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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연호의 문화톡톡] 포스트휴머니즘과 사이버펑크: 뉴로맨서Neuromancer
[김장연호의 문화톡톡] 포스트휴머니즘과 사이버펑크: 뉴로맨서Neuromancer
  • 김장연호(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18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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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바람)

포스트 휴머니즘는 가장 핫한 주제 중 하나이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포스트 휴머니즘은 백인 남성 성인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심이었던 '휴머니즘'의 해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활용되었지만, 오늘날 포스트 휴머니즘은 동물, 생태, 사물을 주변에 놓았던 인간중심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의장이 언급한 '제4차 산업혁명' 논의와 더불어 가장 급부상한 개념이다. 

<포스트휴머니티: 사이버펑크>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공개된 상업영화는 다음과 같이 4편을 추천할 수 있다. 윌리엄 깁슨의 장편소설인 <뉴로맨서(Neuromancer)>(1984)는 사이버펑크(Cyberpunk)의 효시로 잘 알려져 있다. 사이버펑크란 사이버(cyber)와 펑크(punk)의 합성어로 무정부주의적이며, 급진적인 아나키스트 성향의 사람들이 인공지능, 해커, 주식 및 데이터 조작 등을 통해 반정부/반기업 활동을 하는 것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현재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사이버펑크의 효시인 <뉴로맨서(Neuromancer)>는 사실 <블레이드 러너>(1982)보다 늦게 출간되었다. 깁슨은 이 책을 1/3정도 집필하고 있을 당시에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을 했다고 밝히며, <블레이드 러너>에서 시지각적 영감을 많이 받았음을 토로했다. 현재 <뉴로맨서(Neuromancer)>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없다. 조셉 칸 감독이 <뉴로맨서>를 제작한 것으로 국내에는 알려져있지만, 진행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에 다른 기업으로 원작이 팔리게 되었고, 현재는 <데드 풀> 감독인 팀 밀러가 Fox사와 2017년 8월에 제작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제작이 완성되어 개봉을 할 예정이었지만, 애플TV와 함께 2023년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뉴로맨서(Neuromancer)
뉴로맨서(Neuromancer)

<뉴로맨서(Neuromancer)>는 <블레이드 러너>를 중심으로 포스트휴머니티로서의 사이버펑크를 그리고 있는 역작인 <스페이스 오딧세이>, <코드명 J>, <토탈리콜>, <공각기동대> 는 서로 영향을 주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스탠리 큐브릭 감독, 1968, 2001) 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반란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AI가 인간을 너머 자율적 주체로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지금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수동적인 사물로 존재하는 AI인 '힐'의 사유능력과 능동성을 통해 자율적 주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성찰적으로 보여준다.

 

'코드명 J'(로버트 롱거, 1995)
'코드명 J'(로버트 롱거, 1995)

<코드명 J>(로버트 롱거 감독, 1995)은 시대적 배경이 2021년으로 팬데믹 상황과 겹쳐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키에누 리브스는 현재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두뇌 칩 스타트업 뉴로링크를 연상시키는 실리콘 칩 메모리 확장 장치를 뇌에 이식하여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정보 배달원인 스페셜 리스트로 등장한다. 

키에누 리브스가 연기한 조니는 스페셜 리스트로 이 프로그램을 장착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지워버릴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2021년은 국가의 권한보다 초국적기업의 권한이 더 막강해진 상황으로 조니는 일반인들이 절대 돈을 주고 사서 먹을 수 없을 만큼 비싼 약을 판매하는 제약기업 파마콤을 상대로 하는 작품이다. 당시 ‘문명병인 NAS(New Nerve Attention Syndrome: 신경감퇴증), 한번 걸리면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알려져있는 치료법은 파마콤만이 알고 있다. 이 영화는 현재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질병과 치료 사이에서 자본화하는 질병 이데올로기를 환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니는 제약회사에서 빼낸 NAS 치료방법 데이터를 저장장치에 저장하지만 용량을 초과하여 빨리 다운로드를 하지 않으면 죽는 긴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재의 스마트폰과 같은 뇌이식 장치, 현재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작은 컴퓨터를 뇌에 이식하는 확장장치가 실험에 성공하고 상용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뇌에 이식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현대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제2의 뇌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는 복제인간의 저항과 자율성에 관한 작품이라 하 할수 있다. 이 작품의 원작은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소설 1968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소설 역시 <뉴로맨서(Neuromancer)>보다 앞서 출판된 시이버펑크의 시초 격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19년이다.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주옥같이 잘 그렸다고 평가되는 <블레이드 러너>의 도시는 황폐하고 산성비와 스모그가 짙게 깔린 어두운 도시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초국적 대기업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담고 있다. 대기업 타이렐 사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제조하는 회사로 인간처럼 생겼지만 노동의 목적으로 제작된 복제인간이다. 그런데 수동적이기만 했던 복제인간인 리플리컨트 집단 중 일부가 우주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리플리컨트 저항집단은 지구로 와 테이럴 사에 잠입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고 리플리컨트 전문 수사 요원인 블레이드 러너들은 이들을 잡으러 긴급 투입된다.

리플리컨트가 테이럴 사에 잠입을 시도해서 유전학 박사 세바스찬과 타이렐에게 요구한 것은 생명연장이다. 복제인간의 수명은 인간보다 한없이 짧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에 대한 사유, 원본인 인간의 인간화를 욕망하는 ‘복제인간’, 인간보다 강인한 신체를 지닌 ‘인간 아닌 인간’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포스트휴머니티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스트 휴머니즘에 관한 논의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듯 하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지구의 멸망을 가깝게 하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얽혀있기에 플라스틱 컵으로 물을 마시는 것조차 끊임없이 매순간 반성과 성찰하며 자본주의체로 길들여진 수행성을 지닌 몸을 탓하게 된다. 그러나 작은 실천들이 조금은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희망을 앉고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독자분들과 포스트 휴머니즘에 관한 담론-실천을 나누며 2024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글·김장연호
문화연구학 박사. 한예종 객원교수. 시네-미디어 큐레이터,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대외협력이사,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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