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비공개 내부 정보 유출 및 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에 더해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음주운전, 출장비 부당수령, 금품 수수 등 ‘막장’ 수준의 다양한 비위 행위를 저질러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LH가 직원 비위 근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비하한 직원 A씨 파면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징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7일까지 인사위원회로부터 징계가 의결된 직원은 5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따르면 2020년 입사자 A씨는 2022년 6월 13일부터 9월 22일까지 민감한 비공개 업무자료 및 대상 정보 15건을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 개인 카카오톡을 통해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본인의 클라우드 PC에서 상급자 등 타 직원 계정으로 접속하여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SNS(유튜브)상에서 타인의 명의를 도용 및 사칭하고 다수의 부적절한 댓글을 게시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출장비로 매달 80만 원 더 챙겨먹으면서 차에서 노래틀고 까페가서 논거 밖에 없는데요?”, “공기업 2년차인데 국민세금 빨면서 월급 받으면서 일 쳐내면서 승진 안 하고 살렵니다ㅎ” 등의 댓글이다. “대구는 ○○○ 만들어 버림”이라고 적기도 했는데, 해당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통용되는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희생자 비하 표현이라고 한다. 인사위는 A씨가「취업규칙」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A씨의 파면을 의결했다.
근태 불량 행태 각양각색…‘경마장 출근’도
근태 불량 행태는 다양했다. 2020년 입사자 B씨는 2022년 경기 성남의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지구 내 아파트를 매입해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LH법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주택은 직원이 신규 취득해선 안 된다. 이에 LH 감사실은 “비위 정도는 ‘경비위’, ‘경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견책 처분을 요구했다. 인사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2022년에 입사한 차장급 직원이 유지보수공자 현장대리인에게 숙소 내 모기를 퇴치하고자 홈키퍼(14,000원 상당)를 요구하여 제공받은 일로 정직 1개월을 받은 것과 대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22년 부임한 현장소장 C씨는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9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경마장에 가서 마권을 구매하고 경마 경주를 관람한 후 근무시간 종료 시까지 복귀하지 않고 경마장에 체류했다. C씨는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2002년 입사한 D씨는 오후 4∼6시 사이 휴가를 신청하고 실제 퇴근 후 다음날 전결권자가 결재하기 전 회수하는 방식으로 연간 총 45회 75시간의 유급휴가를 부당하게 차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위는 D씨의 정직 1개월을 의결했다.
2018년부터 근무한 주임급 E씨는 2022년 8월 코로나 확진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코로나 양성확인서를 공사에 제출하고 병가 4일을 부당하게 사용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주임급 F씨는 2022년 7월∼2023년 3월까지 병가, 연차 등으로 141일을 출근하지 않고 고깃집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다고 한다. LH 직원 신분을 밝히고 온라인 자기소개서 컨설팅도 했다. F씨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도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음주운전, 출장비 부당수령, 금품 수수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지른 직원들이 파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LH는 “(직원들의) 투기 사태 이후 자체감사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적발된 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더욱 엄중히 관리·감독하겠다”고 했다.
최근 5년간 LH의 공공기관 청렴도는 5년 연속 4~5등급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 때 개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따로 빼 윤리경영 항목에서 최하 등급(E0·아주미흡)을 받았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직원 비위 근절을 위한 LH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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