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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역사의 가문에게 듣는 샴페인, 그리고 샹파뉴
200년 역사의 가문에게 듣는 샴페인, 그리고 샹파뉴
  • 김나현(인터뷰어)
  • 승인 2024.11.2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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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형 샴페인 하우스 빌까르 살몽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의 지역명 샹파뉴의 영어식 표현이다. 지명에 상표권을 부여하는 지리적 표시제에 따라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지명이 곧 하나의 대명사가 된 이곳은 특유의 콧대 높은 자부심으로 샴페인 제조에 임해왔다. ‘빌까르 살몽(Billecart-Salmon)’은 그런 샹파뉴의 심장부를 틀어쥐고 200년 넘게 샴페인의 명성을 주도하고 있는 가족경영형 샴페인 하우스다. <NARA> 취재진은 빌까르 살몽의 6대손으로서 가족 오너 및 브랜드 앰버서더를 겸하고 있는 앙투완 로날-빌르카르(Antoine Ronald-Billecart)에게 샴페인, 그리고 샹파뉴를 물었다.

 

빌까르 살몽과 샴페인의 역사를 되짚다

축배를 상징하는 샴페인에 이보다 더 걸맞은 샴페인 하우스가 있을까. 한 부부의 결혼으로부터 시작된 빌까르 살몽은, 뻔하지만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1818년 니콜라 프랑수아 빌까르와 엘리자베스 살몽 부부는 프랑스 에페르네(Epernay) 근처의 작은 마을 마레일 쉬르 아이(Mareuil-sur-Aÿ)에 터를 잡고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했다. 그렇게 시작된 빌까르 살몽은 206년이 지난 지금 샹파뉴 지역의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에서 랭스(Reims)에 이르기까지 최고급 포도를 재배하는 170헥타르의 재배면적을 보유한 생산자가 됐다.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오는 ‘가족경영형’ 샴페인 생산자라는 사실 또한 샴페인의 가치에 특별함이란 맛을 더한다. 

 

시간의 흐름에도 ‘샴페인의 맛과 향은 오직 품질 좋은 포도에서 나오는 것이며, 양조 과정에서 어떠한 인위적인 아로마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빌까르 살몽의 기본 철학은 변하지 않는다. 전통의 가치가 희미해진 시대, 포도 품질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고집은 와인 애호가들에겐 희망이자 위안이다. 이처럼 포도 재배는 선조들의 노하우를 존중하되 양조기법이나 설비는 최신식으로 하여 만들어진 빌까르 살몽의 샴페인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 및 전문가, 소믈리에, 셰프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2024년엔 드링크 인터내셔날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샴페인 브랜드‘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민간 와인 전문기구인 ‘World’s Best Vineyards’가 선정한 ‘2022년 세계 100대 와이너리’에서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NARA> 취재진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두드러지는 빌까르 살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묻기 위해 가문의 6대손 앙투완 로날-빌르카르(Antoine Ronald-Billecart)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재 수출 담당 책임자의 직책을 맡아 전 세계에서 빌까르 살몽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마치 소명처럼 샴페인 외길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선 가문의 샴페인을 빼닮은 품격과 활력이 느껴졌다.

 


빌까르 살몽 6대손 앙투완 로날-빌르카르(Antoine Ronald-Billecart)

 

빌까르 살몽 6대손 앙투완 로날-발까르 사진

 

“저에게 샴페인은 지역이자 유산입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빌까르 살몽 가문의 6대손 앙투완입니다. 가족경영은 오늘날 샴페인 비즈니스 에선 믿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특별하죠. 제 목표는 그런 빌까르 살몽이 ’가족 소유의 독립적인 기업‘으로 남는 것입니다. 쉽진 않지만, 우리 샴페인의 연속성과 진정성을 위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빌까르 살몽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광고를 많이 해본 적이 없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빌까르 살몽의 힘은 무엇인가요?

좋은 지적이네요. 빌까르 살몽은 샴페인의 품질만으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버지 장(Jean)은 101세의 연세에도 여전히 매일 샴페인 한 잔을 드십니다. 우리에겐 품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겠죠? 빌까르 살몽의 목표는 품질 면에서 샴페인 업계 1위가 되는 거예요. 이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한국 시장에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있나요?

한국의 소비자 특성은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로워요.  ’오르드르 데 꼬또 드 샹파뉴(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 행사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와인을 고급스럽게 소비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을 느꼈고, 그게 제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한국 샴페인 시장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자주 방문하시나요?

네. 벌써 3~4번 정도네요!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어요. 시장 가시성이 높아지면 한국에 더 자주 다녀갈 것 같아요. 와인의 뛰어난 품질과 우리 하우스의 가족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또 국내 수입사인 나라셀라와 샴페인 유통을 위한 끈끈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미국과 유럽 각국을 다녔고, 프랑스 밖의 시장에 관심이 많은 걸로 들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미국에서 뉴욕을 비롯한 여러 주를 여행했는데,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가까웠어요. 이때 여러 여행 스킬을 습득하게 됐죠.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우리 프랑스인에게는 바로 옆집이나 다름없어 자주 여행을 했고요. 물론 한국으로 여행할 때는 훨씬 더 멀리, 다른 세계와 문화에 들어가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기후는 테루아(Terroir)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리고 몇 년간 심화한 지구 온난화에 와인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요?

