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문의 사건: 뒤엉킨 진실과 세상을 향한 분노

<불도저>를 탄 소녀>(박이웅, 2022)는 아버지를 둘러싼 의문의 사건과 문신 소녀의 비정상적 용기를 그려낸다. 이 영화는 2022년 42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심사위원특별상, 58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 신인감독상, 4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21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 떠오르는 아시아스타상, 2023년 10회 들꽃영화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문신을 새긴 20살 구혜영(김혜윤)이 아버지 구본진(박현권)의 자동차 사고와 의식불명 상태를 접하게 되면서 어린 동생 구혜적(박시우)과 둘만 남게 되면서 혼돈에 빠진다. 혜영은 아버지와 최영환 회장(오만석)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뒤엉킨 진실과 세상의 부당함에 대해 분노를 폭발한다.
2. 폭력: 의도와 결과의 아이러니

<불도저에 탄 소녀>의 폭력은 의도와 결과의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전반부 사건은 아버지 구본진의 화상 사건과 의료보험 정지로 인한 보험금 입금, 구본진의 차량 절도와 자동차 추돌 사건, 가게로 들이닥친 최 회장 조카 부부와 구혜영의 갈등, 구본진의 뇌사 상태와 구혜영의 보호자 거부 등이다.

이 영화는 여주인공의 폭력 사건을 통해서 의도와 결과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폭력 사건에서 혜영의 의도와 시작은 항상 선하지만, 결과는 항상 폭력으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된다. 편의점 여학생들 폭행 사건도 혜영이 약자를 보호하고자 그 여학생들을 폭행했지만 먼저 폭행했다는 이유로 혜영을 폭행한 여학생들과는 달리 혼자 처벌을 받는다. 혜영이 자신에게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노려보는 장면은 혜영을 폭력적이고 건방진 여성으로 생각하게 만들지만, 사실상 혜영은 약자의 보호자이자 폭력의 가해자/피해자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사실상 인생 전체에서 피해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혜영의 폭력적 태도는 피해자의 절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혜영의 분노는 즉흥적이고 비생산적이지만, 폭력의 타당성 있는 이유는 묻어버리고 그 결과만 따지는 공권력의 무능력을 드러낸다.

3. 진실: 기만적인 인물과 책임의 전가

<불도저에 탄 소녀>는 진실을 통해 기만적인 인물과 책임의 전가를 그려낸다. 중반부는 혜영의 추락사고 현장 조사, 자동차 피해자의 거짓말, 최영환 회장의 가게 연장 거부, 이모의 가게 이사 종용, 최영환 회장의 권리금 갈취와 가해자 만들기, 최영환의 구혜영 핸드폰 파손과 협박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추리를 통해 여주인공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나타낸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지 않고 구본진이 일으킨 사고라고 단정지으면서 구본진에게 모든 책임과 죄를 부과한다. 반면에, 혜영은 사건 현장에 가서 사건 전모를 추리하고 병원에 찾아가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피해자의 거짓말을 밝혀낸다. 혜영의 방문 후 가짜 붕대를 감고 있는 여성 피해자와 의식 불면이라는 남성 피해자는 바로 퇴원하여 자취를 감추고 보험회사를 통해 수천만 원의 보상금만 요구한다. 경찰은 구본진의 폭행과 차량 절도 사실로 인해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인물들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사건을 판단함으로써 공권력의 무능력을 드러낸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혜영이 자신이 밝혀낸 진실을 피해자와 보험회사에만 전달하고 경찰에게는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는 점이다. 이것은 혜영이 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과 법원의 공권력과 상대하면서 가치판단의 선입견과 불합리한 현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혜영의 부조리한 성격은 현실에 대한 절망을 의미한다.

