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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올빼미> ― 주맹증 맹인 어의, 생명/죽음과 명분/실리의 대립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올빼미> ― 주맹증 맹인 어의, 생명/죽음과 명분/실리의 대립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4.05.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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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맹증 맹인 어의와 <올빼미>

 

시각장애인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문제로 시력이 현저히 낮거나 완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말하며, 동의어로 장님, 봉사, 소경, 맹인 등이 있다. 야맹증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사람의 눈이 어두워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주맹증은 빛이 있으면 보이지 않고 빛이 없으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야맹증이 희미한 불빛이나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증상인 반면, 주맹증은 밤보다는 자에 더 안 보이는 증상을 갖고 있다.

영화 <올빼미>(안태진, 2022)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맹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2023년 28회 춘사국제영화제(남우주연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 44회 청룡영화상(신인감독상, 촬영조명상, 편집상), 59회 대종상 영화제(신인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43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조명상), 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남우주연상, 신인감독상, 촬영상, 영평 10선), 제59회 백상예술대상 with 틱톡(영화 작품상, 영화 신인감독상, 영화남자최우수연기상), 21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올해의 신인감독상) 등 영화제 상을 휩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맹인 주인공이 어의가 되어 소현세자 독살 사건에 연루되는 궁중 미스터리 영화이며, 조선시대 인조 때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접목한 팩션영화이다.

 

2. 맹인 어의의 난관과 소현세자의 딜레마

 

<올빼미>는 맹인 어의의 난관과 소현세자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명나라를 지지하는 인조와 청나라를 지지하는 신하의 대립을 그려내며, 어의가 되는 맹인 경수, 경수의 주맹증, 신하/인조/청의 갈등을 주요 사건으로 다룬다. 주인공 천경수(류준열)는 주맹증이 있는 맹인이어서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는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예민한 청각, 풍부한 지식, 시침 실력으로 뛰어난 의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애인/능력의 양가성을 나타낸다.

 

공적 갈등은 내의원과 조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내의원에서 경수는 책임자 이형익의 실리, 선배 만식의 정, 다른 어의의 배척 속에서 갈등하며, 선배 어의의 독약 관리에 대한 질책, 약재 분류 시험 통과 등을 통해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실력을 보고 맹인 경수를 어의로 뽑은 이형익(최무성)과 경수에게 자상한 정을 보여주는 만식(박명훈)은 조력자인 반면, 맹인 경수를 못 마땅해 하며 질책하고 시험하는 다른 어의들은 적대자로 설정된다. 특히 만식은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궁은 우리가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이 정해져 있네’, ‘내의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 위계질서가 살벌하네’ 등 처세, 금지, 위계에 관한 조언으로 경수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조정에서 소현세자는 명분을 내세우는 인조의 친명반청과 실리를 내세우는 신하의 친청반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의정(조성하)을 비롯한 신하들은 ‘새 시대를 준비’, ‘신문물도 받아들이고 다 바꿔야 합니다’ 등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물을 상징하는 청나라를 지지하며 인조와 소현세자에게 압력을 가한다. 인조(유해진)는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준 청에 대해 분노하며 청 사신을 오랑캐놈이라고 칭하고 자신에 대한 폐위 협박에 모멸감을 느끼며, 신하들과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소현세자에게 그 분노를 쏟아부으면서 부자의 갈등이 깊어진다. 소현세자(김성철)는 청나라의 신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인조의 생각에 반대하지만, 아버지 인조를 물러나게 하려는 신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3. 생명/진실의 딜레마와 인지/반전의 정보전략

 

<올빼미>는 생명/진실의 딜레마와 인지/반전의 정보전략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소현세자 독살 사건을 중심으로 경수와 어의의 대립을 그려내며, 소현세자와 경수의 친교, 이형익의 소현세자 독살, 경수의 증거 확보, 인조의 독살 지시, 세자빈 감금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소현세자 독살 사건을 중심으로 생명을 중시하는 경수와 권력을 추구하는 이형욱이 의술에 대한 가치관에서 대립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세자빈과 권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인조가 대립한다.

 

주인공은 외면/대면, 생명/권력이라는 양가성에서 갈등을 겪는다. 경수는 밤에는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소현세자에게 들키게 되며, 경수와 소현세자는 현실에 대한 외면/대면의 대비를 보여준다. 경수는 ‘안 보이는 척해야 이렇게 궁에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 올곧게 보여서 아프신 겁니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소현세자는 ‘안 보이는 게 좋다고 해서 눈을 감고 살아서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욱 크게 떠야지.’라고 반박한다.

