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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소믈리에 그룹 '쏨즈'가 서비스하는 와인의 맛은?
떠오르는 소믈리에 그룹 '쏨즈'가 서비스하는 와인의 맛은?
  • 김나현
  • 승인 2024.12.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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쏨즈(SOMZ) 핵심 회원 4인 인터뷰

 

소믈리에(sommelier)는 레스토랑 등에서 좁은 의미로는 주로 와인만을, 넓은 의미에서는 각종 주류에 관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소믈리에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맞춰 적합한 와인을 추천하는 일을 하지만, 그의 행동반경은 레스토랑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도밭을 다니며 다양한 테루아를 경험하고, 그곳에서 나는 와인을 시음하는 것도 모두 소믈리에의 업무다. 소믈리에가 레스토랑에서 와인 구입을 담당하고 재고를 관리한다는 것은 그가 레스토랑 재무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믈리에의 업무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국내 와인 업계에서는 소믈리에 수요가 많아지고, 해외 협회에서나, 국내 협회에서 관련 자격증을 받은 이들이 늘면서 소믈리에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능력 있는 젊은 소믈리에의 모임으로 각광 받는 ‘쏨즈’(SOMZ. 회장 조내진)의 4인방을 만나, 와인 속의 삶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이 / 조내진, 김성국, 주재민, 이정인 소믈리에.

필자의 질문에 쏨즈의 회장인 조내진 소믈리에를 비롯해 모두가 자유롭게 공감적인 답변을 했으며, 개별적인 질문에 대해선 각기 다른 의견을 냈다. 

 

쏨즈는 소믈리에 모임 중에서도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쏨즈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오랜 시간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조내진, 김성국 소믈리에가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문화적 관점에서 상호 협력을 논의하다가, 주변 업계에서 활동하는 소믈리에들이 하나둘 의기투합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차세대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던 주재민 소믈리에가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영(Young) 소믈리에 협회’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쏨즈는 영 소믈리에 모임이다 보니, 기존의 소믈리에 모임과는 차별점이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비전은 어떤가요? 

“저희 쏨즈는 장인이나 동업자 조합인 길드와 협회라는 말보다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모인 능력자들의 집합체인 크루(Crew)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형 격인 조내진 소믈리에부터, 가장 젊은 마현수 소믈리에까지 나이로는 15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서비스 능력을 보여주고 서로 벤치마킹하면서 각자의 영업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전략을 구상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전문가로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샤 빼레 에 피스, 쥬브레 샹베르땅을 들고 있는 주재민 소믈리에
부샤 빼레 에 피스, 쥬브레 샹베르땅을 들고 있는 주재민 소믈리에

최근 들어 식음료(F&B) 시장과 와인 시장은 다소 침체기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쏨즈 회원들은 시장 전망을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이에 따른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F&B 시장이 지난 5년간 연평균 3.9% 상승했지만,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2배, 배달 음식 시장이 9배 이상 증가하고, 국외 직구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믈리에를 채용할 여유가 있는 다이닝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프리미엄과 럭셔리 시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고, 와인 수요 트렌드 역시 다양화하고 있어 저희는 전반적으로 향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저희 쏨즈에서는 와인에 대한 지식만이 아닌 소믈리에 브랜딩과 경영 전략,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 경험 전달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면서도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레스토랑 고객들 외에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활동도 계획하시는 걸까요? 