적대자의 이중성은 기만적인 인물과 책임 전가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최영환 회장은 처음에는 도박으로 돈을 날려 먹고 살 길이 없는 구본진을 도와주기 위해 땅을 빌려준 것이라고 말한다. 나중에는 최영환은 구의원 선거로 인한 재산 신고로 부동산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을 팔았다며 구본진에게 나가라고 요구한다. 마지막에 음성 녹음 파일을 확인한 결과 최영환이 구본진에서 수십 년간 땅을 사용해도 좋다는 구두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믿고 건물을 짓고 2층을 증축한 구본진에게 권리금 4억을 주지 않기 위해 골프장을 짓는다는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진다. 가게의 땅은 최영환의 소유이지만, 건물은 구본진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권리금을 주지 않고 강제로 추방시키고자 한 것이다. 구본진은 최영환의 거짓말과 무자비한 행동에 격분하여 항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여직원을 다치게 만들면서 당황하여 최영환의 차를 타고 도망치게 된다. 사실상 최영환은 구본진을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이지만, 무능력한 본진과 폭력적인 혜영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최영환은 처음에는 구본진의 착한 성품과 구혜영의 철없는 행동의 차이점을 대비시키면서 구혜영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나중에는 구혜영의 증거 음성 파일을 듣고는 “구걸이 권리야?”하며 구본진과 구혜영의 유사성을 거론하면서 정당한 요구를 구걸로 폄하한다.

4. 문신: 약자의 변명과 무모한 용기

<불도저에 탄 소녀>는 문신을 통해서 약자의 변명과 무모한 용기를 대비시킨다. 후반부 사건은 혜영의 최영환 뺨 때리기와 체포, 혜영의 최영환 뇌물 돈 방화 시도, 여학생 3명과 남학생 1명의 혜적과 혜영 폭행, 본진의 사망과 혜영의 위로, 혜영의 불도저를 통한 가게 철거와 최영환 아파트 파손, 1년 6개월 복역과 가석방, 본진의 사망보험금 4.28억원 지급 등이다.

최영환 회장에 대한 대응으로 혜영의 폭력과 이모부의 복종이 대비된다. 이모부는 최영환이 자신의 일을 빌미로 억압하기 때문에 혜영에게 참으라고 설득하고자 한다. 혜영은 아버지 구본진과 최영환 사이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최영환의 뺨 때리기, 최영환이 준 5만원 지폐 방화 시도하기, 가게 철거하기와 아파트 파손시키기 등 폭력적 방법으로 반격한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왜 혜영은 기자들 앞에서 진실을 폭로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계속해서 폭력적 해결 방법을 쓰는 것인가이다. 이러한 폭력적 방법은 계속 실패하고 결국 혜영의 체포와 복역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혜영의 해결 방법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혜영은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폭력을 통해 복수를 원한 것인가? 혜영은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고 부서지는 과정을 통해서 복수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고자 한 것인가? 하지만, 혜영이 최영환에게 요구한 것은 아버지인 구본진에 대한 사과라는 사실, 마지막에 자동차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자 용서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최영환 회장과 자동차 피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 것이다.

문신은 적대자와 조력자의 차이를 강조한다. 경찰들, 이모와 이모부, 최영환과 부하들 등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혜영의 문신을 보고 착한 아버지를 돕지 않고 방종과 반항을 하는 표시로 간주하며 혜영을 적대시한다. 반면에, 남동생 혜적은 혜영을 폭행하는 남학생에게 저항하고, 복수의 실패와 폭행의 아픔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혜영의 문신을 보면서 누나의 용기를 언급한다. 혜영은 자신의 문신과 동생의 격려로 두 가지의 무모한 용기를 낸다. 우선, 혜영은 혜적과 함께 병원에 가서 보호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뇌사상태 아버지의 안락사를 승인하고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에게 “고생하셨어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다음으로, 혜영은 불도저를 훔쳐 가게 건물을 부수고 최영환 아파트를 부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구본진은 가족을 고생시키는 무능력한 아버지가 아니라 목숨을 바쳐 가족에게 헌신한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희비극의 결말을 보여준다.

