 25일, 2년 만에 열린 항소심이 열렸다.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극도의 고통이 따르는 방법을 동원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생명 경시적인 성향 등 재범 가능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원심과 동일하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어 판결일인 지난 10월 18일, 대전지법 제1 형사부 나경선 부장판사는 “범행 경위, 동기, 방법 등을 살펴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고인의 생명경시적 성향을 고려할 때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구속됐다.

고어전문방이 TV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기 전부터, 동물을 학대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을 통해 유포되는 것을 목격한 시민들이 2020년 3월 온라인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목격자 시민들은 동물학대 사진 및 영상 유포자들 중 한 명의 닉네임인 ‘고양이사냥꾼’에 맞서 ‘고양이사냥꾼(?) 잡는 동물파수꾼들’이라는 명칭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했다. 해당 채팅방의 멤버 중 한 명이 현재 동물권행동카라에서 활동 중인 윤성모 씨다.

윤 활동가는 “3년여 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추적하고 제보하고, 탄원서를 쓰며 대응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하며, “동물학대범이 드디어 실형을 받는 걸 보며 눈물을 흘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민경 동물권행동카라 팀장은 “재판이 끝난 후 나오면서, 고통스럽게 죽은 동물들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라며 “형량은 아쉽지만,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동물권 인식의 개선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글·김진주
본지 홍보위원. 동물권 문제는 모든 사회적 문제(환경, 노동, 여성, 장애인, 이주민, 난민, 식민지 등)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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