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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아베크’하게 마시는 법
와인을 ‘아베크’하게 마시는 법
  • 성일권 기자
  • 승인 2024.10.1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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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호 새로운 주제를 내세우는 와인매거진 <나라>(NARA) 7호의 키워드는 함께더불어의 의미를 지닌 아베크(Avec). 와인 잡지이면서도 와인 상식보다는 와인 인문학을 표방하는 <나라>는 와인을 사이에 두고 모두가 함께 나누는 즐거움에 대한 다양한 글들을 실었다. 와인 예찬론자이자 <나라>의 발행인이기도 한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결혼식 축하를 위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예수님의 전지전능함을 소개하고, 와인은 공동체의 함께를 도모한 기적의 술이라고 소개했다.

‘~와 더불어’, ‘~와 함께’, ‘~에 맞추어’, ‘~에 곁들여의 뜻을 지닌 아베크라는 단어는 주격(subject)과 대상(object), 대상과 대상을 좀 더 깊이 연결지을 때 사용된다. 우리가 와인을 친구나 가족, 이웃들과 함께 즐기고,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여 페어링하고, 감미로운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이고 손과 손을 마주 잡는다면, 또 와인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면, 우리는 모두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존재감을 서로에게 주고받을 것이다.

 

권은중 와인 평론가는 아베크, 함께 손잡고 즐기는 와인을 닮은 언어라는 글을 통해 미식을 시간예술로 바꾸는데 와인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 “와인은 생존을 넘어 미식이 되었고, 예술과 철학을 생산하는 관계의 장을 마련해주었다고 강조한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능력있는 젊은 소믈리에의 모임으로 각광받는 쏨즈’(SOMA)의 창립 회원 4인방은 와인은 늘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거리에 빠져서는 안 될 분위기 촉진제라고 입을 모은다. 환자와 고객에게 샴페인을 제공하는 피부 전문병원 닥터베이직 김학수 원장은 샴페인 제공은 성공적인 환자 진료와 치료 약속의 상징이라며, “와인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다보면, 삶의 활력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빼놓을 수 없는 리슬링 와인 예찬론자다. 긴장의 강도가 큰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로 포도의 신선함을 간직한 리슬링 와인을 마시면 금세 심신이 재충전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번 호에서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 산지 키안티 클라시코(글 안미영),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산지 부르고뉴(글 백은주), 영국 중북부에 자리한 위스키 증류소인 더 레이크 디스틸러리(글 이종훈)이 다채롭게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또한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칠레 와인 몬테스(글 성일권)200년 넘게 샴페인의 명성을 주도해온 가족경영형 샴페인 하우스 빌까르 살몽(글 김나현)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나라>가 추천하는 레스토랑으로는 양재천변 산책로에서 캐주얼한 음식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마누테라스, 스테이크와 와인이 어울리는 도심 속의 푸른 정원인 라보 스테이크 하우스 청담점, 한남동 골목 어귀에 자리한 클래식 칵테일바 소코바가 소개된다.

<나라>의 문화 페이지에서는 파리 16구의 찰스 디킨즈 광장 한 켠에 2023년 개조공사를 마치고 새로 문을 와인 박물관을 탐방한 기사(글 목수정)와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이 담은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 체험담이(글 황영미) 게재된다. 이밖에도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의 콧대를 꺾은 파리의 심판, 제주도 토속 음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세계 3대 명품 글라스 메이커 슈피겔라우의 글라스 테이스팅 글래스 수업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나라>의 내용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렇다.

 

와인은 저에게 있어서 여행, 특히 유럽을 여행할 때 그 지역의 특색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은 연주 일정 때문에 와인으로 유명한 알자스 지방에서 며칠씩 묵고 있는데요. 지역마다 달라지는 와인의 맛과 특색이 항상 흥미로운 자극을 줍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와인기억법에서

 

오래전부터 와인메이커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인생이 저를 이 길로 인도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땅과 더불어 사는 삶을 좋아한 까닭에 과일이나 와인을 다루는 일이 제 운명이 되리는 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 ’끊임없는 도전, 몬테스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신화 속 파리스의 심판이 전쟁의 불씨가 된 것처럼 1976년 파리의 심판은 전 세계 와인 시장이 들썩일 정도의 파문을 불러왔다. 와인 업계는 그동안 무시하던 신대륙 와인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프랑스 와인을 넘사벽으로 여기던 신대륙 국가들은 하면 된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 프랑스 와인을 심판한 파리의 심판에서

 

생각치도 못한 제주의 토속 음식과 시칠리아의 대표 와인 돈나푸가타의 완벽한 페어링이 제주의 여름밤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 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며 다음 날 이어지는 클린 캠페인과 밍글링 파티가 더욱 기대되는 밤이었다.”

- ‘제주도 음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에서

 

우리는 와인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 글라스를 현명하게 관리해 그 와인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는 있습니다. 슈퍼마켓 와인을 고급 와인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와인의 100%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글라스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 ‘교육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 글라스 테이스팅 클래스에서

 

와인을 아베크하게 마셔야겠지만, 경제침체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한유정 와인 애널리스트는 어둠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와인이라는 글에서 “2023년 원산지별 와인 수입이 다양해지고, 와인 스타일과 품종이 다채로워져 신규고객이 지속적으로 유입하고 충성고객이 두터워질 가능성이 높다, “와인 시장은 조정기를 거쳐 성장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하루빨리 우리 모두의 손에 와인과 샴페인 잔이 들리길 기대해본다.

 

6개월마다 출간되는NARA는 국내 와인 문화를 선도하는 와인 업체 나라 셀라가 와인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위해 발행해온 매거진으로, 르몽드코리아가 편집 제작에 참여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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