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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더문>(김용화, 2023)이 구축한 세계관의 그럴듯함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더문>(김용화, 2023)이 구축한 세계관의 그럴듯함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3.11.0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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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불편함에 대하여
<더문>(김용화, 2023) 포스터

2023년 여름에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더문>은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승리호>(조성희, 2021), <서복>(이용주, 2021), <외계+인 1부>(최동훈, 2022) 등에 이은 한국SF영화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수많은 할리우드 SF영화를 ‘감상’해 온 후발주자로서 ‘제작’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SF영화가 공상하고 상상한 내용을 최종 영화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용 속에 ‘우리’를 위치시킬 수 있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어차피 팩트 체크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을 제공할 필요는 있다. 그래야 이해, 공감, 응원 등이 가능해진다. 오늘은 <더문>의 꽤 그럴듯한 세계관에 관해 좀 적어볼까 한다. 

 

- 그럴듯하게 어렵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더문>은 2029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완전 공상적이진 않다. 1차 달 탐사 시도 실패 후 2차 시도라고 하니, 더욱 그럴듯하다. 게다가 영화 내내 탐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리고 귀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지니, 체감 현실감은 꽤 높은 편이다.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일을 매우 어렵게 해내고 있어서, 그럴듯하다.

 

예상치 못한 태양풍으로 성공적인 발사 직후, 탐사 대원 3명 중 2명이 사망했다. 홀로 남은 황선우 대원(도경수)은 지구 귀환에 앞서 달 탐사를 시도해 보겠단다. 모두 당황하지만, 영화는 또 다른 차원의 현실감을 드러낸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달을 정복하고 싶다는 영화 안 바람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거나 국가 대항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영화 밖 열망과 겹친다.

 

- 대통령이나 장관보다 유능한 과학자들 

 

다행히 혹은 어쨌든, <더문>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에겐 황선우 대원을 귀환시킬 능력까지는 없다.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외교적, 정치적 설득에 실패한다. 이 역시 꽤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한철)의 모습과도 통하는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도움을 받아내긴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다국적 우주인들에게 지구인, 우주인으로서의 인류애를 강조한 나사 소속 윤문영(김희애)의 직을 건 설득이 통한다. 국가 간 외교적, 정치적 관계와 무관하게 인터넷 공간을 통한 다국적 수용자들의 지켜봄과 조직 안에서 ‘노’를 외칠 수 있는 용감한 다국적 우주인들과 과학자들 덕분에 황선우 대원은 무사히 돌아온다. 미국이 한국을 돕는다는 외교적, 정치적 해결 대신 전 지구 더 나아가 우주 차원의 인류애적 해결이 제시되는 것이다.

 

- 그렇게 한국인 최초로! 

그리고 징계를 받았던 윤문영은 영화 마지막에서 나사 국장으로 임명된다. '한국인 최초' 미국 나사 국장이 되면서, ‘한국인 최초’ 하원 의원, 상원 의원 등에 이어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추가된다.

영화 <더문>의 세계관은 2023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팩트이든 편견에 의한 착각이든 간에 ‘우리가 세계 속에 어떤 나라로 인식되길 원하는가?’라는 차원의 그 바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럴듯함은 익숙함 강화 대신 불편함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식민주의적 사고를 재확인하다 보면 아무래도 씁쓸해지기 마련이다. 여러모로 꽤 그럴듯한 영화 <더문>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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