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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기후솔루션, “RE100 이행 수단인 ‘녹색프리미엄’, 국제 기준 미충족”
[NEWS] 기후솔루션, “RE100 이행 수단인 ‘녹색프리미엄’, 국제 기준 미충족”
  • 신성은 국제정치 전문기자
  • 승인 2025.03.21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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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의 98%인 ‘녹색 프리미엄’, 국제표준인 온실가스프로토콜 8가지 기준 중 6가지 불합격”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의 98%에 해당하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는 국제 표준에 미달해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후 공익법인 기후솔루션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2026년, EU의 탄소국경세(CBAM) 발효 등 탄소중립 이슈가 국내 기업들의 “발등의 불”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정부의 “녹색프리미엄” 제도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것.

국내 기업들은 국제 기후 표준을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녹색프리미엄 제도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RE100 등 이산화탄소 감축 활동 중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사실상 사기”라는 지탄을 받아온 이른바 “그린 워싱(Green Washing)”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보고서 '녹색프리미엄은 GHG 프로토콜 기준에 부합할까'를 발간하고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녹색프리미엄 제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들의 글로벌 RE100 이행을 돕기 위해 산업자원통상부가 만든 한국형 RE100 (K-RE100) 제도에서 인정하는 수단 중 하나. 그러나 이러한 녹색프리미엄이 국제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의 기준에 대부분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프로토콜은 기업이나 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국제적인 표준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혹은 어떻게 줄였는지를 객관적으로 계산하는 공식 가이드라인이다. 

출처. 기후솔루션. 녹색프리미엄이 GHG 프로토콜 스코프 2 부합여부 결과보고서
출처. 기후솔루션. 녹색프리미엄이 GHG 프로토콜 스코프 2 부합여부 결과보고서

2021년부터 한국형 RE100(K-RE100) 제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중 녹색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기준 K-RE100 조달량(8.95TW) 중 98% (8.79TWh)에 이른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온실가스 회계 기준 및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탄소발자욱 스코프(Scope) 2 지침이 요구하는 8가지 품질 기준 중 녹색프리미엄은 4개 항목에서 불합격(X), 2개 항목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으며, 단 한 개 항목만 충족(O)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불충분 요인은 현재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해 발급되는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에는 실제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녹색프리미엄의 원천 REC 추적이나 중복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2024년부터 녹색프리미엄 물량이 국가 재생에너지 예상 발전량을 기준으로 산정되면서 이중 계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녹색프리미엄 물량은 연간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상치를 근거로 산정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REC 인증서도 발행돼 재생에너지 사용 이행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국 두 이행 방식이 한정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이중으로 계상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이렇게 추적이 불가능한 녹색프리미엄 사용량에 배출계수 ‘0’을 적용해 스코프 2 시장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나머지 전력량에도 잔여 배출계수가 아닌 국가 전력 배출계수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조달된 100이라는 재생에너지 중 기업이 10에 대한 에너지 속성을 녹색프리미엄 또는 REC 등의 수단을 통해 구매하였다면, 국가 전력 배출계수는 90에 대한 재생에너지만 고려하여 산정되어야 하며 이를 잔여 배출계수라 하는데, 녹색프리미엄을 판매하는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이러한 잔여배출계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프리미엄이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주장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구조이며, 기업들의 배출량 감축 실적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지속가능성 평가를 받는 데 있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브룩 사보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PPA와 같은 추가성이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을 적극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와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지연 문제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는 정책을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26년부터 주요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면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회계 보고 기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국제적 인정이 실패하면 기업 자체의 탄소중립 목표 및 RE100이나 SBTi와 같은 이니셔티브 목표를 달성에 차질을 빚으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시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급망 탈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에 계속 의존할 경우 국제적인 신뢰 확보에 실패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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