5. 현실: 다수의 적대자와 조력자의 부재

<불도저에 탄 소녀>는 다수의 적대자와 조력자의 부재라는 참담한 현실을 드러낸다. 다수의 적대자와 조력자의 부재는 숨 막히는 답답한 상황을 나타낸다. 전반부에서 적대자는 아버지, 3명의 여학생, 경찰, 자동차 보험회사 직원, 최영환 조카 부부이고, 조력자는 없다. 중반부에서 적대자는 최영환 회장, 자동차 피해자 남녀, 경찰, 최영환 조카 부부이고, 비조력자는 아버지, 이모와 이모부이다. 후반부에서 적대자는 최영환 회장, 3명의 여학생과 남학생, 이모와 이모부, 경찰, 최영환 조카 부부이고, 조력자는 아버지, 남동생이다. 영화 전개 과정에서 변화가 가장 큰 것은 아버지 구본진과 최영환 회장이다. 아버지는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인데, 가장 증오하는 인물(전반부), 동정과 연민의 대상(중반부), 이해와 용서의 대상(후반부)으로 변화한다. 최영환 회장은 가게의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인물(전반부), 가게 인수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인물(중반부), 약속을 위반하고 거짓말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인 인물이면서 증거 인멸을 위해 핸드폰을 부수고 혜영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악인(후반부)로 변화하며,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변모한다. 아버지가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변모하는 반면, 최영환 회장은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변모함으로써, 영화가 전개되면서 아버지와 최영환이 서로 반대의 축으로 이동한다. 마지막에서 대부분 적대자이고 조력자가 없는 현실, 희망과 출구가 없는 현실에서 아버지 구본진과 남동생 구혜적, 즉 가족이 유일한 희망이자 출구가 된다.

보험도 갈등, 절망, 희망의 순서로 변모하는 역할을 한다. 전반부에서, 보험으로 인한 갈등은 부모의 부책임과 무능력을 의미한다. 화상을 당한 아버지가 건강보험이 정지되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는 혜영에게 건강보험금과 보험금을 요구하고, 혜영은 아버지에게 또 경마를 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등 보험으로 인해 갈등하게 된다. 혜영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경마를 해서 재산을 날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일조한 악인이면서 자식에게 경제적 책임을 전가시키는 무능력한 인물이다. 중반부에서, 보험으로 인한 절망은 출구 없는 현실을 의미한다. 자동차보험은 아버지의 뇌사 상태에서 가짜 피해자를 내세우며 혜영네의 돈을 뜯어가려고 하고, 생명보험은 자살로 몰아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보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과 부당한 주장을 하는 사회, 인물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출구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보험회사의 편을 들면서 아버지의 일방적인 실수로 인한 자동차 사고, 안 좋은 일(도박, 아내의 죽음, 산더미같은 빚)로 인한 자살 사건으로 몰고감으로써 자동차보험의 일방적인 가해자, 생명보험의 지급 조건 미충족으로 몰고간다. 혜영이 “어떤 미친 놈이 딴 사람 주자고 자살을 해요.”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경찰은 “그런 사람 많아요. 가족인 경우에.”라고 답변하여 혜영을 기막히게 한다. 후반부에서, 보험으로 인한 희망은 아버지를 잃은 남매의 출구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살로 인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회사가 법원의 강제 명령으로 수혜자 혜영에게 428,199,363원 지급하게 되면서 남매에게 숨통을 틔울 수 있는 희망으로 제시된다. 아버지는 출구 없는 현실에서 남매를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써 혜영에게 뭉클한 부정을 느끼게 만들면서 희비극의 결말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이면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여주인공의 과도한 폭력은 여주인공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 해결할 수 없는 숨막히는 현실에서 여주인공이 분노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20살 여주인공은 이러한 답답한 현실이 아버지의 도박,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부모와 갈등하고 부모에게 분노한다. 중환자실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아버지 구본진을 바라보는 딸 구혜영의 시선은 세 단계로 변화한다. 전반부에서, 혜영은 자신에게 계속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피곤함을 제공하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중반부에서, 혜영은 부분적인 진실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가 무능한 가해자가 아니라 불쌍한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바라보는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 혜영은 모든 진실을 알고나서 아버지의 뇌사 상태를 종결시키고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이마에 뽀뽀를 하며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혜영과 아버지의 관계는 갈등, 연민, 이해의 순서로 변화한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출구 없는 현실에 직면한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아버지의 죽음, 관계의 개선,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변화 등 희비극의 아이러니한 결말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대종상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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