“직업적인 소믈리에로서 저희의 경험과 서비스 노하우를 널리 공유하려 합니다. 쏨즈 회원들이 유명 유튜브에 출연하여 흥미로운 와인이야기를 하고 있고, 와인 관련 각종 행사와 심사에 재능기부를 하면서 고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쏨즈의 멤버이자 방송인 ‘한해’가 CGV에서 진행하는 와인 토크콘서트에 공식 게스트로 초청되어 고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와인을 냄새 맡고 맛봐야 하는 소믈리에에겐 후각과 미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듯합니다. 이러한 감각은 노력하면 발달시킬 수 있나요? 혹은 후각과 미각이 발달하지 않아도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절대 미각을 지닌 셰프는 물론 뛰어난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요리 수준을 뛰어넘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반복적인 훈련과 인문학적 상상력과 표현력, 그리고 수많은 경험입니다. 소믈리에가 와인에서 향과 맛을 느낄 때, 고객들과는 약간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단순히 와인의 어떤 맛과 향을 느끼는 수준이 아닙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기억하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그걸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때 마침내 소믈리에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인 소믈리에가 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인 소믈리에가 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쏨즈’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쏨즈는 ‘건강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소믈리에’라는 비전을 갖고서 와인 밖의 다양한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봉사활동, 불우이웃돕기 자선 디너, 외부 특강 혹은 프랑스 현지 투어 장학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함께 모임에서 나누던 대화가 가수 한해의 샴페인이라는 노래로 발매되었습니다. 쏨즈의 활동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이정인 소믈리에가 와인 (몬테스, 퍼플엔젤)을 디캔팅하고 있다
이정인 소믈리에가 와인 (몬테스, 퍼플엔젤)을 디캔팅하고 있다

네 분의 쏨즈 멤버들은 와인이 맺어준 인연이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와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와인과 함께하면 왠지 즐겁잖아요. 저희는 주로 와인을 마시며, 대를 이어온 장인의 손길과 잔에 담긴 대지의 의미를 화두로 삼아 얘기하지만, 연인과 비즈니스맨들은 와인을 사이에 두고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고, 사랑과 우정을 다지는 거죠. 그런 점에서 와인은 늘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될 분위기 촉진제라고나 할까요... 물론 감미로운 와인 맛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쏨즈 회장인 조내진 소믈리에에게 묻고 싶습니다. 쏨즈에 개성 있고 능력 있는 젊은 소믈리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쏨즈 구성원들의 자랑 좀 해주세요. 

“우선 이 자리에 모인 분들만 얘기하자면, 바로 제 옆의 주재민 소믈리에는 쏨즈 결성 이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올해의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요. 이정인 소믈리에는 지난해 국가대표 영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미래세대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여기 네 분의 개인적 얘기를 듣고 싶어요. 어떻게 소믈리에의 길을 선택하셨을까요?

“(김성국) 이전에 몸담았던 레스토랑의 헤드 소믈리에가 항상 웃으면서 고객님과 대화를 하며 샴페인을 따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분의 자신감 원천이 소믈리에인 걸 알고, 저도 같은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정인) 처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저만의 무기를 찾고 싶었어요. 저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고민하다가 와인 그리고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소믈리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주재민) 어릴 적부터 서비스직에 몸을 담으면서 늘 고객들에게 와인 서비스를 하는 제 모습을 떠올렸어요. 제가 아는 와인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소개해 드리는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지금도 그 목표를 위해 와인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조내진) 서비스직이 천성인 저에게 와인 선택은 당연했어요. 맛있는 와인과 음식, 고객님의 행복한 시간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이 소믈리에라고 여기며, 앞으로도 레스토랑을 지키는 소믈리에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뿐 아니라 기타 주류에 관한 조예가 깊어야 한다고 하는데, 소믈리에를 활동하기까지 어떻게,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김성국) 식음 경력을 합하면 16년 남짓 됩니다. 물론 처음 4~5년까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 전문 서적을 옮겨적으며 지식을 쌓았습니다. 이후 인터넷에서 와인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관련 매거진과 전문지도 틈틈이 스크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학습이 아닌 관련 주변 지식을 얻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정인) 저는 소믈리에를 제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지만, 와인 서비스를 천직으로 삼은 건 6년 남짓 됩니다. 소믈리에 자격증을 딸 때 공부했던 와인 지식뿐 아니라, 전통주, 맥주, 칵테일, 티, 사케, 증류주 등 다양한 주류 정보를 관련 사이트에서 자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재민) 소믈리에를 업으로 삼은 것은 10년 정도 되었네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공신력 있는 와인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를 심화할 수 있었습니다. 소믈리에는 지식, 서비스, 역량 모두 배움의 끝이 없는 직업입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조내진) 공신력 있는 와인 아카데미와 와인 과정 학교에서 각종 해외 자격증을 취득하느라 틈틈이 와인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와인 관련 각종 세미나, 와인테이스팅 모임, 해외 와이너리 투어를 자주 다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저의 와인 공부 방식입니다.”

