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얼굴>과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니얼굴>(서동일, 2022)은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발달장애가 있는 캐리커쳐 작가 정은혜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운증후군은 가장 흔한 염색체 질환으로서, 21번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많은 3개가 존재하여 정신 지체,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전 질환이다. 다운증후군의 신체적 특징은 근력 저하, 짧고 덧살이 많은 목, 둥글고 납작한 얼굴, 납작한 후두골, 양안 격리증, 혀 내밂 등이다. 이 영화는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정은혜가 엄마 장차현실의 도움을 받아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2. 백수에서 캐리커쳐 화가로의 변모와 그림을 둘러싼 갈등

<니얼굴>은 백수에서 캐리커쳐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림을 둘러싼 주인공/엄마의 갈등을 그려낸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를 다룬다. 다운증후군 발달장애를 가진 27살 은혜는 집에서 뜨개질을 하는 백수에서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거쳐 양평군장애인복지관의 청소부(주중)와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의 니얼굴 캐리커쳐 작가(주말)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매달 셋째 주 주말 북한강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이라는 프리마켓에 지역의 농부/예술가/일반주민이 셀러로 참여하며, 은혜는 캐리커쳐 작가로서 ‘니얼굴’ 셀러로 참여하며 와이드 스토리, 고재섭, 꿈꾸는 인형, 꽃빛바느질 등 다른 셀러들과 친분을 쌓아나간다. 은혜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와 뒷정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 학생들 옆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의 미술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만화작가인 엄마 현실은 은혜의 그림에 대해서 ‘따라하기 힘든 선’, ‘가르칠 수도 없는 선’이라고 평가하면서 딸의 재능을 지원해준다. 은혜는 한 사람당 20분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그림을 그리며, 계속 그리면 실력이 늘고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엄마 현실이 초보인 딸 은혜의 그림에 계속 조언하고 그림을 수정하면서 현실과 은혜의 갈등이 시작되며, 상식적인 구도와 얼굴 크기를 강조하는 엄마와 자기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싶은 딸의 의견이 엇갈린다.

3. 프리마켓 화가에서 개인전시회 화가로의 성장과 부정/긍정의 양가성

<니얼굴>은 프리마켓 화가에서 개인전시회 화가로의 성장과 부정/긍정의 양가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중반부는 2017년 여름부터 2018년 봄까지를 다룬다. 다운증후군 발달장애가 있는 은혜는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과 양수리 두물뭍 농부시장에서 캐리커쳐 화가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한편, 2년 동안 1,700명의 캐리커쳐를 그리면서 모은 돈 1,600만원으로 개인전시회를 열게 된다.

은혜는 그림을 둘러싸고 엄마와 갈등하고 프리마켓 셀러로서 다른 셀러들과 교류한다. 엄마 현실은 딸 은혜의 그림에서 얼굴 크기와 구도를 수정해 주지만, 은혜는 자기 그림에 손을 대는 엄마를 노려보며 불쾌한 심정을 표현한다. 은혜는 일상에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무뚝뚝한 말투와 냉소적 유머로 독특한 캐릭터를 드러낸다. 은혜는 아트패밀리, 오주, 삼봉, 하늬의 노래, 러블리본, 토마토총각네 등 셀러들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의 칭찬에 치치거리거나 “별꼴이야. 다들 웃고 난리야. 지랄이야.” 등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시니컬한 성격을 보여준다.

반면에, 은혜는 그림을 그리는 손님들의 얼굴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쁘다고 평가하면서 이쁨, 닮음, 귀여움 등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또 옛날에는 천천히 그렸지만 지금은 빨리 그리는 자기 모습에 기뻐하며 자기 일에 대해 긍지를 느낀다. 한편, 은혜는 리버마켓에서 벌어지는 참여연대 춤모임 도시의 노마드 공연을 보며 자신도 춤을 추며 즐기고, 자신의 개인전시회에 초대된 옛정서발굴밴드 푼돈들의 공연을 보면서도 춤을 추는 등 자유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4. 삽화 화가에서 장애 예술인 입주작가로의 성장과 낙관적 세계관

<니얼굴>은 삽화 화가에서 장애 예술인 입주작가로의 성장과 낙관적 세계관을 그려낸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2018년 봄에서 2020년 봄까지를 다룬다. 은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30컷 삽화작업을 의뢰받고, 양평군장애인복지관의 2년 근무를 마무리하고, 국내 유일의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인 잠실 창작 스튜디오의 입주작가로 선발되고, 발달장애 장애우 전시회를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은혜의 실력이 늘어나고 창작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은혜의 그림에 대한 현실의 조언, 간섭, 수정이 없어지면서 은혜와 현실의 갈등이 거의 없어진다. 엄마 현실은 딸 은혜의 그림에 전율을 느끼고, 다른 화가들도 은혜의 독특한 시선과 강렬한 선에 감탄한다. 캐리커쳐를 2천점 넘게 그린 은혜는 양평 폐공장에서 열린 발달장애 장애우 전시회에 참여하고, 군수와 시의원 등을 그린 그림을 선보이며 참여연대 춤모임 도시의 노마드 춤 공연에 동참하고 음악밴드 공연에 자유롭게 춤을 춘다.

은혜는 ‘그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김미경 서촌 작가 등 보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기분 좋고 행복하게 작업한다’고 답변한다. 은혜와 김미경 화가는 강원도 고성 해변가를 산책하며 대화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 친구로서의 돈독한 우정을 보여준다. 은혜는 ‘예쁘게 그려주세요’라는 손님의 요구에 ‘원래 예쁜데. 안 예쁜 얼굴은 없어요. 원래부터 당신은 예뻐요.’라며 인간과 그림에 대한 낙관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5. 2천 명의 니얼굴 캐리커쳐와 잠재 능력의 극대화

<니얼굴>은 2천 명의 니얼굴 캐리커쳐와 잠재 능력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발달장애가 있는 캐리커쳐 작가 정은혜와 정은혜의 어머니로서 서포트하는 만화작가 장차현실의 삶을 그려낸다. 다운증후군은 낮은 지능, 발달 지연, 양안 격리증 등 학습 능력과 신체적 특징에 영향을 미치며, 지능이 50이 넘는 환자가 많지 않지만 간단하게 반복하는 일은 가능하며 개인별 특성을 살려 사회활동을 하기도 한다.

은혜는 뜨개질을 하는 백수, 미술학원 알바생, 양평장애인복지관 청소부를 거쳐 프리마켓 캐리커쳐 작가로서 2천점이 넘는 그림을 그리며, 개인전시회 화가, 단행본 삽화 작가,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 입주 작가, 발달장애 장애우 전시회 화가 등 영역을 넓혀가며 능력을 키워가는 변신을 보여주면서 자기 능력치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은혜라는 인물의 독특한 개성은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성격, 주변의 흥과 교감하며 끼를 드러내는 자유로운 영혼, 니얼굴에 드러나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따뜻한 시선,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쌓아가려는 성실한 예술가적 정신이 아닐까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니얼굴> 포토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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