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을 팔고
현금만 보유하고 있다 지적이 많은 데,
언제든 우량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4)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무슨 이유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10분기째 주식을 대거 팔고 현금 보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어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23일 발표된 작년 4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현금보유액은 현재 3342억달러(약 481조원)로 사상 최대규모다.
워런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편지에서 "미국 주식을 팔고 현금만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데, 언제든 '우량기업 주식이 쌀 때 사서 장기 투자하는 기본 원칙(가치투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워런 버핏은 2020년부터 지난 5년간 일본의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이토추상사,마루베니 등 종합상사 주식을 각각 9.9%%까지만 사들였지만, 이날 추가로 10%선 그 이상의 주식을 더 매입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확 끌었다.
워런 버핏 현금보유 이유가
금융위기 예고냐? 추측 난무
최근 워런 버핏이 이례적으로 현금 보유량을 사상최대로 늘린 이유는 뭘까? 곧 금융시장의 대혼란기가 닥쳐 주식이 폭락할 것을 워런 버핏이 예측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곧 어마어마한 대형 투자를 준비하느라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걸까?
다양한 추측만이 난무한 상태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행보를 근본적으로 파악하려면 그의 '가치투자 원칙'을 먼저 이해해야만 알 수 있다.
워런 버핏 뼛속까지
'가치투자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는?
워런 버핏은 11살때 난생 처음 석유회사인 '시티서비스' 주식 3주를 28달러(약 약4만원)에 샀다. 이 주식이 크게 올라 40달러(약 5만7천원)에 이르렀다. 어린 워런 버핏은 흥분해 즉시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며칠 뒤 시티서비스 주식은 200달러(약 28만7천원)로 치솟았다. 이때 땅을 친 어린 워런 버핏은 '가치있는 주식'을 싸게 사서 '기다림'과 '인내'로 견디면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치 투자'의 원칙을 뼛속까지 평생 새겨 놨다고 한다.
미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워런 버핏은 그간 애플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했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거의 3분의 2 이상을 팔아 치웠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꾸준히 주식을 팔아 치웠다.
금융전문가들은 워런 버핏이 미국의 대다수 주식이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실제로 미국의 S&P500은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가 넘게 거래되고 있다. 주식이 그만큼 고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워런 버핏은 최근 몇년간 급격히 증가 하고 있는 미국 재정적자의 어리석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 재정적자는 1조8330억달러(약 2465조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재정적자 구조가 부채에 대한 연이자로만 1조달러(약 1439조원)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의 앞날에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워런 버핏의 생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미국 주식을 팔고 현금을 확보해 놓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은
워런 버핏이 매일 사들여
워런 버핏은 5년전인 2020년 8월부터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이토추상사,마루베니 등이다. 당시 워런 버핏은 각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이후 꾸준히 이들 지분을 더 늘려 지난해에는 9.9%까지 풀로 사들였다. 하지만 10%를 넘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날 워런 버핏은 이들 종합상사의 지분을 10%한도까지 넘겨 추가로 더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효도 마사유키 스미토모상사 회장은 "워런 버핏이 일본의 종합상사주식을 요즘도 매일 사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워런 버핏은 왜 일본 종합상사에 올인하는 걸까?
우선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사업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자재 및 에너지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칠레의 구리 개발사업과 호주의 LNG사업 등 글로벌 자원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석탄 광산의 25%를 확보하고 있다.
^스미모트상사는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희토류 광산, 셰일오일 유전,코발트와 천연가스 광산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그간 투자한 광석회사들에서 생산된 철광석 생산량만도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다. 현재 니켈 광산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이토추상사와 마루베니상사도 다양한 원자재와 에너지자원에 투자를 하고 있다.
"100년뒤에도 살아남을 기업
아니 영원히 살아 남을 기업은
일본의 5대 종합상사들뿐이다"
워런 버핏이 5년전부터 일본의 5대종합상사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가치 투자'의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란 한마디로 내재가치가 큰 우량 기업의 주식이 시장에서 저평가돼 주식이 아주 쌀때 사서 장기보유하는 투자전략이다. 당시 이런 조건에 딱맞아 떨어진 것이 일본의 5대종합상사 주식이었다는 게 워런 버핏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2018년 3065엔이던 주가가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되던 2020년에는 2118엔까지 폭락했다. 워런 버핏은 이때부터 미쓰비시상사를 비롯한 일본의 5대종합상사의 주식을 아주 싸게 사들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을 정도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코로나 충격으로 경기침체에 맞서 각국 정부가 돈을 무제한 풀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또 코로나 충격이 가시면 원자재,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했던 것이다.
특히 워런 버핏은 일본 5대종합상사들이 원자재와 에너지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와 견고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경제적 해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란 워런 버핏의 연례보고서에서 처음 쓴 용어다. 해자란 중세시대 성 밖의 둘레를 파서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특별한 연못을 말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이를 독점적 경쟁력 혹은 진입장벽의 뜻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가치 척도로 쓰고 있다.
또 이들 종합상사들이 안정적인 배당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는 얘기다. 이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투자하기 시작한 5년전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5대종합상사 주식은 모두 3~4배 안팎으로 급등했다. 미쓰비시상사는 447%, 미쓰이물산은 314%씩 각각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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