 

소믈리에는 술과 가장 밀접하고, 항상 술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술을 즐기시나요? 

“(김성국) 저의 경우, 레스토랑에 가면 저의 메뉴는 어떤 술을 마실 것인가로부터 결정됩니다.

(이정인) 와인을 자주 안 마시지만 마실 때만큼은 주종 상관없이 화끈하게 즐기는 타입입니다.

(주재민) 가끔 와인을 안 마시는 날이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입니다. 

(조내진) 매일 와인을 테이스팅해야 해서 안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샴페인을 가장 많이 테이스팅합니다.”

 

조내진 소믈리에가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블랑 드 블랑 시향을 하고 있다
조내진 소믈리에가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블랑 드 블랑 시향을 하고 있다

와인전문가로서, <NARA> 독자분들에게 특별히 추천해 주고 싶은 와인은 무엇인가요? 

“(김성국) 앙리오 샴페인 하우스가 만드는 ‘리너텅듀’ 샴페인을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앙리오와는 매우 다른, 엄청나게 극심한 날씨의 변화에서 탄생한 술이죠. 이름처럼 “예상치 못한” 뛰어난 퀄리티의 샴페인입니다. 

(이정인)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 중에서도 ‘퍼플 엔젤’을 추천드립니다. 퍼플 엔젤은 '카르메네르'라는 품종을 사용해서 조금 더 희소성이 있는 와인인데요. 좀 낯설 수 있는 품종이지만,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재민) 저는 이탈리아의 샴페인으로 알려진 까델 보스코 프란치아코르타 뀌베 프레스티지 NV를 마셔본 뒤 높은 과일의 집중도와 빙퇴석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리티, 높은 산도의 밸런스가 굉장히 잘 어우러진 맛에 그만 반했습니다. 버블의 질감 또한 부드럽고 크리미하여 스파클링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조내진) 저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그날을 특별하게 해주는 샴페인을 좋아합니다. 가정의 행복과 연인과의 사랑을 기원하면서 샴페인 ‘로칠드 블랑 드 블랑’ 추천합니다. 이 와인은 샤도네이를 베이스로 한 우아한 스타일의 블랑 드 블랑 샴페인입니다.

 

와인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김성국 소믈리에
와인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김성국 소믈리에

마지막으로 소믈리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면... 

“(김성국) 스스로 본인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정인) 아직 저는 후배의 입장에서 선배님들의 길을 뒤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소믈리에들과 함께 선배님들이 가꾸어 주신 길을 열심히 따라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주재민) 소믈리에는 가시밭길일 수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나중에 뒤를 돌아볼 때에 미소를 지으며 추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조내진) 일을 사랑하고 쭉 정진하다 보면 빠른 시일 안에 성숙되고 멋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김성국 소믈리에는 인터뷰 말미에 ‘쏨즈는 와인을 매개체로 하는 메신저’라고 말했다. 와인이 누구’와’ 누구’와’ 할 때의 ‘와’자 하고 사람 인(人)자를 써서 ‘와인’인 것 같다며 말이다. 그는 그저 말장난이라며 웃었지만, 평소에도 소믈리에의 역할을 깊게 고심한 티가 역력했다. 그의 말처럼 와인과 손님을 이어주고, 와인을 통해 손님과 관계 맺는 소믈리에가 어쩌면 나라 7호의 주제인 AVEC와 가장 밀접한 직업이 아닐까.

 

글·김나현
사진·이생
코디네이터·장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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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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