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DMZ탄약고 음악회', 평화의 선율로 치유를 시작하다
'DMZ탄약고 음악회', 평화의 선율로 치유를 시작하다
  • 유철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위원
  • 승인 2023.11.07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MZ오픈국제음악제>, DMZ인근 미군부대 탄약고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연주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임미정', 호로비츠 콩클 우승자 '로만 페데로코' 등 공연
한국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탄약고,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기다리며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채(왼쪽), 피아니스트 로만 페데로코(오른쪽). /사진제공= DMZ오픈페스티벌

지난 6일 DMZ는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무지개가 뜨는 등 애꿎은 날씨가 계속되었고, 통일대교 민간인 검문마저 지체된 상황 속에도 모두가 ‘탄약고 음악회’를 숨죽여 기다렸다.

첫 순서를 연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채는 칼 플레쉬 콩쿠르 1위와 세 개의 특별상을 수상한 후 귀국한 첫 번째 공연이다. 그는 바흐(BACH)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6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타 2번 A단조 BWV1003, 3악장 Andante와 4악장 Allegro를 차분하게 연주했다.

이어서 등장한 우크라이나 호로비츠 콩클 우승자 로만 페데리코(Roman Fediurko)는 모범생처럼 단아한 표정과 연주복을 갖추고 스카를라티 피아노소나타 B단조, K27 연주를 시작했다.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페데리코는 이어서 쇼팽 발라드 3번 A-플랫 장조, Op.47 연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더니, 뒤이은 호프만 캐릭터 스케치 Op. 40:4번 만화경의 화려하면서도 폭발적인 연주와 정확한 테크닉으로 탄약고를 날려버릴 기세를 보여주었다.

한국인 최초 로테르담 필하모닉 첼로 수석을 지낸 첼리스트 임희영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 쇼팽 에튜트 Op. 25, No. 7을 연주했다.

 

첼리스트 임희영. /사진제공= DMZ오픈페스티벌

탄약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임미정 예술감독이 이끈 피아노트리오 연주회였다.

비바람 치는 바깥 풍경마저 잠재우는 피아졸라 오블리비언 연주 선율은 탄약고 안에 있는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고요하게 만들었고, 순간 공간과 시간을 이동해 처연한 전쟁의 기억을 아련히 새기더니,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2번 E 단조, Op. 67:4악장 연주로써, 어느덧 어둠이 걷힌 햇살 속으로 평화의 메시지가 관객들 곁에 차분히 내려앉았다. 관객들은 옛 미군 부대가 만든 콘트리트 탄약고안에서 치유와 평화의 물결을 느끼면서 70여 분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캠프그리브스’에서 개최한 ‘탄약고 음악회’는 <DMZ 오픈 국제음악제>가 생태평화워크숖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DMZ투어와 심포지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옛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의 탄약창고 열린 음악회는 동족상잔의 아픈 기억을 재생하나, 서로에 각인된 상처를 자연의 시간과 함께 보살핀다, 연주자들과 관객들은 아직도 정전 70주년 상태인 남과 북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평화에 공감하며 통일의 미래를 기다린다.

 

어제 오후 DMZ인근 미군부대탄약고에서 열린 음악회, 좌로부터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임미정, 첼리스트 임희영,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채. 사진@유철호

 

DMZ오픈국제음악제
'음악'으로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인류애'로 평화를 호소하다

지난 4일(토)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임헌정 지휘와 연주로 김신 작곡가의 ‘치유하는 빛’이 울려퍼지며 <DMZ 오픈 국제음악제>가 막을 올렸다.

오는 11일(토)까지 개최하는 음악제는 2023 DMZ오픈페스티벌(공동위원장 경기도지사 김동연,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의 올해 마지막 행사다.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예술감독을 맡은 이 음악제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특히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가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 바리톤 김태한, 호로비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로만 페데리코,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자 한재민(첼로), 칼 플레쉬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김은채를 비롯해, 드미트로 초니(피아노), 안나 게뉴세네(피아노), 박혜지(퍼커션), 임희영(첼로), 임미정(피아노)이 출연한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국내 대표 교향악단인 KBS 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과천시립교향악단이 함께 공연을 펼친다.

11일(토) 폐막공연에는 KBS교향악단(지휘 정명훈), 바리톤 김태한, 첼리스트 한재민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번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열린 DMZ, 더 큰 평화'를 주제로 하는 '2023 DMZ OPEN 페스티벌'(5.20-11.11)의 피날레이자 폐막을 알리는 공연이다.

 

 

평화와 공존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캠프 그리브스 탄약고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간 미2사단 506연대가 주둔하던 공간이었으며, 미군 철수 이후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2013년 민간인들을 위한 평화통일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하여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유일한 숙박형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캠프그리브스’의 미군이 머물던 흔적은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캠프그리브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 기지 중 한 곳으로써 6.25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미래를 향한 평화 · 통일 · 생태를 주제로 한 생생한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새로운 ‘문화 기억’의 역사를 시작한 곳이다.

임미정 예술감독(DMZ OPEN 페스티벌 총감독)은 "지난 5월부터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펼친 '2023 DMZ OPEN 페스티벌'은 <DMZ 걷다, 느끼다, 생각하다>라는 슬로건으로 공연, 학술행사,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전개해 왔다”면서 “DMZ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국제음악제를 통해 평화에 대한 메시지와 ‘치유하는 음악의 힘’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음악제가 DMZ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 인류애와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젊은 거장들이 함께하는 평화의 발걸음에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DMZ인근 탄약고 음악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연주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 뒷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은채,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임미정, 국제음악콩클연맹((WFIMC) 사무총장 플로리안 리임, 반 클라이번 콩클 사장 자크 마르퀴즈, 첼리스트 임희영, 아이들은 좌측 앞줄부터 안산시 재이남매, 고양시 목하자매. 시흥시 서진형제들이다. 이들은 홈스쿨링 일환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앞으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는 ‘한국전쟁과 해설이 있는 DMZ음악회’가 필요해 보인다. @유철호

임 감독은 음악을 통해 평화와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다. 미국에서 연주 활동을 하던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평양에서 연주회를 열면서 음악을 통한 남북한 소통을 꿈꿔온 임 감독은 2005년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을 설립해서 음악을 통한 남북한의 공감대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해외 저소득계층과 문화 소외 지역의 음악 교육 활동도 돕고 있다. 캄보디아, 탄자니아, 미얀마 등지에 세계시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을 찾아가서 연주하고 음악교육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DMZ를 평화와 생태의 지대로 인식시키기 위한 강원도 접경지역을 포함한 5개 군(郡)을 돌며 ‘PLZ(Peace & Life Zone)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DMZ오픈 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임미정이 탄약고 음악회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철호

<DMZ 오픈 국제음악제> 공연 티켓은 고양아람누리 홈페이지, 26일(화)부터는 인터파크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수익금 전액은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가격은 개막일 등급별 5-4-2(만원), 폐막일 8-5-4-3(만원), 그 외는 일괄 3만 원이며, 제1회 국제음악제기념, DMZ OPEN 40% 특별 할인 행사가 진행중이다. 자세한 사항은 DMZ오픈 페스티벌 홈페이지의 누리집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고, <DMZ탄약고 음악회>가 열린 캠프그리브스 방문은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수 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