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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이준석’류의 극우정치인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
새 정부가 ‘이준석’류의 극우정치인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
  •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 승인 2025.06.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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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5월 2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 개혁신당​​

청년 세대의 보수화 및 극우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만의 특수성도 있는데, 그 중 하나 는 이 현상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담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청년 세대를 비난하거나 구제불능의 집단으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되고, 동시에 “청년 세대는 극우화하지 않았다”는 방어 논리에 집중해서도 안된다.

 

청년 세대의 보수화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며, 신남성연대를 비롯한 일부 청년은 이미 폭력에 가담하는 극우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감정적이고 반사적인 담론 싸움을 끝내고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사실 젠더를 불문하고 청년 세대는 보수화하고 있다. 이때 ‘보수화 경향’이 관찰된다고 해서 특정 인구집단이 “아무런 차이가 없는 단일하고 고정적인 집단”이라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20대 여성 및 남성 내부에는 다양성과 유동성이 존재하며, 이런 설명은 ‘이대남’뿐만 아니라 다른 인구집단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청년 남성 보수화 담론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그들의 다양성과 유동성을 우선시하는 입장은 너무나 두려운 역효 과를 가져온다.

 

“청년 남성은 다양하고 유동적이므로 보수화 진단을 경계하자”는 주장은 우리가 실질적인 정책적 대응에 임 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극우 세력의 성장에 대응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누차 강조해왔지만 나는 “남성 일반이 극우”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극우화 ‘경향’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고 주 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을 보여주는 지표는 모두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예컨대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는 청년 남성의 대다수가 김문수 또는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는 통계 로 큰 화제가 되었다. 오차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동시에 투표의 다양한 동기를 애써 고려하더라도 청년 극우가 성장했다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또한 연세대학교와 한국리서치는 지난 3월 청년 남성 3명 중 1명이 극우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 하기도 했다. 설문 문항의 한계를 인지하더라도 역시 다른 인구집단과 차이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청년 남성들의 ‘억울함’ 감정은 실재 정책 입안자들은 더 늦기 전에 청년 남성의 극우화 현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입법 및 정책 기관이 청년 남성의 극우 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현상이 남성들의 정치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청년 남성 극우화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을 뜻하며, 따라서 모든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대남 달래기’에 목표를 둔 정책 및 담론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청년 극우화의 문제는 오직 장기적 관점으로 구 조적 문제를 해소할 때 완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구조적 문제가 기저에 깔려있을까? 첫째, 경제위기 및 불평등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잡지 않은) 청년 남성들의 불만 및 박탈감을 강화시킨다.

 

청년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이 자아 개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남성들 사 이에서 더 크게 작동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뒷받침하는 고정적인 젠더 관념과 역할 모델이 공고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남자는 돈을 잘 벌어야 하고,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 들의 사회적 지위는 ‘부’와 직결된다. 이같은 ‘능력자’ 모델은 남성들에게는 대단한 압박이자 좌절의 요인이다. 누구나 정규직 자리를 얻어 안정적 수입을 얻는 시 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쉬었음’ 청년 인구가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50만 명을 돌파했으며, 3월 청년 실업률은 7.5%로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고용률은 12개월 연속 하락중이고, 취업자 수는 30개월 연속 감소중이다. 청년 남성들은 이상적 가부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입받으며 자랐지만, 이 사회는 그러한 약속을 이행해주지 않았으며 그럴 가 능성도 없다.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박탈당하고, 능력자의 자리를 획득하지 못한 청년 남성은 분노와 억 울함의 감정을 공유하며 그 감정을 통해 빠른 속도로 연결된다. 그들이 딱히 게으르게 살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에서 유튜버들이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를 촬영하고 있다.

 

둘째, 마땅한 자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청년 남성은 그 분노와 좌절을 타자에게 돌리게 된다. 물론 경제적 불안정성과 억 압적 남성성의 구조적 기원을 인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년 남성들이 실제로 ‘차별’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억울함’의 감정은 실재한다. 따라서 이들의 기득권 및 지위 박탈은 경험적 측면에서 매우 생생하므로, ‘불공정, 역차별’ 같은 개념에 더 쉽게 논리적으로 설득되고 감정적으로 선동된다.

 

자연히 문제 해결의 타깃은 구조가 아니라 ‘불공정, 역차별’을 체현하는 ‘눈 앞의 타자’가 된다.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 주요 타 깃은 여성이며, 이주민과 장애인 역시 “공정 경쟁 시장의 물을 흐리는” 존재가 된다. 지금까지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믿는 (그 러나 자신들은 “꿀 빨아먹은”) 주류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복지국가론자들을 향한 냉소도 크다. 청년 남성들 사이에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매우 강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로 입증되었다. 그들에게 성평등 정책은 역차별이다. 또한 전통적인 성별 규범을 복원해 남성과 여성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각종 할당제 및 여성 대표 성 강화 정책도 폐기해야 한다. 한국 백래시 지수 38개국 중 두 번째 실제로 2023년 UNDP(UN개발계획)에서 발표한 젠더규범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백래시 지수는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 다. 지난 10년간 젠더규범이 오히려 퇴행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노력 없이 떼쓰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도 강력하며, 이 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이준석의 논리도 가능해진다. 즉, 청년 남성의 극우화 경향은 그저 ‘표심의 보수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래된 불평등으로 인해 생겨난 구조적 현 상이며, 여성과 소수자를 향한 폭력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청년 세대의 극우화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해법 은 없다. 가시적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 대책을 수립하고 전폭적으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첫째,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적극적 재분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예컨대,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제공하고, 청년 세입자를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년 사 회상속제와 같은 더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작 어떤 청년들은 ‘공정’을 외치며 재분배를 거부하고 시장경쟁을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빈곤과 양극화에서 오는 분 노는 극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실질적으로 물적 조건을 개선해야 청년들도 신자유주의 논리를 벗어나고 타자화 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대안적 사유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성평등 교육은 물론이고 다양성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시민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 및 확대 적용이 필수적으 로 요구된다. 성평등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고정적인 젠더 규범 및 역할 모델을 탈피하도록 돕고, 특히 대안적 남성성(및 여  성성)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래 세대는 ‘강한 남성’과 ‘능력자 남성’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고, 능력, 외모, 성향과 무관하게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성평등 교육과정은 대폭 확장해야 할 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가치있고 유용한 수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인 식 개선과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 청년 남성의 극우화 문제는 세대론도 아니고, 젠더 갈라치기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문제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더 많은 폭력을 방조하지 않고, 더 깊은 퇴행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미 성 장하는 극우 세력에 대응할 기회를 몇 차례나 놓쳤고, 여전히 유의미한 자원과 역량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긴 안목으 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며 진지하게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글. 김정희원 /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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