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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택
잘못된 선택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3.02.0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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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窓)

최선의 방안을 모두 거부했기에, 악과 차악 가운데 이번 선택은 너무 늦게 이뤄졌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발생 9일 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해 "우리 편에 서든지 아니면 테러 세력의 편에 서라"고 협박했다. 처음엔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음엔 이라크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에 대해선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말리에서 똑같이 형편없는 두 개의 대안 가운데 새로이 긴급히 한 가지를 결정해야 할 일이 벌어졌다. 반계몽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실천을 전파하는 무장 세력이 북부 말리 주민들을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뒤 남부 말리 주민들을 협박하는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그냥 감수할 것인가? 하지만 마찬가지로 인도주의적 동기를 내세우고, 정적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방식(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아편 밀매에 연관시키고,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을 코카인 판매와 인질 납치와 연관시키던 방식)이 신(新)식민주의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기고, 끝내는 잘못된 종말을 맞은 서구의 군사작전에 명분으로 자주 이용된 점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는가.

오사마 빈라덴이 피살된 지 20개월이 지났지만, 알카에다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탈레반도 그 어느 때보다 활개치고 있다. 도미니크 갈루조 드빌팽 전 프랑스 총리가 지적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말리 등에서 종양처럼 집착을 보이는 테러리즘은 서로의 관계를 확대 구축하고 세력을 합쳐 많은 경우 연합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1) 매번 이처럼 서구의 개입은 가장 급진적인 지하드 세력의 놀음에 놀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지하드 세력은 이런 놀음을 통해 자신의 적들을 끝없는 분쟁 속으로 끌어들여 스스로 기진맥진하도록 만든다. 리비아 무기가 말리 내전에 이용되고 내일 언젠가는 이 무기들이 다시 수거돼 아프리카의 인접 전선에서 병사들을 무장시킬 위험이 있다.

프랑스의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으로 살기 원하는 말리 국민의 권리가 문제될 때, 우리 프랑스는 항상 거기에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허황된 로드맵이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점은 북부 말리를 '재탈환'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투아레그 부족의 정당한 독립 요구를 고려한 지속적인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출발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비밀스럽게 맺은 군사동맹들과 함께 아프리카 국경이 해체되는 현실에 걱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고, 농민과 군인들을 빈민으로 만들고, 검은 대륙의 광물 자원에 대한 서유럽 (또는 중국) 기업들의 과도한 채굴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의해 국경 해체가 조장됐고, 오늘날 여전히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마약과 무기, 그리고 인질들에 대한 국제적 거래가 비(非)아프리카 수요자와 소비자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주제의 불완전한 목록은 평소에는 아무에게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외국 군대에 의한 말리의 '해방'이 미래에 벌어질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전혀 건드리지 못할 것임을 암시한다. 틀림없이 미래에 또다시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우리는 다시금 새로이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물론 더 이상의 선택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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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류재훈 hoonie@hani.co.kr <한겨레> 온라인 국제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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