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사라지고 저질의 차량만 남게 되는
‘역선택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소비자는 이같은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도 않고,
시장 전체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전세계 곳곳(선거판)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한 아버지가 아들이 대학을 마치자 졸업선물을 주겠다며 자신의 가라지(창고)로 데리고 갔다. 50년이나 더 된 폭스바겐의 비틀(방개 차)중고차가 한 대 있었다.
아버지는 "보잘것없는 오래된 이 차를 선물로 줘서 미안하구나. 먼지가 가득 쌓이긴 했어도 아빠에게는 매우 소중한 보물이란다. 그런데 네가 이 차를 받기 전에 시장에 가서 거래 가격을 좀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중고차 시장에 가서 폭스바겐 비틀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를 물었다. 1만 달러(약 1368만 원)를 준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다른 곳에 가서 더 알아보라고 했다. 아들은 친한 친구의 소개로 오랫동안 전당포를 운영한 한 상인을 찾아갔다. 그는 1000달러(약 136만 원)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클래식카 동호회)에 가서 이 차 가치가 얼마나 될 건지를 말해달라고 했다. 중고차 커뮤니티에서는 격론이 벌어진 끝에 10만 달러(약 1억3680만 원)의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 났다.
아들이 이런 내용의 얘기를 하자 아버지가 덧붙였다.
"그래. 네가 경험한 바와 같이 '똑같은 물건'이라도 세상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과 장소가 따로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너도 그런 곳에 가서 살아라. 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곳에 가서 열심히 살아라. 아버지로서 내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최근 SNS상에 떠도는 '일상생활 속의 경제학 이야기' 중 하나다.
실제로 오래된 폭스바겐 비틀은 요즘 클래식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연식, 모델, 상태, 희소성, 복원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되지만 완벽하게 복원된 상태라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른다.
특히 폭스바겐 비틀의 경우 1950~1970년대 모델은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70년형 ‘폭스바겐 비틀 1303’을 기반으로 한 한정판 모델인 ‘밀리비에1’은 독일의 수제 자동차 제조사에서 22대를 특별 제작해 현재 가격이 7억7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똑같은 중고차라고 해도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눈을 돌려 요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21대 대통령 선거가 막판으로 과열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상품 가치’를 시장에 펼쳐놓고 치열한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며칠 안 남은 6월 3일이면 이들의 상품 가치가 대한민국 시장에서 적나라하게 한명 한명씩 숫자로 매겨질 예정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중고차 시장은 ‘레몬 마켓(Lemon Market)’이라고 불린다. 레몬 마켓이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시장 같지만 경제학에서 정보 비대칭성과 품질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급한 상품이 주로 거래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레몬’이란 결함이 있는 중고차를 의미하며, 판매업자는 차량의 상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구매자는 판매자가 알려주지 않는한 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진짜 좋은 품질의 중고차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저질의 차량만 남게 되는 ‘역선택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자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도 않고, 시장 전체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전세계 곳곳(선거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쨌든 우리의 대통령 선거 시장도 사기꾼(?)처럼 가격을 후려치는 전당포나, 미친 사람들(?)의 집합체같이 열광해 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커뮤니티 동호회는 아닐 것이다.
비록 대통령 선거가 이런 양극단적인 시장은 아닐지라도 ‘레몬마켓 같은 중고차 시장 특성이 있는 선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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