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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의 시네마 크리티크] ‘쿼드러플 천만’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비결
[서성희의 시네마 크리티크] ‘쿼드러플 천만’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비결
  • 서성희(영화평론가)
  • 승인 2024.05.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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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는 마동석 배우가 제작, 기획, 각색, 주연까지 맡은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리즈 영화가 되었다. 장첸이라는 무시무시한 빌런 캐릭터를 탄생시킨 1편이 2004년에 개봉하고 8년 후인 2022년에 2편, 2003년에 3편이 개봉했다. 이들 시리즈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이자 시리즈 최초 3연속 천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4년 4월에 개봉한 4편까지 관객 수는 4,100만을 넘겨 ‘쿼드러플 천만’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수립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쭉 살펴보면 1편부터 4편까지의 전개 과정은 한결같다. 사건이 터지고 살벌하게 나쁜 놈이 등장하고, 마석도 팀이 수사를 시작하는데 흔히 잡범이라 불리는 마석도의 인맥을 통해 실마리를 잡고, 팀이 위기를 겪지만 마석도의 주먹으로 정의의 실현이 이루어진다. 단순한 플롯을 기반으로 ‘쿼드러플 천만’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주인공 캐릭터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는 시리즈의 중심이다. 그의 강력한 액션과 정의로운 성격과 유머감각은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시리즈마다 일관된 캐릭터의 매력을 유지한다. 강력한 캐릭터를 계속 이어나가는 시리즈로, 빈 디젤 주연의 <분노의 질주>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범죄도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 시리즈는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음과 같은 흥행 비결을 공유한다.

<분노의 질주>에서 빈 디젤이 연기하는 도미닉 토레토는 강력한 리더십과 가족애를 중시하는 캐릭터로, 시리즈의 중심을 잡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와 인간미는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일관성을 유지한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에단 헌트는 뛰어난 스파이 능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캐릭터로, 매번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매력을 발산한다.

이들 시리즈의 공통점은 스토리와 액션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리트 레이싱 영화였지만, 점차 국제적인 범죄와 액션을 결합한 블록버스터로 진화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신선한 흥미를 제공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각 편마다 더욱 복잡한 미션과 스턴트가 등장하며, 스릴 넘치는 액션과 첩보 활동이 시리즈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범죄도시>는 한국에서도 빈 디젤이나 톰 크루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와 주인공이 탄생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한국 영화 시장이 글로벌한 트렌드를 따라가며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적절한 현실 반영

<범죄도시> 시리즈는 현실 세계에서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가상현실에서 해소하는 욕망을 자극한다. 이 시리즈는 범죄의 잔인성과 현실에서의 부적절한 처벌에 대한 불만을 영화에서 해소하려는 네 단계를 거친다.

먼저 이 시리즈는 범죄자들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그리며 현실에서 범죄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잔혹한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들을 보는 것은 관객들의 분노와 불안을 자극한다.

둘째, 현실에서는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고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그러나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주인공 마석도는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관객들은 현실에서는 누락되는 공정한 사법 의식을 만족시킬 수 있다.

셋째, 히어로 주인공의 마석도가 등장한다. 주인공 마석도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정의의 히어로로서 그림자 같은 범죄자들에 맞서 싸운다. 그의 강인한 의지와 무자비한 처단은 관객들에게 정의로움과 용기의 모델로 작용한다.

넷째, 해소와 만족을 동시에 제공한다. 영화에서 범죄자들이 마석도의 주먹에 당하면서 처벌을 받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는 현실에서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일종의 해소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처럼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들에게 현실에서 해결되지 못한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불만을 가상현실에서 해소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영화가 그들의 욕망과 공포, 분노 등을 다루면서 더욱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데 기여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강력한 처벌이 쾌감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해지는 빌런의 악행이 중요하다. 마석도가 폭력적인 공권력을 사용하는데도 저항감이 덜 느끼게 하거나, 최대한의 공분을 살 수 있는 범죄를 선택한다. 공분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시리즈의 모든 사건은 실제 범죄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1편은 2004년 가리봉동 내 조선족 범죄조직 살인사건, 2편은 2008년 동남아에서 일어난 필리핀 관광객 연쇄 표적 납치, 3편은 2015년 마약 유통 및 야쿠자 관련 사건, 4편은 2018년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한 불법 도박과 사이버 범죄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사건은 사회적인 문제와 부조리를 다루어 시리즈에 깊이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런 악행을 저지른 빌런이 얼마나 센 캐릭터일까 하는 게 중요한 관심거리 중의 하나다. 1편에서 조선족 흑룡파 보스 장첸, 2편에서 돈에 미친 필리핀 살인마, 3편에선 부패 경찰 주성철, 4편 빌런 백창기는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대한민국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을 장악한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악당들을 시원하게 처단하는 액션 장면들과 정의가 승리하는 스토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마석도 형사가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액션을 보면서도 많은 관객들이 쾌감을 느낀다. 메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동정과 선처의 여지가 없는 완전한 악당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며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마석도는 이들을 강력하게 처단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현실에서는 악당들이 충분히 응징되지 못하고 미진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영화 속에서 마석도가 시원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통쾌감과 만족을 느낀다. 이처럼 정의가 승리하고 악당들이 확실하게 응징되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큰 감정적 해소를 제공하며, <범죄도시>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유머 코드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유머’다. 이 영화는 어두운 소재의 범죄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코믹한 장면과 대사가 풍부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재치 있는 대사와 코믹한 행동은 관객들을 웃기는 스타일의 코미디로,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해 준다.

특히 마석도는 메인 적과의 팽팽한 대립에서 유머를 자주 사용한다. 그의 재치 있는 대사와 웃음 포인트는 관객들을 웃음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마석도의 캐릭터는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따스하게 나타나서 관객들이 즐겁게 웃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유머 요소는 영화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관객들에게 쉼표를 제공한다.

4편에서는 장이수가 특히 큰 역할을 한다. 그의 등장 때마다 새로운 웃음을 선사하는데, 그가 팀을 이끌며 하드 캐리 역할을 하는 모습은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전에 보여준 개그를 재탕하지 않고 새로운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한다. 특히 마석도와 시리즈 내내 이어온 상호작용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논란 피해가기

<범죄도시> 시리즈는 정치적 상황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비하를 피하면서, 국제적인 범죄 상황을 적절히 묘사한다. 이는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 4편에서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경찰이 한인을 납치하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작중에서는 필리핀의 치안 상황을 묘사할 때도 필리핀 국가경찰이 딱히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백창기 일당이 사람을 납치하여 불법 도박장에서 노역을 시키거나 경쟁 조직을 습격하는 등의 치안 상황을 묘사하지만, 필리핀 국가경찰은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초반에 탈출한 조성재가 마주친 경찰관들은 도움을 주려다가 순식간에 백창기에게 살해당하는 등의 상황이 일어났지만, 이는 필리핀 경찰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에 기여하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후반부에는 한국 경찰과 필리핀 국가경찰 간의 수사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져 백창기 일당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필리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찰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는 필리핀 국가경찰을 비하하지 않고, 필리핀 치안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흥행에 매우 영리한 선택을 하고 있다.

 

스크린 독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크린 독점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높은 예매율과 관객 수는 영화의 흥행을 견인한다.

이런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공이 지속될지, 새로운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 흥행 전망은 밝아 보인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글·서성희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전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전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 전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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