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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9호의 『여성들, 영원한 혁명』
마니에르 드 부아르 19호의 『여성들, 영원한 혁명』
  • 성일권(<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25.05.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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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가장자리에서, 역사를 다시 쓰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19호 표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 19호 표지

 

국제 전문지<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자매지이자 무크 계간지인 <마니에르 드 부아르> 19호가 출간되었다. 이번호의 제목은 여성들, 영원한 혁명(Femmes, une révolution permanente)이다. 이 책은 여성운동의 역사가 단순한 권리 투쟁을 넘어, 사회의 근본 구조를 뒤흔드는 진행형의 혁명임을 강조한다.

이는 엘렌 리샤르의 서문 만약 여성들이 모두 멈춘다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아르헨티나 니우나 메노스’(Ni Una Menos) 시위, 스페인 늑대 떼성폭행 사건 이후의 대규모 동맹파업, 이란 여성들의 히잡 반대 시위 등은 페미니즘이 단지 젠더 권리를 넘어서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투쟁과 불가분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나라의 자매들이여

1부에서는 세계 각지 여성운동의 다양한 흐름을 담는다. 히샴 알라위는 마침내 이슬람 여성들이 움직인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사례를 통해 민족주의 페미니즘위로부터의 해방이 어떻게 권위주의 정권의 도구로 전락했는지 비판한다. 그는 진정한 여성 해방은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향한 투쟁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트라 케이반의 이란의 젊은 여성 시위, 히잡 반대에서 정권 타도로는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촉발된 시위를 통해, 이란 여성들이 어떻게 체제 전복적 투쟁의 주체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랑크 고디쇼는 칠레 변혁에 앞장 선 페미니즘 물결에서 칠레 여성들의 거리 투쟁이 단순한 성평등 요구를 넘어 사회경제적 정의를 위한 운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피노체트 독재의 유산에 맞선 여성들의 싸움은 영원한 혁명의 전형적 사례다.

아크람 벨카이드의 아랍 여성들의 #미투 운동에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확산된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는다. 단순히 서구의 모방이 아니라, 각국 여성들이 고유한 억압구조를 겨냥해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판을 뒤엎다 여성 노동의 정치경제학

2부에서는 여성 노동의 구조적 불평등과 착취를 조명한다. 마릴렌 파투마티스는 재평가되는 선사시대 여성 공헌에서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여성의 노동과 기여가 역사의 서술에서 어떻게 지워졌는지를 짚으며, ‘보이지 않는 손을 되살린다.

쥘리앙 브리고는 인도의 가사도우미 폭동, 이례적인 사회적 파장에서 인도 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집단 시위와 그 사회적 충격을 다룬다. 사회 최하층 여성들의 저항이 어떻게 계급, 젠더, 인종 억압의 교차로를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세실 안제예프스키는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동의 고통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취약성과 돌봄노동의 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피에르 랭베르의 여성 노동자들이 지닌 뜻밖의 권력은 프랑스 병원 노동자, 돌봄노동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과 저항을 통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사실상 사회의 근간임을 역설한다.

 

신체를 방어하며 몸의 정치와 저항의 윤리

3부에서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통제와 폭력, 그리고 저항을 다룬다. 미셸 보종은 섹시즘의 오래된 미래에서 디지털 시대에도 되풀이되는 성차별적 구조와 혐오를 분석한다. 에마뉘엘 보바티는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그 페미니스트 투쟁을 통해 젠더정체성 문제와 페미니즘의 교차점을 짚는다. 포용적 페미니즘이야말로 진정한 해방의 길임을 주장한다.

오드레 르벨은 재앙 수준의 러시아 가정 폭력에서 국가가 외면하는 여성 폭력 문제를 파헤친다. 러시아 내 여성운동의 고군분투는 국가-가부장제-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한 싸움이다.

지젤 알리미의 평등을 위한 선언은 법과 제도를 넘어선 평등의 윤리를 촉구하는 강력한 선언문이다. 윌리엄 이리쿠아이엥의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는 성매매를 둘러싼 착취구조와 그것을 정당화하는 허구를 비판하며, 해방의 조건을 묻는다.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해방의 목소리

4부에서는 여성들의 침묵이 어떻게 저항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크리스틴 레비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일본 여성들에서 순응적인 여인상의 대명사인 일본 여엉들이 일상속 성차별에 맞서 남성들의 냉대와 사회적 차별 속에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안 주르댕의 증오는 여성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적 혐오가 오히려 여성운동의 동력을 강화하는 역설을 조명한다.

클레르 스코델라로는 날씬함의 현기증을 통해 자본주의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몸의 폭력적 규범을 비판하며, 몸을 되찾는 여성들의 저항을 그린다.

엘사 존스톤 & 뱅상 시제르는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에서 가정폭력, 성폭력에 대한 사법적 접근의 한계를 비판하며, 근본적 사회적 해결책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기욤 바루 & 살로메 라호셰의 만화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비유적이고도 강렬하게 해부한다.

 

여성의 혁명은 '진행형'이다

여성들, 영원한 혁명은 여성운동을 완성된 성과로 보는 시각을 철저히 거부한다. 여성의 저항과 연대는 여전히 영원한 혁명으로서 진행 중이다. 이 혁명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지만, 각기 다른 지역적 조건 속에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이번 호에서는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두 여성 화가 박성아, 카이엘(Kaïel)의 여성주의 작품들이 콜라보 작품으로 배치되어 주제 의식이 더욱 돋보인다. 여성들의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민감한 여성문제에 대한 감성적 접근을 가능케 한다.

만약 그녀들이 모두 멈춘다면?” 이 물음은 이제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여성들의 침묵 없는 연대와 저항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가장 급진적 힘임을 이 책은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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