 

주인공은 소현세자 독살 사건에서 어의 이형익이 소현세자를 독살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명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서 진실을 외면하지만, 이후 독이 묻은 침을 증거로 확보해서 세자빈에게 이형익이 독살자라는 사실을 고함으로써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형익은 소현세자를 독살하기 위해서 일부러 맹인 경수를 자신의 보조 어의로 선택하여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지만, 주맹증이 있는 경수의 비밀을 알지 못해 목격자가 되어버린 경수를 죽이고자 한다. 세자빈은 경수의 증거와 말을 듣고 인조에게 이형익을 독살자로 고하지만, 인조가 이형익에게 아들 소현세자 독살을 지시하고 자신에게도 독살 누명을 씌우는 것에 분노하지만 감금당한다.

정보전략은 인지와 반전을 통해 긴장과 놀람을 창출함으로써 관객에게 정보인지의 쾌락을 제공한다. 관객은 경수가 주맹증이어서 밤에 볼 수 있다는 사실과 소현세자 독살 사건의 목격자라는 사실을 주인공과 함께 알게 되어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관객은 이형욱이 소현세자를 치료하지 않고 독살하려 한다는 사실과 소현세자 독살을 지시한 자가 아버지 인조라는 사실에 무지하여 반전에 놀라게 된다.

 

4. 진실·생명의 추구와 권력·죽음과의 대결

 

<올빼미>는 진실·생명의 추구와 권력·죽음과의 대결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경수의 증거를 둘러싸고 인조와 신하가 대립하며, 인조의 왼손 서찰 증거, 인조와 영의정의 타협, 세자빈 사약과 원손 유배, 경수의 인조 살인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경수는 이러한 사건에서 독살 사건을 목격하고 독침·서찰의 증거를 확보하고 진실을 관통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내의원과 조정에서 쫓게 되는 매혹의 대상이 된다.

 

주인공은 진실과 생명을 추구하지만, 은폐와 권력을 추구하는 인조와 신하의 타협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원손 석철은 ‘너가 본 대로 말하지 않아서 어마마마가 잡혀갔다’며 신하들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독촉한다. 이에 경수는 ‘저같이 미천한 자는 본 것을 못 본 척해야 살 수 있습니다’라며 거절한다. 경수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영의정에게 소현세자 독살 사건의 증거인 인조의 밀찰, 왼손글씨의 증거인 인조의 제문을 건네준다. 하지만, 영의정은 인조의 독살 사건 지시 증거를 확보하자 인조에게 왕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인조는 신하들이 원하는 대군을 세자로 책봉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인조와 영의정이 타협하게 되면서 소현세자는 독살이 아니라 학질이 죽었다고 발표하고, 세자빈에게 사약을 내리고 원손 석철을 제주로 유배 보낸다.

 

내의원에서 의술을 둘러싸고 경수/이형익은 생명/죽음, 진실/권력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이형익은 인조의 지시로 소현세자를 독살하고, 목격자 경수에게 독살자라는 누명을 씌우고, 원손 석철을 독살하려고 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인의 생명을 저버리면서 의술을 죽음과 권력을 위해 사용한다. 경수는 소현세자 독살 사건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감금된 세자빈의 누명을 벗기 위해 생명을 걸고 인조의 서찰 증거를 확보하고, 독살 직전의 원손을 살리기 위해 원손을 업고 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등 의술을 생명과 진실을 위해 사용한다.

 

 

5. 최대/최소의 대비와 공적 처벌

 

<올빼미>는 최대/최소의 대비와 공적 처벌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소현세자의 의문스러운 죽음에 대한 자막에 이어 주인공 경수가 누군가를 업고 숨을 헐떡이면 달려가다가 밝은 햇빛에 멈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관객에게 의문과 관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영화가 특이한 점에서 공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사적 갈등이나 내적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공적 갈등에서 내의원은 의술에 대해 생명/권력을 중심으로 대립하고, 조정은 명/청에 대해 명분/실리를 중심으로 대립한다.

 

주인공 경수는 맹인 침술사이지만 주맹증 환자로서 어두운 밤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인물들이 보지 못하는 비밀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인물이다. 이 영화는 정보전략을 통해 스릴러영화로서의 긴장과 놀람을 선사하며, 권력의 최대(왕)와 최소(맹인)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권력에 타협하고 진실을 은폐한 인조에게 모든 신경을 끊는 시침으로 공적 처벌을 내린다는 점에서 영웅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올빼미>

 

 

·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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