기후는 어떻게 보면 진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와 대화해보면 체감할 수 있죠. 제게는 아버지 장(Jean)이라는 훌륭한 오픈북이 있거든요. 아버지는 평생 75번 넘는 수확을 하셨고, 항상 날씨가 수십 년 주기로 따뜻했다 추워지기를 반복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치 ‘순환’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샴페인에는 백악질 토양과 같은 특정 테루아가 있고, 그 테루아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포도나무 자체가 기후 조건에 적응한다는 점도 중요해요. 포도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요소를 바꾸고 있어 수확 시기가 조금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여러 방법으로 포도 밭을 가꿔야 합니다. 포도나무가 습도를 더 얻을 수 있게 토양을 잘 다듬어 나무가 땅속으로 더 내려가게끔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빌까르 살몽의 샴페인은 세계 몇 개국에 수출되고 있나요?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비율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요. 

약 100개 국가와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가장 작은 시장은 아마도 모스키토 섬(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섬)이지 싶네요. 가장 큰 수출 시장은 미국이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인 프랑스가 제일 중요해요. 프랑스는 ‘유리 진열장’ 시장, 한마디로 창구와 같으니까요. 프랑스를 방문하는 다양한 국가의 방문객들에게 우리를 보여주고 측정할 수 있고, 그들은 빌까르 살몽이 어디에 진열됐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그는 고급 식음료를 취급하는 라그랑드 에피세리 드 파리와 르봉 마르셰 백화점을 예로 들었다). 비율을 말씀드리자면 생산량의 60~65% 이상을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빌까르 살몽은 매우 혁신적인 샴페인 양조법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 ’저온 안정화‘ 양조기법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해당 기법을 소개해주세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시다. 제 할아버지 샤를르(Charles)가 아버지 장(Jean)과 함께 저온 침전 과정을 거쳐 머스트를 디캔팅(decant)하고 정제(clarify)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약간 미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한편 제 외할아버지는 프랑스 북부에서 맥주 양조업을 하셨던 분이었어요. 그는 병입(bottling) 전에 맥주 청징(clarify)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액체를 차갑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는 외할아버지가 친할아버지에게 ’머스트를 차게 해서 청징(clarification)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셨죠. 그렇게 해서 저온 안정화 기법이 탄생했습니다. 이제는 빌까르 살몽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환상적인 기법이죠. 이에 따라 발효가 매우 천천히 이뤄지고 와인에 더 많은 정교함과 내구성 및 신선함을 가져다줍니다. 

 

오랜 시간의 가문 전통이 샴페인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또 현재 빌까르 살몽을 특징짓는 노하우와 전문성의 발전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빈티지를 배우죠. 모든 빈티지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우리만의 스타일을 입히려고 노력했습니다. 기후 조건은 반영하면서도 우리의 스타일을 항상 염두에 두었던 거죠. 또 특히 중요한 건, 셀러에 보관하고 있는 리저브 와인의 양을 고려하는 것이죠.  지난 10년 동안 리저브 와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블렌딩할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는 방법은 바로 리저브 와인을 충분히 보유하는 것입니다. 향후 수십 년 동안 리저브 와인의 양을 늘리고 양뿐만 아니라 품질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죠.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와 회사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수할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이루어지진 않을 거예요. 일정 기간 회사에서 일하고 경험을 쌓아야 회사 운영 방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거든요. 특히 가족 기업에서는 더욱 그래요. 무엇보다도 빌까르 살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의 일원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회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 되죠. 일단 그 사실부터 머릿속에 넣어야 내부 작동 방식도 알게 되고, 관리 및 개선점에 대한 가닥이 잡힐 거예요. 

 

왼쪽부터 빌 까르 살몽 6대손, 앙투안, 6대손 프랑수아,
5대손 장, 7대손 마티외가 나란히 서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샴페인 협회 OCC(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로부터 일종의 레지옹 도뇌르*와 같은 커망되르(Commandeur)라는 직위를 받으셨습니다. 커망되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OCC의 역할은 와인 및 지역으로서의 샹파뉴를 홍보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샴페인 생산자를 환영한다는 점이죠. 따라서 커망되르가 되면 와인 판매자, 와인 생산자, 협동조합 등 모든 당사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샴페인을 알리기 위해 모든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야 합니다. 상당히 정치적인 일이죠. 오늘날 OCC는 시장에선 경쟁자라 할지라도 샴페인 지역의 단합을 보여주는 유일한 조직입니다. 


*나폴레옹이 1802년에 제정한 훈장으로, 프랑스의 정치∙경제∙문화 등의 발전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샴페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샹파뉴에서 태어났습니다. 한마디로 샴페인이 지역이자 유산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따라서 샹파뉴를 고유한 문화를 지닌 장소로 이야기하는 게 제겐 무척 중요합니다. 부르고뉴나 보르도 지역을 이야기할 때처럼요. 샴페인은 저에게 있어 단순히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살기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지역이자 오랜 과거의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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