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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고향, 이집트
잔인한 고향, 이집트
  • 와르다 모하메드
  • 승인 2013.04.10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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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
크할레드 알 카미시
더 이상 늦기 전에 희망 없는 나라 이집트를 탈출하다. 12장으로 이루어진 소설 <노아의 방주>는 조국을 탈출하려는 이집트인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이, 대학졸업자, 실업자, 안락한 콥트 기독교인 가족, 창녀, 사업가…. 다양한 계층의 이집트인들이 이집트를 떠나려 한다. 이미 소설 <택시>를 발표한 바 있는 카미시는 1962년생으로 소르본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감독 및 제작자로 활동하며 프랑스 미디어에 이집트 혁명을 알리기도 했다. 카미시는 이집트 혁명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2005년에 시작되었고, 이집트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1)

카미시가 2009년 아랍어로 출간한 소설 <노아의 방주>는 이집트인이 느끼는 절망, 부정부패 앞에서 산산이 깨진 이집트인의 꿈, 미래 없는 이집트인의 삶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 아흐마드 에제딘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조국 이집트에서는 사랑과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에제딘은 한 서양 여성을 잡아 결혼해서 이집트를 떠나고 싶어 만남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이집트는 부당하고 당혹스러운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심지어 떠나기를 주저하던 이집트인들까지 마침내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야신은 미국에 가면 이집트에서 받는 두 달치 봉급을 하루 만에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은 도처에 있으니 굳이 다른 나라로 떠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지인에게 야신은 "아니, 미국에 있는 신이 더 나아"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이집트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려는 사람들은 막상 이민 가려는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집트로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떠날 수 없다면 사회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수아드는 이집트의 시스템을 비난하고 싶어 한다. 수아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아드가 함부로 사회를 비판하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 이집트를 사랑하는 영국 여성 데보라에게 남편 모르타다가 이렇게 설명한다. "이집트는 정치적으로는 안정된 것 같지만 표면적인 안정에 지나지 않아. 이집트인들은 곪은 것이 터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고, 희망도 이미 잃었어."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냉동트럭을 타고 이집트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도 있고, 국경 넘는 데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팔려는 사람도 있다. 유복한 가정을 꾸린 여의사 네빈 아들리도 16살의 딸을 구하기 위해 캐나다로 가고 싶어 한다. 아들리 모녀는 콥트 기독교인이다.

야신과 국경 브로커 마브룩은 절망한 이집트인들이 조국을 탈출해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빈약한 보트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여정을 묘사한다. '노아의 방주'는 소설의 제목이 된다. 누비아인 하수나는 경찰들, 이집트를 망치는 위선적인 서구, 이집트의 관광산업을 비난한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가 어쩌다 희망이 사라진 땅이 되었을까? 소설 속 12명의 이집트인은 약속된 땅을 찾아가는 모세의 제자들처럼 떠돈다.

이 소설이 출간되고 2년 후 이집트에 '분노의 혁명'이 일어난다. 이전에는 알지 못한 세상을 찾아….

*

/ 와르다 모하메드  Warda Mohamed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Nadia Agsous, ‘Entretien avec Khaled Al-Khamissi à propos de son livre “L’ Arche de Noé”’(<노아의 방주>에 관한 크할레드 알 카미시의 인터뷰), www.lacauselitteraire.fr, 2012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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