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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채와 떨림
광채와 떨림
  • 도미니크 오트랑
  • 승인 2013.01.1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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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룸펜 소설> 로베르토 볼라노

현대 라틴아메리카의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로베르토 볼라노는 사망 후 프랑스에 널리 알려졌다. 죽기 전 작품인 <야만인 탐정들>과 <2666>이 각각 2006년과 2008년에 프랑스 출판사 크리스티앙 부르주아에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볼라노는 2003년 세상을 떠났다. 1천 쪽 정도의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두 소설은 등장인물의 관점이 달라지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있으며, 역사의 폭력, 유토피아의 침몰과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서정미와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동시에 혼란스러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고발하는 것도 두 소설의 공통점이다.

볼라노는 방황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칠레에서 태어난 그는 멕시코, 칠레, 이탈리아, 프랑스를 떠돌아다니다가 스페인에 정착했다. 칠레에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트로츠키 시절이 끝나면서 볼라노는 잠시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 당시 시인으로 활동한 볼라노는 시집으로 <낭만적인 개들>을 발표했다. 소설 집필은 1990년부터 시작했다.

<어느 작은 룸펜 소설>은 볼라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2002년 작품으로 그동안 볼라노가 작품에서 다루던 주요 테마가 모두 들어 있다. 즉, 청소년기에서 성인 시기로의 아슬아슬한 전환, 세상의 폭력, 악의 유혹을 다룬다.

<어느 작은 룸펜 소설>은 청소년 남매가 등장한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학교를 그만두고 하루하루 로마의 넓은 아파트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며 보낸다. 소설에서 누나 비앙카가 내레이션을 맡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비앙카는 미용실에서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일을 하고, 남동생은 체육관에서 청소 일을 한다. 남동생은 체육관에서 리비아 출신과 볼로냐 출신의 두 남자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두 남자는 비앙카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TV를 보고 비앙카와 잠자리를 한다. 이어서 두 남자는 비앙카와 남동생을 범죄 세계로 이끈다.

비앙카는 '마시스트'라는 별명의 뚱뚱한 남자를 상대로 매춘을 하게 된다. 전직 보디빌딩 챔피언이었으나 현재는 시각장애자에 병자 신세인 남자다. 비앙카는 마시스트의 금고 위치를 알아내려고 접근해 몸을 판다.

이 소설은 잔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며 동시에 갑작스러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갑자기 밤이 끝나고 끝없이 태양빛과 빛만이 생겨났다." 비앙카가 들려주는 내레이션 대목이다. 비앙카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삶의 행복을 맞보게 된다. 비앙카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의 행운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후세에게 들려준다.

소설의 문체는 담담하지만 미묘한 열정을 담고 있다. 비앙카가 마시스트의 마음속에 여린 면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볼라노는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양보란 없는 공간과 맞서 내 고귀한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 도미니크 오트랑 Dominique Autrand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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