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보유량인 21만 개'까지만 사들인 뒤 매집을 멈출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일러는 '분노의 풀매수'를 계속하고 있다.

"제2의 빌 게이츠가 되겠다"
미국의 마이클 세일러(59)가 MIT공대를 막 졸업한 24살때인 1989년. 그는 빌 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라는 야심찬 스프트웨어회사를 버지니아주 타이슨코너에 설립했다.
당초 세일러는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해 사업적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포부였다. 일종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기업이었다.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과정을 거친 데이터를 비즈니스 업무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었다. 마침내 세일러는 MSTR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하지만 2000년 닷컴버블때 이른바 거품주식으로 주당 333달러(약 47만5천원)까지 정점을 찍은뒤, 회계부정 스캔들로 무려 99%나 폭락해 동전주인 0.42달러(약 600원)까지 갔었다. B2C(소비자 대상 기업)가 아닌 B2B(기업 대상 기업)업체로 매출까지 급감해 황제기업에서 순식간에 '부도 직전의 쪼무래기 기업'으로 추락했다.
비트코인에 올인해 극적 부활
위기에 몰린 세일러는 이후 20여년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2020년 세일러는 골방에서 데이터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비트코인 동향에 눈길을 멈췄다.
"바로 이거다."
그는 이익잉여금이라고는 한푼도 없는 상태에서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해 회사채 발행과 대출,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마구 끌어 모았다. 세일러는 그 돈으로 비트코인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떨어질 때마다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해 저점매수를 반복했다. 다른 큰손(암호화폐 고래)들이 올인을 하더라도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에도 분산투자하는 것과 달리, 순전히 그의 고집으로 MSTR은 비트코인만 사들였다. 머리가 좋은 건지 운이 좋은 건지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폭등장'이 만들어지면서 대박을 쳤다. 이에따라 세일러의 MSTR은 다시 쪼무래기 기업에서 글로벌 황제기업 대열에 오르게 됐다.
이도 잠시뿐.
2022년 비트코인이 폭락하면서 세일러의 MSTR은 또다시 부도위기에 몰렸다. 그 해 비트코인으로 약 1조4천억원 이상을 까먹은 뒤 주주들의 비난 등쌀에 퐁 리에게 CEO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을 정도다.
이 와중에도 MSTR은 세일러의 고집으로 비트코인을 조금만 팔고 계속 보유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가로 더 사들이는 무모함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반감기 공급 감소, 트럼프의 '암호화폐 대통령 되겠다'는 대선공약 등으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세일러가 비트코인 발행량(2천1백만개)의 1%물량으로 '상징적 보유량인 21만개'까지만 사들인 뒤 매집을 멈출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일러는 이른바 '분노의 풀매수'를 계속했고 2024년 현재 33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전 파산위기에 몰렸던 MSTR은 최근 주가가 2480%나 올라 엔비디아를 능가하기도 했다. 오로지 비트코인에 투자해 얻은 성과일 뿐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사기''도박'업체 지적도
세일러의 MSTR은 닷컴버블때 회계부정 스캔들을 저질렀던 기업으로 아직도 낙인이 남아있다. 이에따라 세계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중 하나였던 FTX가 고객의 돈을 마치 자기 자산인양 써 사기죄로 파산을 했을때 MSTR도 유사기업으로 지목됐다. 이런 파장으로 MSTR 주가는 100달러(약14만2천원)에서 10달러(약1만4천원) 수준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부활 등으로 비트코인이 다시 폭등하는 바람에 세일러는 오뚝이처럼 또한번 일어난 셈이다. MSTR주식가치의 99%가 비트코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세일러의 MSTR은 여전히 비트코인 구매를 회사 장부내 현금이 아니라, 주식과 채권을 발행한 돈으로 매집하고 있어 '신개념의 폰지 사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MSTR은 이미 전환사채 80억달러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데 투입한 데 이어, 추가로 지난 11월에 30억달러를 더 벌행했다. 이 전환사채는 이자율이 0%다. 채권 만기가 최대 2032년인데 이 기간동안 이자 수익도 없는 전환사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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