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가 2022년 2월 초안을 발표한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공급망실사지침,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이하 CSDDD)’이 지난 4월 EU 의회를 통과하고 5월 24일 EU장관급 이사회 승인을 받으며 연내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CSDDD는 발효 후 2년 내 EU 각 회원국의 국내 입법을 거쳐 기업 규모에 따라 2027∼2029년부터 적용된다. 향후 EU의 CSDDD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수출 중견/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회의실에서 제1회 ‘지속가능성과 ESG 포럼’이 개최되었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안치용), UNGC,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지속가능경영재단,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바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ESG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1회 포럼 주제는 ‘공급망 관리와 관련한 유럽 등 법제화 동향과 대응방안’으로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이 대표는 EU CSDDD의 경과 및 내용 분석, EU 회원국 및 일본, 미국 등 공급망실사의 법제화 동향과 산업별 대응사례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급망 실사의 ‘실사(Due Diligence)’는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도록 스스로 점검하는 제도이다. 실사는 인권경영이나 ESG에서 사용하는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에서 출발했다. EU공급망실사지침 제1조에서 기업활동이 인권 및 환경에 대해 미치는 실제 혹은 잠재적 부정적 영향에 관한 기업의 의무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기업의 지속가능경제 전환 계획 및 기후변화완화를 위한 전환 계획을 채택하고 실행할 의무에 관한 규칙을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이전 회계연도 전세계 순매출액의 최대 5%를 벌금으로 부과해야 하며 벌금 부과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경우, 회사명과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 지침에 따르면 원청 기업은 기업 활동이 공급망 전체에 대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할 의무를 진다. 구체적인 실사 프로세스는 (1) 실사의무의 내재화(실사정책 수립 및 관리 시스템에 통합) (2)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식별 및 평가, 우선순위 지정 (3) 잠재하는 부정적 영향의 예방ᆞ완화 및 실재하는 부정적 영향의 제거ᆞ최소화 (4) 실제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구제책 제공 (5)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이해관계자의 의미 있는 참여 (6) 불만처리 절차 수립 및 유지 (7) 실사 정책 및 조치 효과성 모니터링 (8) 공중과의 소통(실사 결과 공시) 등이다.
실사 주요 항목은 ▲ 인권(16개)▲ 환경(16개) ▲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을 위한 전환계획 채택 및 실행(3개)으로 나뉜다.
이 대표는 2023년부터 자체 공급망실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독일 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일본 및 미국의 공급망실사법 법제화 동향 및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ESG 선도 기업들의 공급망실사 대응 사례 등을 추가로 소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동형 한국에너지전환사업단(유) 대표는 “현재 CSDDD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용구 (사)한국장애인인권 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유엔의 세계인권선언 등 인권 보호 존중 구제는 국가뿐 아니라 기업도 인권 존중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게 인권 존중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40~50년 동안 논쟁을 벌였다”며 “지금까지의 기업의 행태로 인해 인권 및 환경 보호에 관한 문제를 기업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져 버렸다”고 CSDDD 성립 배경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기업의 인권 보호에 전혀 진전이 없어 독일,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 각자의 공공망실사법을 2020년 전후부터 개별적으로 시행했으나 EU 역내 국가마다 기준이 전부 달라 통합이 필요했기 때문에 CSDDD를 발효한 것으로, 이로써 강제노동과 같은 노동권,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를 총망라해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치용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은 “이제 기업경영에서 고려할 요소가 기존과 달라질 것”이라며 “CSDDD에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유럽이 무역 장벽을 쌓는 측면도 있으니, 국가에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CSDDD의 내용이 우리나라 국내법에 서둘러 반영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김아연 지속가능바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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