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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연호의 문화톡톡] 대안영상예술 5: 도시에서 한시적 유토피아로 구현된 마을가게미술관 산책길1
[김장연호의 문화톡톡] 대안영상예술 5: 도시에서 한시적 유토피아로 구현된 마을가게미술관 산책길1
  • 김장연호(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18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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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 2020-2021 프로젝트

자본주의체제에서 모든 이미지는 자본주의 체제에 부응하는 이미지로 생산되어 온/오프라인에 부유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도시에 삶터를 만들어 살고 있는 도시인의 역사보다 자본주의적 도시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며 이러한 체계에 순응하지 못한 도시인을 배려하지 못한다.

뉴타운, 재개발, 신도시 건설이라는 명목 아래 낡은 집과 골목에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거주자 외 출입금지’라는 커다란 문구로 도시인의 산책을 방해한다. 이제 서울의 낡은 집과 골목은 실체가 없는 기억 속의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공간과 신체를 통해 어떻게 동시대 공간을 체현하고 과정을 기록하고 실체의 감각적 경험과 맞닿는 이미지로 구축할 수 있는가. 만약 흔적으로만 남은 그 공간이 트라우마의 공간이라면 어떠한 방법으로 새롭게 재-현되어야하는지 다양한 예술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잠시, 쉬어가좌: 산책길아트데이(2009)
잠시, 쉬어가좌: 산책길아트데이(2009)

 

도시의 죽음과 생성: 뉴타운 재개발에 따른 지역지도의 변화

명지대 인근에서 진행된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이하 마을가게미술관)은 상점을 활용하여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약 60여 편의 영상작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미술관, 마을 주민, 마을가게관장님과 함께 하는 워크숍, 도시와 매체 예술의 협업 가능성을 위한 연구 도록 등으로 진행되었다. 이 글에서는 2020년 2021년 다양한 상황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대에 공공예술로서의 영상예술이 가진 가치를 적어보고자 한다. 

이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기획될 수 있었던 것은 2019년 서대문구와 함께 기획했던 《가좌 산책길아트데이》(명지대 인근 가게들, 2019, 기획 김장연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재울 주민 대상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욕구 조사’(2018, 조사대상: 서대문주민 500명) 결과 생활권내 미술전시 관람 및 영상 미디어 향유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대와 뉴타운에 따른 신규주민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가 많아진 것도 그 사유 중 하나이다.

특히 서대문구는 상업지구가 아닌 주거지구로 많은 서울시민들이 주거를 위해 유입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지역이 재개발 및 뉴타운 대상이 된 지역이기도 하다. 지역 내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분야 1순위로 복합문화공간을 통한 개입 및 영상 미디어 프로그램, 3순위 미술관을 통한 전시 및 관람으로 수요조사에 따른 응답결과가 나온 것이다.

명지대 앞인 남가좌 2동은 북가좌 1동, 2동, 남가좌 1동이 뉴타운에 따른 신규주민이 유입된 것과 다르게 원주민이 거주하고 1970년대부터 유지해온 상점도 다수 있는 골목 상가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가재울 지역은 미술관, 갤러리, 대안공간 등이 전무한 상황이고, 원주민과 신규주민(신규 아파트 주민)의 지역 경계와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신규주민은 원주민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남가좌 1동 2동의 상가를 가기보다 자가용을 타고 근처의 큰 쇼핑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같은 동네이지만, 원주민과 신규주민의 생활권이 전혀 다른 이동경로를 보이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서울 전역에 뉴타운이 형성되었기에 이러한 갈등은 서대문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신규주민이 남가좌 2동 동네까지 올 수 있게 할 것인가? 그리고 지역간 보이지 않는 경계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남가좌 1동 2동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기획방향은 이렇게 정해지게 되었다. 

 

커피랩 X 안정윤, 한계륜
은하수 식당 X 김두진
산책길아트데이 워크숍
산책길아트데이 어린이 워크숍

남가좌 1동-2동 지역이 ‘마을가게미술관’이 되다

홍대지역은 상업지구로 변화하면서 상승하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많은 가게들이 2년 이상을 버티지 못해 폐업하거나 가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남가좌 2동은 명지대 학생, 원주민, 신규 주민 등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많다보니, 대부분 소규모 골목들에 있는 가게들은 약 30여 년이 된 가게부터 이제 막 시작하는 가게까지 다양하다. 명지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가게일수록 오래된 가게가 즐비하다.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 2020-21 지도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 2020-21 지도

2020년과 2021년 함께 마을가게미술관으로 참여했던 노블 베이커리는 약 30여 년 된 빵가게이고, 수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슈혼은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다. 함께 마을가게미술관으로 참여한 안경원 씨웰 역시 2013년에 남가좌동에 매장을 열고 8년째 운영하고 계신다. 소규모 지역상권이 있는 지역은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안정적이다보니 오래된 가게가 다른 지역보다 많고, 더 큰 장점은 가게들 서로간의 소통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있다는 점이다. 마을가게미술관이 2020년에 약 16여 곳에서 2021년 20여 곳으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도 2020년 참여했던 마을가게관장님들이 새로운 가게를 소개해주셨기 때문이다. 대안영상예술 마을가게미술관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 다음 글에서 계속...

 

 

글·김장연호
문화연구학 박사. 한예종 객원교수. 시네-미디어 큐레이터,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대외협력이사,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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